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 있었던 추억의 1970년대, 뱃손님들·관광객들 사로잡은 바로 그 맛!


“착한가격 8,000원 해물뚝배기 맛 지키기에 바친 43년 외곬 인생”

 

강구안은 통영의 번성기를 상징하는 장소의 하나다. 육로교통이 원활치 않던 시대 뱃길은 더 없이 편한 교통수단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으레 여객선터미널 주변이었다. 세월은 흘러 여객선터미널은 자리를 옮기고, 관광객을 끄는 거북선과 청춘들이 뛰노는 문화마당이 들어섰지만 4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도 더러는 있다. 강구안 뒷골목 꺾어들자 오래되고 귀한 목재에 『새집식당』이라고 새겨진 가게도 그 중 하나다.

개업 43년, 통영원조 해물뚝배기

당시 상호는 벌집, 통집, 발집 등이거나 자녀의 이름에서 따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집에 식당을 마련했다고 대뜸 『새집식당』이 됐다. “부모님이 1970년 충무우체국 인근에 개업했으니 올해로 43년째고, 이곳으로 옮긴 것이 1976년쯤이니 이 자리에서만 37년째”라는 김원 사장(43)은 “해물된장뚝배기는 우리 가게가 통영에서 처음이었다”고 말한다. 그 뿐 아니다. “통영에 있는 식당 중 수족관을 처음으로 설치한 곳도 우리『새집식당』”이라는 김원 사장은 “부친이 직접 손수 수족관을 제작하셨다”고 말한다. 여객선터미널 인근답게 유동인구가 많아 식당마다 손님으로 넘치던 시절, 남들보다 앞섰던 경영인이었던 것이다.

“통영産 해산물만 사용합니다”

▲ 새집식당만의 물회

『새집식당』의 메뉴는 ‘선택과 집중이랄까’ 단촐하다. 해물뚝배기, 해물탕 그리고 물회 뿐이다. 최근의 위생경향에 따라 개별 뚝배기로 나오는 해물뚝배기에는 통영산 活해산물만 들어간다고 한다. 삐뚜리, 돌고동, 굴, 바지락, 홍합, 가리비 등. 주중에는 통영손님들이 찾고,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인기메뉴다. 단 해물뚝배기에는 새우와 꽃게는 넣지 않는다.

해물탕에는 새우와 꽃게가 당연히 들어간다. 이외에도 쭈꾸미,게조개, 딱새우 등도 함께 넣는다. 시원하고 개운한 『새집식당』표 해물탕 국물맛은 청양고추에 그 비결이 있다.

『새집식당』물회의 특징은 물을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물회초장을 미리 만들어 놓지도 않는다. 새콤상큼한 초장맛이 달아나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친이 초장만큼은 맛이 기가 막히게 만든다”는 김원 사장은 “매실액기스를 넣어서 만드는 특제소스에 맛의 비밀이 숨어있다”고 한다.

옛날통영사람이라면 새집식당 다 알아요

『새집식당』에는 유난히 고령의 단골이 많다. 43년의 전통을 자랑하니 그도 그럴 만할 것이다. “부산에서도 오시고, 서울에서도 오시고 심지어는 일본에서도 알고 오는 분들이 종종 있다”는 김원 사장은 “우리 가게가 아마 일본관광공사 책자에 소개되기도 한 모양이더라”고.

70대, 80대 단골이 예사인 곳 이다보니 가끔은 노인들의 자제들이 성장해서 다시 가게를 찾아오기도 한단다. “어릴 적 아버지 손잡고 와 먹었던 해물된장 맛을 잊지 못해 왔다”면서.

소설 속에만 있을 법한 에피소드도 있다. 치기 어린 젊은 시절 『새집식당』음식값을 떼어먹고 객지로 갔던 청춘이, 성공을 거둔 다음 귀향해서는 ‘당시 내가 주지 못했던 외상값’이라며 돈을 내놓더란다. 정작 가게주인은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한번은 방송국의 요청에 따라 평소보다 푸짐하게 음식을 장만한 적이 있는데 방송을 보고 전화를 해 “정말 그 정도가 나오냐”고 묻길래 “좀 과장됐다”고 솔직히 말하자 오히려 “당신 가게는 정직한 가게”라며 칭찬하던 시청자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맛좋다는 칭찬이 43년 버티게 했다”는 김원 사장의 모친 장복지 여사(67). 해물뚝배기, 해물탕 맛을 찾아 강구안 뒷골목을 찾아가보자. 옛 추억도 되살릴 겸 말이다.

<김숙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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