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반인데도 그야말로 태양은 작열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남망산 야외무대를 찾았다. 날씨가 어떻든 통영연극예축제는 열리고 있었다.
‘극단 필통’의 ‘물싸움 PART-1 너무 오래된 전쟁’은 단 세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야외극이다. 최소한의 대사, 마임과도 같은 동작이지만 배우들의 표정 하나, 손짓 하나가 정교한 예술이다.
물 한 모금 안 주는 인색함에서 시작된 물싸움은 관객들까지 가세하며 절정을 이룬다.
갑작스런 폭염으로 거리가 다 한산한 가운데, 남망산 언덕을 올라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날씨도 적은 관객도 아랑곳하지 않는 명품이었다.
우연히 이웃 아주머니를 따라 연극을 보게 된 4학년 조희현 어린이는 “배우들의 분장 때문에 무서운 공연인 줄 알았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면서 내일 친구를 데리고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중간에 연극에 참여하여 물을 끼얹는 역할을 하게 된 대학생 이다현 씨는 “서울 대학로 근처에 살고 있지만, 배우들의 표정이 이렇게 살아 있는 수준 있는 공연은 대학로에서도 만나기 힘들다.”면서 “많은 관객이 함께하지 못한 점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공연은 일요일인 15일에도 같은 시간에 열린다.
날씨는 덥고 남망산은 높지만, 연극예술축제의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그냥 보내기 아까운 작품들이다. 15일에는 4시 30분부터, 평일인 16일부터는 7시부터 매일밤 화려한 야외무대가 펼쳐진다.
키워드
#N
김선정 기자
64440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