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찬 기자수첩

지난달 30일 오전 추용호 소반장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행인들이 집기를 들어내고 있으니 와달란 전화였다. 120년 간 부친에 이어 무형문화재의 추 소반장인은 이날 맥없이 허물어졌다. 그는 차마 집을 지킬 수 없어 먼 발치에서 쳐다봤다.

김동진 통영시장과 행정은 기어이 소방도로를 내겠다며 명도소송을 진행했고 윤이상 생가터를 비롯해 추용호 소반장인의 집을 비우라며 맞서 결국 법정에서 승소했다. 윤이상평화재단 전 이사장인 영담스님도 지난 2014년 5월 30일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공염불이 됐다.

김동진 시장은 지난 2010년 7월 한 알의 밀알이 돼 남해안 시대를 이끄는 리더십을 보이겠다며 민선 5기 목민관으로 취임했다. 7년간 선거법 위반으로 야인 생활을 하며 이웃의 아픈 삶을 제대로 바라보려면 스스로 아파보아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했으나 헛 구호가 됐다.

“사람 중심, 푸른 통영”이란 기치를 내걸고 선봉에 서겠다고 했고 빛나는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갖고 있기에 한국현대사를 빛낸 예술인들의 발자취는 정신의 풍요를 누리게 하는 불멸의 유산임을 주장하며 고품격 문화도시 슬로건을 내세웠다.

통영은 산업화ㆍ정보화 시대에 메말라 가는 정서를 되찾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고향이 돼야 함에도 문화유산 현장을 파묻어 버리게 한 장본인으로 역사에 기록이 됐다.

그는 개인과 개인, 단체와 단체, 개인과 단체 그리고 시민과의 소통을 꼽았고 시장실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이와 별도로 그는 지난달 31일 국회헌정 도서관에서 모일간지가 수여하는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대상 지방자치대상 창조행정부문을 수상했다. 윤이상 생가터를 도로에 묻히게 하고 인간문화재를 쫓아내는 창조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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