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너 거기도 있었구나.
시멘트로 발라버린 골목, 돌담 아래.

고 작은 틈새, 고 쬐끄만 흙 속에 뿌리 내리고.

이끼 낀 시간일랑 아랑곳없이 

발뻗을 바닥만 있으면 피어나는구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노래한 시인이 본 건 너였을까?

손톱보다 작은 꽃, 저마다 다른 모양, 저마다 다른 빛깔 피워내며

쪼그리고 앉기 전에는 네 모습, 네 빛깔 미처 못 보았구나.

우리 마을 내 발치에서 그렇게 재잘거리며 피어있는데.

무심히 지나치는 내 발길에도 아랑곳없이,

맡은 만큼의 빛깔과, 가진 만큼의 향기로 봄을 피워내고 있었는데.

참 고맙다, 콘크리트 속에도 찾아와 줘서. 

참 고맙다, 앞만 보고 뛰다가 문득 멈추고 봄을 생각하게 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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