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의 외동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과 김지하 시인

박경리 선생의 10주기 추모제에서 외동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을 만났다.

모진 세월을 겪은 탓에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걸음을 옮기던 김지하 시인은 선배이자 장모인 박경리 선생에 대해 “대~단한 분이죠.”라며 말머리를 떼었다.

“내가 평소 소설은 잘 안 보는 편인데, 우리 장모 소설만은 완독했어요. 박경리 선생님은 인류와 민족에 대한 예언자입니다.”

박경리 선생의 평론을 쓰며 꼼꼼히 문학을 뜯어본 대시인의 평이다.
박경리 선생은 하나뿐인 사위 김지하 선생을 많이 아껴주셨다 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나쁜 놈이라고…, 내가 워낙 딸을 고생시켰으니 안 그렇겠소?”

유신독재정권에 항거하며 7년 가까운 수감생활과 몸과 마음이 망가져 술로 보낸 세월…. 박경리 선생이 애가 닳았을 건 말 안 해도 알 일이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옥바라지, 병바라지로 세월을 보내야 했으니….

손자를 도맡다시피 해서 키워야 했던 박경리 선생은 안 그래도 한 많은 세월에 사위로 인해 피맺힌 삶을 살았다.

하지만 박경리 선생이 타계한 이후, 김지하 시인은 그때까지 걸어왔던 인생길과 상반된 언행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변절자’라는 낙인을 받았고, 보수 진영에서는 김지하 시인을 내세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을 결집시켰다.

이에 대해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너무 많이 왜곡돼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예요. 김지하 선생님이 많은 말씀을 하시는 중에, 문맥 상관없이 한 도막을 떼어내서 자기네들이 듣고 싶은 얘기를 붙여서 확산해 버리니까….”라며 그동안의 곤혹을 표현했다.

얼마 전에는 네이버에서 김지하 선생님이 썼다는 왜곡된 글이 돌아다녀서 경찰에 조사를 외뢰하기도 했다. 이런 왜곡들을 바로잡고자 올해 3월 5일에는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는데, 여기서도 김지하 시인은 자신을 좌파나 우파에 맞추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토지문화재단의 박경리문학제 이상희 실행위원장은 “선생님은 우주와 세계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인데, 그렇게 큰 틀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기자들이 필요한 대로 따서 쓰고 있다.”며 인터뷰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김영주 이사장은 “(김지하 시인은) ‘나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가운데파도 아니오. 나는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이오.’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거면 모든 대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지하 시인은 “남들에게는 어떻게 비쳤을지 모르지만 내가 찾으려는 것은 ‘아름다움’이었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시대의 미학자로 남고 싶은 시인에게, 어쩌면 이 땅이 너무 분명한 선긋기를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경리 선생의 묘소에 오르는 길지 않은 길도 김지하 시인은 힘겹게 올라야 했다.
시대의 불운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온 김영주 이사장과 김지하 시인

 

키워드

#N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