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지욱철 공동의장

통영에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새삼 실감합니다.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흰색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아침이면 죽림사거리부터 시작해 북신사거리를 거쳐 구름다리 입구까지 차량을 향해 절하는 풍경은 이제 통영의 아침 풍경이 되었습니다.

통영 시의원이 되겠다며 나선 사람이 우후죽순처럼 많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도 명함을 내미는 후보가 참 많습니다. 그들에게 “왜 시의원이 되고 싶습니까?”라고 물어보면 묵묵부답이거나, 대답이 궁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왜 많은 사람이 시의원이 되려고 할까요? 그동안 통영시민에게 비친 시의원의 모습을 생각하니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시의원은 각종 행사에 참석해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각종 민원청탁을 받고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거나, 공무원 위에 군림하는 모습만 기억되는 것은 저만 그런가요? 아주 슬픈 현실입니다. 시의원다운 시의원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 이는 통영이 안고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젯거리입니다. 선택할 사람이 없어 투표를 포기하거나 어쩔 수 없이 투표하였던 점은 우리의 슬픈 현실이었습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고 싶습니다. 그동안의 정치관성과 타성에서 벗어난 사람을 선택해 시민의 일을 맡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법이 정하고 있는 시의원의 일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의결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례의 제정과 개정, 그리고 폐지를 발의하고 의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심의·확정하고 결산의 승인을 의결할 권한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사용료, 지방세 부과를 결정할 권한도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재산의 취득, 처분, 공공시설의 설치관리 및 처분의 의결 권한도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권한이 아니겠습니까? 둘째, 행정사무 감사권과 조사권을 가지고 행정의 잘잘못을 가리는 권한이 있습니다. 셋째, 청원심사권과 자율권이 있습니다. 공무원 비위의 시정이나 징계, 그리고 처벌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있습니다. 공무원이 시의원 앞에서 쩔쩔매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권한을 법적으로 시의원에게 보장하는 까닭은 행정부를 견제하여 시민을 위한 행정이 되게 함입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통영시민의 삶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11일 통영시의회 제185회 임시의회에서 시민의 재산인 공유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조례를 개정한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스스로 발의한 것이 아니라 일명 “청부입법”으로 시장의 요구에 따라 한 시의원이 발의한 조례개정이 통과되는 현장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 시의원은 시장의 요구대로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며 논란의 핵심이 된 삼화토취장과 안정리 산 264-1번지의 대토를 시장의 임기 내에 하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믿었다고 했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그 약속은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통영시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시의원 임기 4년간 시정 질의 한 번 하지 못하고, 조례 발의, 개정안 발의 한 번 못한 시의원도 있습니다. 시의원 자질도 문제입니다. 성직자 폭행으로 불구속 기소가 된 현역의원, 스탠포드호텔 입점특혜시비 논란에 연루되어 퇴출 압력을 받은 의원, 시장 판공비 카드사용으로 논란이 된 의원도 있었습니다. 거수기에 불과하거나 함량 미달의 시의원이 있었다는 말이지요. 그런 시의원들이 또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며 입후보했습니다. 절망적입니다. 이들이 다시 당선되어 의회로 들어간다면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것입니다.

통영에는 “시의원이 되려면 건널목 앞에서 깃발을 들어라”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돕니다. 정량동, 동호동에서 시작된 교통 신호대 선거운동은 시내 전역으로 퍼졌고 광도면, 용남면까지 번졌습니다. 시의원에 당선되려면 교통봉사대에 가입해 비법이라도 배워야 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교통봉사활동이 시의원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요? 통영시민의 비극이고 슬픈 자화상입니다.

못된 구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희망을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시의원은 통영시정을 견제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입니다. 그러려면 법률, 경제, 문화, 노동, 복지 등 수많은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정도의 의식수준을 갖추어야만 합니다. 아니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할지라도 ‘시민’의 입장에 서서 공익을 추구하려는 가치관이라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되려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시의원의 권리를 시의원이 제대로 행사하려면 시의원도 공부해야 합니다. 이렇게 공부라도 하는 시의원을 뽑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통영시민 여러분!
어려운 통영의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행동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지혜를 보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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