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아카데미 4분33초 대표 고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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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의 나비부인

오페라 나비부인은 푸치니가 롱이 쓴 통속소설을 바탕으로 자코사와 일리카라는 대본작가와 함께 완성한 작품입니다.

1904년 2월 17일, 밀라노 스칼라 오페라 극장에서 처음 선보인 나비부인은 처음엔 대 실패로 끝납니다. 초연 시 2막으로 구성되었던 나비부인은 일본식 5음계에 익숙하지 않았던 청중과 지루한 2막의 구성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던 거지요.

결국 푸치니는 5월 28일 브레시아에서 두 번째 공연 때 대폭적인 수정을 하게 되었고 그 공연에선 크게 성공합니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원작은 미국의 변호사 롱이 쓴 소설입니다. 그런데 롱의 소설은 온전히 자신의 창작물은 아니었습니다.

피에르 로티라는 프랑스 해군 장교가 동양에서의 근무가 끝난 후 파리로 돌아가 동양을 소재로 한 쓴 작품집들 중 ‘국화부인’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프랑스 해군 장교와 현지 게이샤와의 계약 결혼을 다룬 것이었는데, 롱이 선교사로 일본에 있던 여동생으로부터 게이샤가 사랑에 실패하고 음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 이야기를 덧붙인 겁니다.

미국의 극작가 벨라스코는 이 소설을 읽고 희곡으로 각색해 크게 성공합니다. 벨라스코는 희곡으로 각색할 때 자신의 아이디어를 많이 첨가하는데, 오페라에서도 볼 수 있는 허밍코러스 장면 등은 그의 아이디어입니다. 푸치니가 영국에서 이 연극을 보게 되어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주요 등장인물은 나비부인(초초상)과 나비부인의 하녀인 스즈키, 그리고 미국 해군 중위이자 나비부인의 남편이 되는 핀커튼 등입니다. 이들이 1900년대 일본의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극을 이끌어 갑니다.

1900년대는 동아시아의 격변기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있었고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국력이 급격하게 발전해 1894년 청일전쟁과 1904년 러일전쟁을 모두 승리하여 동아시아의 강자로 발돋움하던 그 때입니다.

나비부인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살펴보면 핀커튼이 초초상과 결혼하여 아기를 가지게 되나 떠나 버리고 혼자서 3년간 아이를 기르며 그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이 결혼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초초상과는 달리 핀커튼은 미국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정식결혼이라고 생각하여 군대가 잠시 주둔하던 때의 추억정도로만 취급합니다.

핀커튼은 초초상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 거라고 여기고 일본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초초상이 그를 기다리며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진짜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느끼지요. 그러나 초초상은 그와 함께 온 핀커튼의 부인을 본 후 절망하여 자결하게 됩니다.

그런데 뭔가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나비부인은 그 음악적 아름다움으로 인해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사회학적인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가장 우선시되는 첫 번째 문제점은 서양 남성에게 비친 동양 여성에 대한 비하입니다. 핀커튼의 욕망은 초초상의 우아함에 대한 예찬이 아니라 ‘날개를 부러뜨리더라도 잡아보고 싶은’ 정복의지입니다. 게다가 2막에서는 동양의 여성상을 ‘작고, 보잘 것 없고, 조용하며, 수동적이고 순종적이며 지조를 높이 산다’라고 그립니다. 서양의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입니다.

둘째는 제국주의 시대를 지배했던 서방 국가의 동방 국가에 대한 문화적 우월성에 대한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입니다. 핀커튼은 1막에서 신혼집을 보는 장면을 통해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는 일본의 전통 가옥을 조롱합니다.

게다가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는 일본식 가옥을 포함하여 집이나 계약이나 모든 것이 고무줄을 늘이듯 마음대로라며 비웃습니다. 초초상이 가져온 조상의 얼이 담긴 신상을 장난스럽게 취급하며 일본 문화 자체를 부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페라 나비부인이 만들어질 당시와는 다르게 동양인 중에 좋은 소프라노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초초상은 여전히 서양의 여성 소프라노가 맡고 있다는 문제점을 들 수 있습니다. 서양 여성에게 기모노만 입힌다면 15살 일본 소녀가 되는 설정은 오페라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두 가지 문제를 파생시킵니다.

무엇보다도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시각을 동양 여성을 넘어 서양 여성에게도 심을려고 하는 의도입니다. 마치 진정한 여성상은 ‘순종적'이고 ‘순진한’ 동양 여성이므로 서양 여성도 ‘순종성’과 ‘순진성’을 배우라고 다그치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아직도 동양은 주변인에 머물고 있어야 한다는 서양적 시각의 확증입니다. 나비부인의 초초상 타이틀이 가진 의미가 여성 소프라노에게는 크다는 점을 들겠습니다. 오텔로가 테너가 이끌어 가는 대표적인 오페라라면 나비부인은 소프라노가 극을 주도하는 오페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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