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사상에 오르고 속담 속에 살아있는 민중의 생선, 무전동 세무서 골목명태의 간에서 짜낸 기름으로 등불을 밝혔고, 명태간을 먹은 농부는 눈이 밝아졌다고 한다. 명태는 전통제례 상에 오르는 소수의 선택받은 생선이라는 고귀한 신분이면서, 찬 겨울바람에 말려진 뒤에는 황태 또는 북어라는 별칭으로 술안주와 해장국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민중의 친구기도 하다.명태의 7대 효능, 완전식품에 근접그 효능은 또 어떤가. 명태는 지방·콜레스테롤이 거의 없고 단백질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다른 생선보다 단백질이 두 배
맛집
김숙중 기자
2018.12.10 15:26
-
유자앙금 굴찹사리 업그레이드, 손맛 지키며 새로운 맛 개발 전력이젠 통영을 대표하는 명물이 돼버린 ‘통영꿀빵’,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면 새벽시장 다녀오신 어머니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꿀빵의 추억을 누구나 한번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당시 어머니가 꿀빵을 샀던 가게는 지금처럼 환한 조명에, 요리사 모자를 머리에 얹고, 미소를 머금으며 제품을 건네는 ‘왕친절’ 종업원이 일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식들 키울 학비 마련하기 위해 새벽잠 설쳐가며 꿀빵 빚었던 어머니의 마음이나, 아이들에게 먹일 간식거리 꿀빵을 샀던 어머
맛집
김숙중 기자
2018.11.27 13:08
-
큰딸이 보내온 일기 타도시로 자립해 나간 큰딸아이가 화장품세트와 함께 일기 형식의 손편지를 보내 왔다.일기 속 엄마는 혼자 살아가야 할 딸아이 생각에 마음이 애련하고 아리다.통영 아이들둥지 장계영 원장의 이야기다. “식구가 좀 많을 뿐, 평범한 가정입니다.”아이들둥지는 갖가지 이유로 원가정에서 분리된 아이들이 모여 사는 집이다.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양육을 포기하거나 “어디 당해 봐라.”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낳아 버리고 떠난 엄마의 자녀, 아이들끼리 방치돼 있다는 주민의 신고로 들어오게 된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9.28 12:02
-
헤어, 부띠끄, 살롱 등 세련된 이름의 미용실이 몇 걸음마다 한 집씩 있는 요즘, 통영 정량동에는 우직하게 ‘이용원’의 이름을 지키고 있는 이발소가 있다. ‘통영장인 이용원’ 김정일 원장(64세).요기서 조기로 이사를 다니기는 했지만, 김정일 원장은 25년째 정량동에 자리를 잡고 손님을 맞고 있다.김정일 원장은 거제, 통영, 고성을 통틀어 3명뿐인 ‘이용기능장’이다. 전국에 이발소는 거의 3만 곳에 다다르지만 이용기능장은 150여 명뿐이다. 미용사 자격증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샵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일 원장처럼 도전하는 열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9.07 14:07
-
한산대첩 속 빛났을 우리 무예를 전승한다“얍!”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창이 허공을 가른다. 하늘을 나는 듯 빠르게 방향을 바꾸며 창을 휘두른다. 한산대첩 축제의 단골손님, 24반무예 시범의 한 장면이다.24반무예 경당협회의 정영근 중앙시범단장은 25년째 우리나라 전통무예인 24반무예를 전파하는 무예 전승자다.“24반무예는 정조대왕이 정리한 ‘무예도보통지’에 나와 있는 우리 정통무예입니다.”이 책은 정조대왕이 서거하기 4년쯤 전에 완성됐다. 전쟁에 대한 대비 없이 임진왜란을 치른 조선은 전란 후 전통무예 6가지를 정리해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8.21 13:29
-
운명처럼 오게 된 통영 봉숫골“어쩌면 운명처럼, 통영에 오게 됐다고 생각합니다.”운명을 믿는 편이 아닌데도, 서영주 씨(50)는 통영과의 만남이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립고 사랑하는 첫사랑을 다시 만난 것같은 설렘으로, 남편 백성현 씨(44)는 ‘통영’, ‘봉숫골’이라는 단어를 들은 바로 그날 밤, 무작정 봉숫골로 달려왔었다고 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이곳에 뿌리를 내리기로 결심했다. 영주 씨가 통영, 용화사, 봉숫골 같은 단어를 들은 것은 부산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그룹홈에서 살 때였다. 20대의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8.15 13:20
-
축제의 도시 통영에서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통영을 ‘축제의 도시’라고 한다.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으로 말미암아 국제음악제와 프린지가 있고, 신연극의 발상지이므로 통영연극예술축제가 있고, 통영의 자연과 특산물로 인해 봉숫골벚꽃축제와 굴축제가 있고, 민족의 성웅 이순신으로 말미암아 한산대첩 축제가 있다. 이런 축제들은 누가 만들까?전국 대부분의 축제들은 상설기관 없이 공무원과 관계기관이 협력하여 한시적인 운영기관을 둔다. 그러나 문화예술의 도시 통영에서는 상설기관을 두고 연중 관련사업을 하다가 축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단체가 셋 있다.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8.02 16:32
-
야생화 향기 가득한 농원지기“마삭은 사철 꽃처럼 예쁜 잎을 달고 있습니다. 5월에 꽃이 피는데, 그 향기는 다른 식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하고 향기롭습니다. 10월에 단풍이 들면 겨우내, 이듬해 3월까지 단풍물이 묻어 있습니다. 가지를 전지했을 때 새순이 잘 나오니 모양 잡기도 좋습니다.”통영시 광도면에서 ‘백만송이 야생화농원’을 하는 반창건 씨(61세)의 마삭 사랑은 끝이 없다. 마삭의 매력에 빠져 야생화농원을 시작한 지 14년, 반창건 씨의 야생화농원 5개 하우스에는 갖가지 야생화와 마삭이 가득하다.반창건 씨가 가장 아끼는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7.27 09:10
-
바다에서 시작하는 인생2막“통영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요. 섬이라면 더 좋고요.”김진열 씨(59세)는 통영 귀어학교에서 새로운 인생 2막을 꿈꾸고 있다. 쳇바퀴 돌듯 틀 속에 갇힌 생활, 롤러코스터 같은 부침(浮沈) 속에 고단했던 삶은 이제 추억으로 족하다. 무엇이든 품어주는 깊푸른 바다 속에서, 바다가 주는 만큼 거두고 바다가 안아주는 만큼 안긴 채 남은 인생을 살고 싶다.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면서 우리사주를 통해 제법 큰돈을 모았던 김진열 씨는 2억원을 투자해 버섯을 배양하는 배지를 수입했다가, 고스란히 200만원짜리 비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7.16 20:14
-
“지는 지 묵을 거 묵고, 내는 내 묵을 거 묵고”통영시 광도면 전두리에서 약초 모종을 재배하는 김수찬 씨는 농약도, 비료도 없던 시절에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했듯이 손으로 풀을 뽑고 벌레를 잡는다.밭에 농약을 치지 않아 절대로 ‘박멸’할 수 없는 벌레들이 쌈채들을 뜯어먹어도 “지는 지 묵을 거 묵고, 내는 내 묵을 거 묵고.” 하고 말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수찬 씨네 밭은 풀 반 약초 반이다.“저 게으른 놈, 온 만신에 저래 풀밭을 맹그러놓나?”동네 어른들이 수찬 씨 밭을 지나가며 혀를 차도 수찬 씨는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7.03 09:19
-
바다가 안아준 사람들윤슬이 반짝이는 통영 바다는 그림처럼 잔잔하게 펼쳐져 있었다. 새파란 하늘을 그대로 담고 깊디깊은 품으로 고요하게.... 한 시간째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 바다가 문득 말을 걸어왔다.“괜찮아. 수고했어. 잘했어.”이규명(50) 씨는 그만 눈물을 왈칵 쏟았다. 숨가쁘게 달려온 인생이 위로받는 기분이었다.서울에서 잘나가는 교육회사의 경영본부장으로, 영재들을 키우는 학원의 원장으로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기만 했던 이규명 씨가 통영에 이사 오게 된 동기다.“원래는 강릉에 가서 살고 싶었어요. 힘들 때마다 바다를 찾아가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5.21 19:05
-
박경리 선생의 10주기 추모제에서 외동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을 만났다.모진 세월을 겪은 탓에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걸음을 옮기던 김지하 시인은 선배이자 장모인 박경리 선생에 대해 “대~단한 분이죠.”라며 말머리를 떼었다. “내가 평소 소설은 잘 안 보는 편인데, 우리 장모 소설만은 완독했어요. 박경리 선생님은 인류와 민족에 대한 예언자입니다.”박경리 선생의 평론을 쓰며 꼼꼼히 문학을 뜯어본 대시인의 평이다.박경리 선생은 하나뿐인 사위 김지하 선생을 많이 아껴주셨다 한다.“하지만 나중에는 나
카메라 탐방
김선정 기자
2018.05.10 10:18
-
박경리 10주기 추모 전국 백일장통영 산양읍 박경리묘소 일원에서 열려... 햇살 따뜻한 어린이날, 통영시 산양읍 박경리공원에서는 박경리 선생의 10주기를 기념하는 전국 백일장이 열렸다.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된 이번 백일장에는 청소년부에 ‘신발’, 대학·일반부에 ‘뚜껑’이라는 시제가 주어졌다.청소년과 대학·일반의 문학도들은 박경리 선생의 묘역 근처에 흩어져 앉아 글쓰기에 골몰했다. 하늘은 높았고 햇볕은 따뜻했다. 그리고...사색하는 젊음은 아름다웠다.
카메라 탐방
김선정 기자
2018.05.06 22:23
-
제96회 어린이날 기념 해양소년단 주최 바다축제체험과 볼거리 가득한 즐거운 하루신나는 어린이날, 통영 도남동 트라이애슬론광장 내 특설행사장과 도남만 해상에서 어린이날 큰 잔치가 열렸다. 한국해양소년단경남남부연맹(연맹장 공인찬)과 통영시가 공동주최하는 제25회 바다축제의 올해 주제는 “내가 바라는 세상!”이다. 청소년 방송댄스, 응원치어댄스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열림식, 통영통영소방서 소방정 및 통영해양경찰서 방제정 축하 방수시범, 방송댄스, 밸린댄스, 점핑 휘트니스, 익스트림 마샬아츠 시범, 애견훈련시범, 태권도 시범
카메라 탐방
김선정 기자
2018.05.05 21:27
-
같이 부르는 노래“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쓰라린 이별만은 없었을 것을~”박서정 요양보호사(61세)는 뇌경색으로 거동이 어려운 할머니와 마주 앉아 노래를 부른다.조용한 시골 마을, 오늘은 할아버지가 마을 사람들과 단체 관광을 가서 할머니 혼자 집을 지킨다. 좋아하는 노래에 흥이 나자 할머니는 손을 뻗어가며 다음 소절로 넘어간다. “해 저문 부두에서 떠나가는 꼬막배를~”배를 탔던 할아버지 덕에 할머니의 노랫말은 ‘연락선’이 아니라 ‘꼬막배’다. 젊은 시절, 할아버지가 꼬막배를 타고 바다로 일을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5.01 09:48
-
투자할 때는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판다"부동산 경기는 그 시기, 그 지역의 경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다는 건 그만큼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말이다. 지금 통영의 산업이 무너지자 가장 먼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것처럼.하지만 통영의 부동산전문가 이창근 소장(49세)은 “지금이 내집 마련 등 부동산을 마련해야 할 적기”라고 말한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머뭇거리지만 알 수 없는 저점을 고집하지 말고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판다”라는 기본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4.23 18:26
-
극단 벅수골의 간판배우 이규성 씨가 지난 4월 15일에 폐막된 경남연극제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았다.이규성 씨는 고3이던 1992년에 처음 벅수골에 연습생으로 발을 들여놓은 이래 지금까지 줄곧 벅수골에서 연기 인생을 펼쳐온 통영 연극인이다. 당시 연출이었던 장창석 대표가 “추억 삼아 해 볼래?” 하며 ‘해평 들녘에 핀 꽃’의 닻줄이 역할을 맡겼던 것.그 첫 프로무대에서 규성 씨는 연극이라는 멋진 장르와 조우했다.“암전되고 막이 바뀔 때, 사고가 있었어요. 여주인공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철철 났지요.”아내와 영
카메라 탐방
김선정 기자
2018.04.23 11:07
-
연리지, 두 나무가 만나 한 나무가 되다서로 맞닿아 연이어진 나뭇가지를 ‘연리지’라 한다.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이다.결혼을 통해 우리나라에 옮겨심기 된 결혼이민자들의 가정은 연리지 같다. 기후와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자란 이들이 옮겨심기돼, 이땅의 나무와 가지를 잇대고 뿌리를 내려 한 나무가 되어가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결혼이민자로서 또다른 결혼이민자를 돕는 맹상화 씨는 연리지를 가꾸는 과수지기라고나 할까?맹상화 씨는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난 중국사람이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4.16 18:40
-
엄마가 빈 시간, 엄마가 돼주는 사람새벽 6시, 정미경 씨는 아들 셋의 엄마가 된다. 정작 자기 아이들은 군대로, 대학으로 내보내 같이 살지 않지만, 한 달에 두세 주는 이렇게 7살, 초등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의 엄마가 된다.“이제 인나라, 학교 가야지~”배를 타고 나간 아이들의 아빠는 다음주에 돌아온다. 한부모인 아빠가 없는 동안, 미경 씨는 6시에 이 집에 와 밥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깨워 학교에 보낸다.7시 반에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을 내보내고 9시에 막내를 어린이집 버스에 태워 보내는 것까지가 미경 씨의 일이다. 어린이집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4.09 10:59
-
18년 활어거리 지킨 거창아지매“예예, 10시까지라꼬요? 예, 알겠심더.”서울에 10시까지 대려면 첫차에는 물건을 실어야 한다.새벽에 나가 작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단골의 주문은 언제나 고맙고 반갑다. 거창아지매 윤춘희 씨(58세)는 18년째 중앙시장 데파트 활어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수조에 각종 활어를 담아놓고, 손님의 주문에 따라 회를 떠 주는 일이 춘희 씨의 업이다. 통영 사람들은 대개 집으로 가져가고, 관광객들은 골목을 마주대하고 있는 초장 집으로 들어가 싱싱한 회를 즐긴다.
일하는 사람들
김선정 기자
2018.03.27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