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설치와 여객선 운항을 요구하며 다리를 막은 우도 주민들.

‘늦었지만 안전하게’ 개통했다던 연화도-우도 보도교,
화장실도 없이 개통, 주민-관광객 바리케이트 마찰까지...

통영의 연화도-우도 보도교가 개통되자마자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개통식이 있던 19일에는 “국내 최장 보도교 개통”으로, 20일부터는 “안전검사 받지 않아 관광객 돌려보내는” 해프닝으로, 임시개통을 한 주말 24일에는 “우도 주민들의 바리케이트 항의” 사건으로 떠들썩하게 전국적으로 논란이 됐다. 전국적으로 광고를 한 만큼 전국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는 셈.

착실히 공사를 끝냈다는 김동진 시장.

19일 개통식에서 통영시장은 “제가 임기를 딱 10일 남겨 두고 있다.”라며 열흘 앞두고 준공식을 하게 되었지만 결코 “임기 내 업적 때문에 무리하게 준공식을 하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김시장은 “원래 공사 계획은 지난 3월에 마치기로 되어 있었는데, 오히려 늦어진 것”이라며, 본인이 이번 6.13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완벽한 마무리를 해 3개월이나 늦게 준공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다행스럽게 생각할 것은 제가 만약 이번 선거에 나왔더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3월에 마쳤을 겁니다. 그러나 불출마를 하게 됨으로써 공사가 도단도단, 차근차근, 안전하게, 정치적 행사와 무관하게 한결 야무지게 이루어져 오늘 준공하게 됐습니다.”라고 한 뒤에, 작은 박수가 나오자 “박수를 치려면 크게 치세요.” 하며 ‘늦었지만 안전한 공사’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이 개통식이 ‘늦은’ 개통식이 아니었다는 것은 바로 다음날 밝혀졌다. 사실은 아직 준공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19일 개통식에만 개방을 했을 뿐 바로 다시 폐쇄하고 30일 준공검사를 마친 다음에 통행을 해야 한다는 속사정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상보도교를 보러 오려는 관광객 문의가 잇따르자 통영시는 주말인 23, 24일에 임시개통을 했다.

다리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는 우도이장.

그러나 임시개통도 평탄하지 않았다. 우도 주민들이 24일 보도교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관광객을 막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화장실도 설치하지 않고 다리를 통행하도록 하면 섬을 똥통으로 만들라는 말이냐?”며 개통 전에 완공하겠다고 한 화장실 설치 약속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우도 주민은 “24일 하루에만 관광객 3천 명이 여객선을 예약했다는데, 이 가운데 1/3만 대․소변을 누면 우도 섬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도 주민들이 격노한 데는 다른 속사정도 있다. 하루 3회 왕복하던 대일해운이 해상보도교가 설치되었다는 이유로 여객선의 우도 운항을 2회로 축소한다고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운항횟수를 줄인다는 대일해운의 문자를 받은 우도 주민들은 23일 늦은 밤 대책회의를 열었고 결국 24일 “보도교 봉쇄”를 단행하고 말았다. 연화도에는 여객선이 오전에 5회, 오후에 4회 총 9회를 운항하는데, 우도에는 그동안 하루 겨우 3회 운항하던 것을 줄여버리고, 오전에는 아예 운항하지 않겠다고 하니 폭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한 우도 주민은 “참 창피스럽고 미안하다.”면서 “다리가 없었을 때는 배가 다녔는데, 다리를 놓았으니 배 운항을 줄이겠다고 하니 이런 갑질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또 화장실 문제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주장해 왔는데도 시가 섬사람들의 요구를 듣지 않았다.”며 물의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내막을 털어놓았다.

통영시에서는 뒤늦게 “화장실 2개를 설치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화장실 공사를 하는 동안에는 간이화장실 2개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김동진 시장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지 않고 차분하게 공사를 했다.”며 시민들의 칭찬을 바랐지만, 시민들은 “김동진 통영시장이 임기 전에 개통하려고 너무 무리수를 뒀다.”는 반응이다. 더구나 김 시장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암암리에 돌면서 “정치적 목적으로 각종 생색내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개통식에서 "정치적 행보와 상관 없이 늦게 개통식을 했다."고 호언했다.
욕지도와 연화도를 운항하는 여객선.
개통식을 해서 진통을 겪고 있는 국내 최장 보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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