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가 있었습니다. 잘 아시는데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선거였습니다. 경남 역시 더불어민주당의 김경수 후보가 당선되었고 통영도 더불어민주당의 강석주 후보가 선출되었습니다. 경남도 그렇고 통영에서도 민주당 계열 정당 출신 후보가 당선된 건 처음입니다. 그만큼 많은 변화가 예상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당선된 새 통영시장에게 당선을 축하하며 통영시 문화분야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곁들일까 합니다.(제 앞번 칼럼에서 문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라는 압박이 많아 여기서 말하는 문화는 교양 및 예술 혹은 정신적 산물로서의 문화만을 말한다고 밝혀 둡니다. 제게 제안하신 생활양식로서의 문화와 문명으로서의 문화는 제외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공포의 백드래프트'라는 표현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많은 초선들이 국회로 들어왔는데 매우 토건적이기도 했었습니다. 골프장이 난리가 났고, 하다하다 골프장 특구니 골프장 클러스터 같은 것들도 그 때 나왔습니다. 심지어 서울 이화여대 근처는 미용실 특구로 한다는 얘기도 그 당시에 있었습니다.(우석훈 선생님 글 참조 및 인용)

지금까지 통영의 문화 정책은 극단적으로 말해 토건으로 귀결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마치 경제정책이라고 하면 공항, 골프장, ktx 역 등등을 말하듯 문화 정책이라고 하면 음악당, 전시장, 문화회관 등등을 건설하고 제공하는 것을 말하여 왔습니다. 문화 정책에서 토건적인 흐름은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2가지만 들어 보면 하나는 소위 아도르노식의 고급문화, 다시말해 클래식컬한 문화에 집중되는 지원을 들겠고 나머지 하나는 당연히 그러한 결과로 공급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게 된다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문화 정책을 세울 때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우선 클래식컬한 문화 지원을 대중적 문화도 그 대상이 되게 해야 합니다. 대중문화를 지원한다는 것이 ‘열림 음악회’를 유치하는 것과 같은 1회성 이벤트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통영의 젊은 뮤지션들이 활동 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 한다던가 연습실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은 예라고 하겠습니다. 시 차원에서 무대 제공이 어렵다면 민간에서 노력하고 있는 곳들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큰 상업적 영화의 배경으로 통영이 등장하는 것도 좋지만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인들의 편의제공도(교통통제, 숙박제공 등)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수요자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연습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도 제안해 봅니다. 다행스럽게도 통영에는 여러 문화클럽들이 있습니다. 독서모임을 비롯하여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임도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 클래식컬 음악을 감상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이런 단체에 대한 주목은 몇 년 전부터 있긴 했습니다. 통영 RCE(유엔지속가능발전교육 통영센터)에서 소규모로 지원이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시 차원에서 좀 더 시스템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경제적 지원도 있을 수 있고 작품을 전시하거나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있습니다. 기왕에 있는 국가 지원제도를 안내하고 도와주는 행정적 지원도 절실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재양성의 체계적 정비도 제안합니다. 통영시에도 통영장학금 등 여러 장학제도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재양성에 대한 책무를 장학제도에만 맡기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음악분야를 보면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에게 지속적인 연주기회를 주며 경력에 도움이 되는 제도를 만드는 것과 같은 지방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장학금을 받은 학생끼리의 교류를 위한 주선도 필요하며 지역민들에게 그 학생의 이름을 홍보하는 노력도 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들은 장학금 수혜자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의 전체 맥락에선 벗어나지만 하나만 더 추가할까 합니다. 공급자에 대한 지원도 당장 실행가능하고 쉬운 것부터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건물을 짓고 홍보관을 만들고 하는 것 보다도 통영의 여러 무형문화제에 적정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는 겁니다. 12공방 같은 전통적인 장인들의 공방에 스테이 프로그램을 만든다든지 오광대나 승전무 같은 단체에는 지속적인 공연 기회를 주는 겁니다.(남원의 경우 남원시립국악단이 매주 공연을 엽니다.) 강구안이나 죽림공원 등 열린장소에서 한다면 더 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시는 공연을 한 단체나 공방의 스테이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겁니다. 시의 지원이 단순 보존을 넘어서 생명력 넘치는 활동으로 바뀌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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