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페스토란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당선 후에도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은 시민운동을 말합니다. 좋은 감시자들이 많아야 좋은 정치가 가능하다고 여기며 오늘은 통영시 시장 후보들의 공약을 이 칼럼란의 취지에 맞게 문화, 예술 분야(이하 문화)에 국한하여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장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토해 보고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캠프에 문의할 때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후보자들이 문화와 관광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약에 사용한 단어를 정확히 모르고 사용하고 있거나 단어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버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경제공약이 숫자, 다시 말해 수치의 정확성이 중요하다면 문화 분야는 단어의 정확한 사용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선거이기 때문에 선언적인 용어라고 이해하더라도 문화에 관한 공약은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화는 타 분야와 다른 특수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지원이 꼭 필요한 분야라는 점,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점 등이 특히 그렇습니다. 따라서 공약을 소개할 때 어젠다(방향성, 의제)의 제시,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분배에 대한 입장, 조례 등 시스템과 절차에 대한 정비계획의 유무, 인재양성에 대한 공약이 있는지 유의하여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영사정상 관광과 연결되는 부분도 살폈습니다.

교육과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물들이 있기 때문에 어젠다의 제시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예향 도시라고 자부하는 곳의 시장후보라면 문화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 여겨집니다.

자원의 효율적 분배에 대한 입장이 있어야 하는 건 국가나 지방단체 혹은 기업체의 지원과 후원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적인 눈으로 볼 때 문화는 그다지 매력적인 것이 아닙니다. 통영에도 문화지원에 대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가 시장이라면 있어야 하겠습니다.

시스템과 절차에 대한 견해를 요구한 건 이는 평소 시정(市政)과 시사정(市事情)에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재양성에 대한 건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이해하실 꺼라 여겨집니다.

(덧붙임 : 처음 작성한 글은 평가가 포함되어 있어 선거법상 위반여지가 있다고 유권해석을 받아 따로 평가부분은 뺐습니다. 독자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독자분들이 판단하실 때 도움을 드리고자 후보자들이 사용한 용어는 별도로 사전적 해석을 달아 둡니다.)

모든 캠프에 똑 같은 질문을 드렸고 별도로 주석을 설명해 준 캠프는 강석주 후보 캠프라 관계자의 말이 다른 캠프에 비해 많이 인용되었습니다.

 

◇ 강석주(더불어민주당) 후보

강석주 후보는 국제옻칠비엔날레의 추진, 문화예술재단의 설립, 윤이상 국제음악원 추진 등을 내세웠습니다. 강석주 후보의 공약에는 어젠다 제시와 시스템과 절차에 대한 공약은 없었습니다.

자원의 효율적 분배에 관해선 문화예술위원회를 설치하여 문화정책 입안과 자원 배분 시 문화예술인과 통영시민 등이 모여 자문역할을 하는 것으로 하는 공약이 해당하겠습니다.

인재양성을 위해 윤이상 국제음악원(가칭)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공약집에는 없지만 강석주 후보 캠프의 관계자 말에 따르면 윤이상 국제음악원의 성격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합니다. 음악창의도시지만 음악관련 학교가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연구중이며 윤이상 국제음악원은 그 방향을 제시하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광과의 연계성 있는 문화 공약으로 옻칠국제비엔날레를 말하고 있습니다. 동피랑 벽화 축제가 2년마다 열리는 것에 착안하여 옻칠을 이용한 미술품을 전시한다는 계획이라 합니다. 동피랑 옻칠 벽화, 옻칠 공예, 옻칠 미술 등 옻칠을 활용한 국제비엔날레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 강석우(자유한국당) 후보

강석우(자유한국당)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문화 공약이 많았습니다. 통영 음악 아카데미 설립, 통영국제음악당 내에 세계 민속 악기 전시관 및 음악 전문 서적 도서관 운영, 세계 4대 해전인 한산대첩의 국제화, 12공방 비엔날레를 개최, 전국 프린지 경연대회 개최 등을 공약집에 실었습니다. 강석우 후보 역시 어젠다 제시와 시스템과 절차에 대한 정비 공약은 없었습니다. 또한 효율적인 자원 분배에 대한 공약도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관광과 문화를 연결시킨 공약이 많았습니다.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통영 음악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통영국제음악당 내 세계 민속 악기 전시관 및 음악 전문 서적 도서관을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관광과의 연계성을 가진 공약으로는 12공방 비엔날레 개최, 전국 프린지 경연대회 개최, 그리고 크게 보아 한산대첩의 국제화입니다.

 

◇ 진의장(무소속) 후보

진의장 후보는 어젠다로 ‘통영의 정체성 찾기’를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인 공약은 없었습니다. 단,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통영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교육과 전시장 등에 후보자가 당선이 된다면 전력하겠다고 합니다.

 

1) 옻칠 제작 과정 : 목기나 나전 칠기 등의 용기에 생칠을 묽고 얇게 발라준 후 칠장에서 건조시켜 말린 후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 제작하게 됨.

2) 세계 4대 해전 : 2000년대에 들어 세계 4대 해전에 한산대첩과 명랑대첩이 들어 있다는 설들이 있었으나 2016년 12월,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 학술지 <군사>(軍史)지의 제101호에 실린 "‘세계 4대 해전’의 근거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세계 4대 해전 이라는 학술적 용어는 없는 것으로 주장.

3) 비엔날레 :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라는 뜻으로 미술 분야에서 2년마다 열리는 전시 행사를 일컫는다.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주 목적으로 젊은 미술가를 육성하고 소개하는 것이 비엔날레의 의도이다.

4) 프린지 : 프린지 페스티벌의 준말이다. 프린지는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안문화축제'로, 특정 기준에 따라 작품을 선정하지 않으며 아마추어에서 전문 예술단체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말한다. 각자 제작한 공연과 작품들을 축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의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이 시초로 우리나라에서는 서울프린지가 최초로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만든 독립예술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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