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찬 기자수첩

취재를 오라 해놓고 밥 사먹으라고 돈봉투를 건넨다. 굳이 사람들 보는데 주는 걸 보면  촌지 잘 받는 기자로 보이나 보다. 밥 사먹으라며 어르신이 주는 봉투에 5만원권 지폐 두장이 담겨져 있었다.

학생들도 보고 있고, 지역의 경찰관, 중앙동 주민과 시장상인도 참석했다. 세상에 귀한 돈이 아닌 것은 없지만, 특히 척박한 중앙시장 삶의 터전을 잡고 가족의 생계 유지도 벅찬 곳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거목들을 위해 푼돈을 모아 긴 세월을 지원해 오고 있다. 정중히 광고로 데스크에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리자, 그래라 하며 승낙해주셨다.

중앙동장학회는 살아 있는 28년 역사이다. 16명의 상인이 매월 2만원씩 28년 간 시장 난전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통영 출신의 학생들에게 장학금 30만원씩 매년 지급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수혜자는 168명이며 지급액은 총 5,040만원이다.

얼마전 타계한 신영복 교수는 책 유산을 남겼다. 변방을 찾아서는 지역의 기록이다. 생전 그의 지론인 구시대와의 결별은 각성과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이라면 변방이라고 일갈했다.

지역의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창조의 공간이기에 낡은 것에 대한 냉철한 각성과 그것으로부터의 과감한 결별이 변방성의 핵심으로 이를 실천하는 기자들의 자각도 필요하다 하겠다. 유혹에도 비켜서지 않는 이날의 일을 되새겨 봤다. 우공이산처럼 먼 길을 우직하게 걷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자각이 필요하고 함께 가는 동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 내는 길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누구나 새겨야 될 문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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