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요양병원 안전관리 QPS안진희 팀장

“환자안전, 내가 책임진다”

“다 같이 따라해 보세요.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환자 확인 밴드는 투약의 실수를 막는다.

충무요양병원의 안진희 QPS팀장은 환자들 앞에서 손씻기 시범을 보인다. ‘퐁당퐁당’에 손바닥을 문지르고 ‘돌을 던지자’에 손등을 문지른다. 동요에 맞춰 손바닥과 손가락, 손등, 손톱 사이를 씻으면 보건복지부에서 권장하는 손씻기 시간 30초가 된다.

QPS팀장인 진희 씨가 하는 일 중 하나가 이런 환자 교육이다. 손씻기뿐 아니라 낙상예방, 욕창예방, 신체보호대 사용 등에 대해 교육한다. 때로는 캠페인 같은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아는 만큼 사고가 줄기 때문이다.

“환자와 보호자 교육, 직원 교육, 사고 보고를 통한 통계지표관리 같은 일을 합니다. 환자의 안전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모든 일을 하지요.”

감염과 사고 등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전문제를 책임지는 것이다.

손씻기가 모든 위생의 기본이다.

통영에 둘뿐인 환자안전관리요원 QPS

QPS는 2016년부터 법제화되어 200병상 이상 되는 의료기관에 두도록 되어 있는 환자안전관리요원을 말한다.

2010년 한 어린이 백혈병 환자가 마지막 항암주사를 맞은 지 33시간 만에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2016년에 ‘환자안전법’이 만들어졌다. 병원의 의료사고를 덮어둘 게 아니라 오히려 정보를 공유하여 재발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이 법에 의해 200병상 이상 병원급, 100~500병상 종합병원에서는 1명 이상의 안전관리요원을 두고 오직 환자안전관리만 전담하도록 했다. 지금은 대학병원이나 정신, 요양, 재활 병원에서만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에 통영에는 도립병원과 충무요양병원 두 곳에만 안전관리요원이 있다.

치료보다 예방, 창의적인 업무

요양병원에서 낙상사고는 흔한 일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밤에 화장실로 이동하다가 주저앉기도 하고,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떨어지기도 한다.

안팀장은 낙상사고를 줄이기 위해 캠페인도 하고 안전장치도 만들고 환자 교육도 한다. 교육 후에는 사고 횟수를 지표화해서 효과를 확인한다.

비누로 손을 씻은 다음에 남아 있는
세균들이 형광색으로 보인다.

손씻기가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주기 위해 손을 씻은 후 세균에 반응하는 형광물질을 바른 다음 세균이 얼마나 없어졌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게 하기도 한다. 이에 필요한 물품지원이나 관리도 안팀장의 몫이다.

하지만 여태 이런 역할 없이도 병원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병원장이나 부서장의 협조가 없으면 안전관리요원은 유명무실해지기 쉽다. 정책상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손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저희 병원장님은 제가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해 주십니다.”

안팀장의 말이 과장이 아닌 건 업무 칠판에 빼곡이 적힌 교육 일정에서 알 수 있다. 주도적으로 교육활동을 하고 능동적으로 연구에 참여한 결과, 5개월 만에 보건복지부의 인증을 얻어냈다.

"퐁당퐁당" 노래에 맞춰 환자들을 교육하는 안진희 팀장과 직원들

나이팅게일을 꿈꾸던 소녀, 환자안전책임자 되다

안진희 QPS팀장은 어려서 막연히 간호사를 동경했다. 자연스레 간호대를 가고 서울의 대학병원 간호사가 됐다.

첫 번째 배정받은 부서는 중환자실이었다. 낯설고 예민한 기계들이 가득하고 수시로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중환자실에서 새내기 간호사는 힘들고 무서워 울기도 했다.

병실 일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신체리듬을 바꿔야 하는 3교대 시스템에도 적응해야 했고, 근무하는 병동에 따라 다양한 질환을 늘 배워야 했다.

“저는 늘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이상의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문을 외듯 운전대에 이 말을 붙여놓고 늘 역량 이상의 것을 해내려고 노력했지요.”

안진희 팀장은 15년 동안 대학병원에 근무하면서 모범직원 표창, 칭찬릴레이표창(Best직원), 10년근속상 등을 받았다. 통영에 내려온 다음에는 충무요양병원 수간호사로 개원부터 함께 했다. 그리고 QPS부서가 신설된 작년 6월에 안전관리책임자가 됐다.

왼쪽부터 김동진 부원장, 김경주 원장, 간호부장, 안진희QPS팀장

충무요양병원 개원 1년 반, 상생의 길

충무요양병원은 2016년 9월에 개원했다. 재활의학, 가정의학, 한방, 내과의 4개과에 상근의사가 6명이다. 김경주 병원장은 “인간사랑의 변함없는 가치를 추구하는 최고의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치유의 기쁨과 직원 행복이 있는 병원,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여 지역사회에 이바지 하는 병원이 되겠습니다.”고 비전을 말한다.

김경주 원장

충무요양병원은 재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1층엔 타병원 물리치료실과 같은 통증치료실, 2층엔 1:1로 재활치료를 하는 재활치료실이 있고 물리치료사만 18명이 근무한다. 그러다보니 요양을 위해 입원했던 어르신 중에도 건강이 회복돼 퇴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원과정부터 함께 했던 김동진 부원장은 “건물을 지을 때부터 재활 중심으로 특성화했다.”며 큰 창문, 넓은 복도, 널찍한 병실을 보여준다.

30년차 간호사인 장영숙 간호부장은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원장님의 마인드가 좋아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며 그 증거 중 하나가 안팀장처럼 유능한 QPS요원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게 받쳐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 생긴 직종이라 누구에게나 낯선 일이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안전의 길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 교육이 QPS팀장의 주요 업무다.
"정확한 환자 확인" 캠페인을 벌였다.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끝난 뒤 10분, '찾아가는 환자 교육'을 한다.
욕창 방지법, 낙상주의법 등 사고를 줄이기 위한 교육을 한다.
환자들 사이에서 '안전 선생님'으로 통한다.
직원과 부서장, 병원장의 협조 속에 안전한 병원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1:1 관리를 하는 재활치료실
인지 치료를 받고 있는 예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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