-
기자도 손님이라고 행사취재를 가면 어떤 경우 내·외빈 소개시간에 이름을 호명해서 인사시키곤 한다. 그럼 어색하게 일어나서 박수 받으며 목례를 하고 만다. 이렇게 무방비로 당할(?) 땐 어쩔 수 없는데, 가끔은 “저 취재기자 인사시켜라”는 지시는 받았는데 누군지 잘 모를 땐 찾아와서 물어본다. “혹시 성함과 소속이 어떻게 되시느냐?”고. 그럼 난 반드시 대답하기를 “우리는 소개받으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하지 마세요”한다. 하긴 내가 지나치게 유별나서 그럴지도.올해 지방선거 전후로 “이젠 시민들 불편하게 하는 의전은 그만 두자”고 여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8.07 22:32
-
지난 5월 25일 미국프로농구(NBA) 컨퍼런스결승전 4차전을 앞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티브 커 감독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7전 4선승제 시리즈에서 이미 3승을 거두며 NBA파이널 진출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 기자회견을 향한 관심이 컸다.그런데 그는 “오늘 농구이야기는 안 하겠어요. 지난 6시간 동안 팀에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농구에 대한 질문도 안 받겠어요. 중요하지도 않으니까요, 여기서 400마일 떨어진 곳에서 어린이와 선생님이 죽었습니다. 열흘 전에는 버팔로 슈퍼마켓에서 흑인 노인이 총에 맞아 사망했었고, 남부 캘리포니아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7.26 23:14
-
천영기 통영시장이 공식 취임했다. 지난 1일 취임식이 열렸던 시청강당은 수많은 축하객들로 북적였다. 통영시민들은 물론이거니와 타 지역에서도 불원천리 찾아온 축하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분명 에어컨을 풀가동했을 것이지만, 워낙 축하객이 많아 그 열기로 인해 실내온도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축하의 열기와 함께.그런데 행사를 시작하기 직전 갑자기 소동이 벌어졌다. 앞줄에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어느 누군가가 안휘준 통영시체육회장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순간 모든 축하객들의 눈과 귀가 그 쪽으로 쏠렸다.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7.07 22:46
-
며칠 뒤 7월이면 제9대 통영시의회가 출범한다. 이번 시의회에 대해서는 기대감과 우려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정원 13명의 통영시의회에 7명이 초선이다 보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신선한 바람을 시의회에 불어 넣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또 천영기 통영시장과 같은 여당 소속 의원이 과반이 넘는 8석을 차지함으로써 안정적인 시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우려감도 같은 선상에서 나온다. 절반 넘는 시의원이 초선으로 의정 경험이 없다 보니 과연 집행부 견제를 충분히 할 수 있을까, 집행부 공무원들이 보여주는 것만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6.26 23:05
-
대한민국. 젊은 나라다. 1945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으니 이제야 건국 77년 된 젊은 국가다. 물론 우리 민족의 역사야 유구한 반만년을 자랑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당대의 국가가 청년이라고 우리 민족사가 짧은 것은 아니지 않나?강력한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요동과 만주, 한반도를 주름잡았던 고대왕국 고조선을 상기해 보라. 중원의 패권국조차 함부로 넘나보지 못했던 고구려와 발해는 또 어떤가? 비록 흥망성쇠를 거듭했지만 고대와 중세 우리 선조들이 새운 왕국들은 보통 그 역사가 500년이었다. 미국이 제 아무리 자부심이 강하다 한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6.09 23:12
-
무릇 공직출마자의 공약이라는 것이 지역경제 살리기 즉, 먹고 사는 문제해결이 주다. 바다를 살리는 것도,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것도, 관광인프라 구축하는 것도, 도로망 뻥 뚫는 것도 결국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될 뿐. 새삼 2022년에 와서야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한번 되돌아보자. 민선시장 이후 지금까지 현역시장이 지역경제계와 어떤 협의체를 만든 적이 있었는지?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지역경제계를 시장과 대등한 관계로 보지 않기 때문. 권위주의 시대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강했고, 행정을 펼쳐 시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5.26 14:02
-
파친코. 한국계 미국작가 이민진의 베스트셀러작품이자, OTT서비스인 애플TV+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최근 방영된 8부작 드라마다. ‘빠찡꼬’를 영어로 표기하다보니 파친코가 됐고.본 기자는 아직 애플TY+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에피소드1은 감상했는데, 그 영상미·편집·은유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강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첫 편을 보는 순간 ‘이 드라마 대박’이라고 느꼈을 정도. 원작을 읽을 때도 그냥 책 속에 푹 빠지게 만들더니, 드라마는 더했다.이민진 작가는 대학시절 일본에 선교사로 있다가 미국으로 돌아온 어느 교수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5.15 23:20
-
안타까운 일이지만, 바로 지금이 시민들이 가장 대접받을 수 있는 때다. 지역의 동량이 되고자 하는 출마자들이 너나없이 두 손 모아 악수를 청하고, 공손하게 조언을 구하며, 허리 숙여 머리를 조아리니까. 평범한 시민들에게조차.그래서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기자가 평소에 쭉 해왔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자 한다. 다름 아니라 각종 지역행사에서의 의전문제다. 불필요한 의전은 굳이 챙기면서 꼭 챙겨야할 의전은 쏙 빼먹기 일쑤다. 누구를 위한 의전인지, 의전을 하려면 제대로 하던지. 가령 예를 들어보자.행사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인물은 지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4.28 22:06
-
팬데믹. 이젠 우리와 아주 밀접해진 용어가 됐다. 전염병이 적어도 두 개 대륙 이상의 지역으로 넓게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현상을 이른다. 물론 학문적인 단계로 들어가면 체계적인 단계까지 나온다. 1단계부터 6단계까지 있는데 이 6단계에 이르면 팬데믹라고.중세유럽의 흑사병도 팬데믹이었을까? 당시 유럽인들에게 남으로는 지중해, 동으로는 러시아, 북으로는 바이킹왕국까지가 세계의 전부였으니 팬데믹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팬데믹’이라는 학술적 정의가 무슨 그리 큰 의미이겠냐 마는.진정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4.17 22:27
-
지난 호 관내 수영장 현황과 함께 남망산수영장의 폐장될지 모른다는 기사가 나간 뒤 제법 반응이 들어온다. 대부분의 결론은 “폐장은 안 된다”는 것. 지역에 50m레인을 갖춘 수영장은 그곳뿐인데 없애면 어쩌자는 것이냐? 이런 말이다. 더구나 구도심에 유일한 수영장이 사라진다면 구도심 주민들은 또 어쩌라는 거냐? 이 말이다.물론 통영시가 정밀안전진단을 받아본 다음 결론을 내리겠지만, 1%라도 폐장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 특히 수영으로 테라피를 하는 시민들이나 노인층이 속을 태우게 된다. 개인적으로 본 기자의 모친도 운동을 위해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3.27 21:46
-
기자에겐 이젠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다. 근데 이 두 놈이 어릴 때부터 그렇게 서로 티격태격했다. 사소한 문제로 시작해 가끔은 여동생을 울리고야 마는 지경에 이르기도. TV드라마에서 서로 아껴주는 포장된 게 아니라 흔히 말하는 ‘현실남매’였는지도 모른다.어릴 땐 그래도 그러려니 했다. 좋게 말로 말리기도 하고, 혼을 내면서 종료시켰으니까. 근데 청소년기에 이르러서 못된 사회현상하고 만나니 이게 아주 고약해져 버리는 것이다. 이른바 남혐여혐. 본 기자로서는 이런 부조리한 퇴행현상을 납득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니, 세상의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3.13 22:52
-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본 기자는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지지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모친 피살 후 영부인 역할을 한 영애(令愛)로서 가련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전부는 아니었다.5선의 국회의원이고, 우리나라 최대정당의 총재를 지낸 민주주의자이자 공화주의자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박정희 추종자들에게 한풀이가 됨으로써, 갈등과 투쟁뿐이던 보수와 진보 사이 화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구시대를 종료하고 새 시대로 들어가, 당시만 해도 멀게만 느껴졌던 선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2.25 00:06
-
청문회(聽聞會)는 이제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용어가 됐다. ‘5공 비리 청문회’가 가장 유명한 청문회고, 종종 청문회 스타를 탄생시켰다. 2000년에 도입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는 종종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고, 기세 좋게 지명된 후보자를 한 순간 추락시키기도 했다.청문회를 다음사전에는 “국회가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이나 진상의 규명, 입법정보의 수집, 관련 전문가 또는 단체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영어로는 ‘Hearing’이다. 간단하다. 듣겠다는 것. 궁금한 걸 알아내야겠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2.11 09:46
-
‘잘 되도 못 되도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잘되면 자기 잘 난 덕이라고 안 해 다행이랄까. 코로나19 팬데믹의 한 가운데서 기어코 통영시가 오는 3월 국제트리엔날레를 개최할 모양이다. 지역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고,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조만간 우세종이 되리라는 전망 속에서 행사강행이라니.매년 1월 개최하는 화천 산천어축제는 우리나라 대표 겨울축제로, 연간 100만 명이 방문할 정도. 이 축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취소됐다. 강원도 인제 빙어축제도 1월 개최예정이었다가 취소됐고, 평창 송어축제·홍천 꽁꽁축제도 내년을 기약하고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2.02 19:41
-
정점식 국회의원이 지난 연말 자신의 지역구인 통영시와 고성군에 각각 1000만원씩 총 2000만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했다. 이 소식을 듣고 본 기자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좀 더 솔직히 말하면 “국회의원이 연말불우이웃성금 내놓는 것은 좀 에바(오타 아니다. 요즘 애들은 오버를 이렇게 부른다)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정활동으로 지역에 공헌하면 될 일을 생색이나 내려고?”로 한 발 더 나아갔고 “아무도 그러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에까지 미쳤다.그런데 금방 내 잘못을 깨달았다. 오히려 든 생각은 “전임 국회의원이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2.01.10 09:52
-
소프트파워(soft power). 다른 나라, 다른 지역,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설득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게 만드는 군사력이나 경제력같은 하드파워(hard power)에 대비해 미국 하버드대학의 조셉 나이 교수가 처음 소개했다는 개념.나이 교수는 “파워(힘, 권력)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라며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강압이나 위협으로, 거래를 통해, 매력을 통해서”라고 한다.중국은 이 개념을 진작부터 실행하고 있다. 2007년 후진타오 주석은 소프트파워에 더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1.11.22 14:50
-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있다. 혹시 나이를 먹지 않는 소년을 그린 고전소설 피터팬에 등장하는 요정 아니냐고 한다면 곤란하다. 그건 팅커벨이다. 워라밸은 신조어다.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한 이 용어는 ‘워크 & 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이다. 즉, ‘일(work)과 일상생활(life)이 균형(balance) 잡혀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일과 후에 나만의 생활을 즐기기를 바라는 경향을 반영한 용어다.코로나19가 확산되던 작년 7월~10월 교육부가 온라인으로 조사한 ‘선호직업 순위’를 보면 초등학생들의 경우 운동선수(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1.10.11 22:48
-
중국이 서방세계의 대척점에 서고 있다. 서방세계가 중국의 대척점에 서고 있다고 해도 관계없다. 두 슈퍼파워가 극한의 대립구도에 들어가며 새로운 냉전을 맞고 있다는 말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등장, 그 기원에 대한 논란과 함께 더욱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미국은 쿼드를 주도하며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군사적인 압박을 넣고 있으며, 여기에 우리나라까지 포함시키려 한다.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누구라도 중국을 건드릴 망상을 한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장성 앞에 머리가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1.07.19 22:42
-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라는 말을 유독 많이 사용한다. 서양사람 뿐만 아니라 중국·일본 사람까지도 ‘내 것(my)’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우리만은 과감히 ‘우리(our)’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동네, 우리 집, 우리 차, 심지어는 엄마도 ‘우리 엄마’다.하긴 우리나라는 건국이념조차도 홍익인간이다. 이런 건국이념은 아마 전 세계 유일할 것이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창한 영국의 ‘공리주의’ 개념과 유사해 보인다. 공리주의는 19세기 사상이니까 홍익인간이 수 천 년은 앞선 정신세계임은 분명하다.2002년 월드컵 우리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1.06.08 23:05
-
사람들은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한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권력자가 피지배자들에게 사슴인 것을 알면서도 말이라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한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하지만 이는 정확한 게 아니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 천하를 처음 통일한 진시황 시대에서 유래했다. 진시황은 황제(皇帝)라는 칭호를 처음 사용한 왕이기도 하다. 천만세(千萬世)를 꿈꾸며 동방에서 불로초까지 구하려 했던 진시황은 49살의 나이
기자수첩
김숙중 기자
2021.05.26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