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공민재(한국극작가협회원)

등장인물 : 마을사람들, 수군들, 이순신, 점집 아빠, 엄마, 아이, 기자, 선조, 세자, 대신 1, 2, 시장, 의장, 왜적들, 히데요시, 마에다, 고니시, 요시라

무대 : 딱히 기술할 특별한 것은 없고 영상화면과 함께 한다.

- 서 막-

막이 오르는데 무대 중앙에 있는 수기 게양대가 무대 안쪽으로 깊숙이 밀려들어 간다. 수기 게양대의 하부 높이가 신기하게 점점 높아져 수기 게양대의 위상이 드높다. 북소리와 함께 무대 양옆에서 조선 수군 복색을 한 장졸 넷이 각기 북과 징을 가지고 등장하는데, 양옆에서 연이어 등장하는 장졸 둘 게양대 하부 아래 위치한다. 이른바 북과 징을 동반한 수기 게양식이다. 게양대 하부 위로 장졸 둘 어떻게 올라갔는지 올라섰는데, 게양대 하부 위로 우뚝 솟아 있는 게양대 꼭대기에 수기를 매 달기 위해 게양대 줄을 각기 하부 아래로 밀쳐 낸다. 아래에 있는 장졸 둘 이미 줄의 끝을 붙들고 있다. 이들의 동작이 절도 있다. 한 장졸의 줄은 수기의 깃대를 매달게 되는 게양대 줄이고, 다른 한 장졸의 줄은 수기를 게양대 꼭대기로 끌어당기게 되는 게양대 줄이다. 무대 양 옆에서 깃대가 달린 수기를 든 장졸과 수기 깃대에 매달 호대를 든 장졸 각기 등장한다. 수기 깃대를 든 장졸 게양대 앞으로 위치하면 호대를 든 장졸 수기 깃대에 호대를 직접 달아매고, 수기 깃대를 매달 게양대 줄을 든 장졸 수기 깃대에 게양대 줄을 연결한다. 게양대 하부 위에 있는 장졸 둘을 포함한 6명의 장졸들 게양대 줄을 잡아당기게 되는데, 게양대 하부 아래에 있는 4명 중 2명은 단 위에 올라서서 잡아당긴다. 정해진 북소리에 의해 수기가 게양대 위로 올라가고 징소리에 의해 잠깐 동안의 휴식이 있다. 북과 징소리 반복되는 동안 수기가 점점 올라가게 되는데 게양대 하부 위에 올라서 있는 장졸 둘에 의해 수기가 게양대 꼭대기에 고정되고 게양대 줄 정리된다.

(무대 양옆에서 마을 사람들 등장한다)

마을사람 2 : 우와 좋다.

마을사람 1 : 멋이 있다.

마을사람 4 : 저 깃발의 주인이 누고?

(수기 게양대 핀 조명 비쳐지고 장졸들 퇴장된다)

마을사람 5 :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가?

마을사람 6 : 고려의 최영 장군이가?

마을사람 3 : 뭔 소리 하고 있노. 요가 통제영이다.

마을사람 2 : 통제영 카모 이순신 아이가.

마을사람 1 : 저 깃발은 장수 수자를 세긴 수기란 것이고, 요가 바로 장군이 꿈에서 봤다 카는 한산 도섬이다.

마을사람 4 :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왔다 갔다 하면서 눈 여겨 봤던 바로 그 섬.

마을사람 5 : 여러 섬들이 둘러싸고 있어 우리 배를 숨기기에는 딱 이다.

(수기 게양대 핀 조명 꺼진다)

마을사람 3 : 전라도 여수 본영이 너무 한쪽에 붙어 있다 보니 작전상 이 섬이 눈에 딱 들었던 거 야.

마을사람 6 : 꿈에 이 섬을 봤단 말 이가.

마을사람 4 : 이 섬을 본지도 얼마 안됐시낀데 볼세로 그런 꿈을 꾸나.

마을사람 1 : 장군이 한밤중에 꿈을 꾸는데, 바다 가운데 있는 한산 섬이 눈앞으로 확.

(우뢰 소리 와 함께 고정 물 인줄 알았던 무대장치가 꿈에서 본 섬 인양 무대 앞 한쪽 으로 이동된다. 다들 놀라 한쪽으로 비켜선다)

달려와 딱 멈췄는데 사방에서는 놀라 기겁을 하는 거야.

마을사람 2 : 걸음아 날 살려라 다들 도망가고 없어.

마을사람 3 : 장군님 홀로 우뚝 서서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본거야.

마을사람 5 : 그래서.

마을사람 6 : 우찌됐는데.

마을사람 1 : 꿈을 깨기도 전에 왜놈들이 다 도망갈 징조다 싶어 참으로 흔쾌하더래.

마을사람 2 : 그라모 피난 안가도 되나.

마을사람 6 : 임금도 피난 갔는데 우리도 가야 안되나.

마을사람 4 : 안가도 된다.

마을사람 3 : 나는 보따리 다 쌌는데.

마을사람 5 : 이거는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되는 싸움이다.

마을사람 2 : 게임이 되고 안 되고 니가 우찌 아는데.

마을사람 3 : 니가 뭐 이순신이라도 되나.

마을사람 4 : 이순신은 들밀 필요도 없다. 조상 잘 둔 덕분에 도망은 안가도 된다.

마을사람 1 : 뭐시라쿠노. 잘못 됐을 때 조상 탓이지 이 난리 통에 조상 덕분이라니.

마을사람 5 : 답은 따로 있다. 딱 두 가지.

마을사람 6 : 하나는 배 하나는 무기.

마을사람 2 : 배하고 무기!

마을사람 4 : 왜놈들 배하고 우리 배하고 비교가 되나. 왜놈들 배는 돛이 한 개 뿐이다.

마을사람 5 : 우리 배는 돛이 두 개라서 바람이 꺼꿀로 불어도 아 역풍이 불어도 앞으로 나간다 아 이가.

마을사람 6 : 돛이 두 개모 좋은 거 맞제.

마을사람 3 : 왜놈들 배는 풍랑이 조깸만 세도 뿌사진다 쿠더라.

마을사람 2 : 박치기 했다 쿠모 뿌사지는 거는 왜놈 배다.

마을사람 1 : 왜놈들 배가 어데 배가. 배가 제자리에서 한 바쿠 뺑 돌라쿠모 어느 배가 더 빠리것노.

마을사람 4 : 그기사 말해 뭐하노. 우리 배는 밑바닥이 평평해서 그 자리에서 180도 바로 돈다.

마을사람 3 : 왜놈 배는 밑바닥이 쫏빗해서 한바쿠 돌라쿠모 멀리 크게 돌아야 되는데 한참 걸린다.

마을사람 5 : 우리 배가 대포를 뻥하고 쐈다.

마을사람 2 : 다시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것제.

마을사람 6 : 그 시간에 배가 180도 홱 돌면.

마을사람 4 : 반대쪽 포가 또 뻥하고 쏸다.

마을사람 1 : 명나라 배도 밑바닥이 쫏빗하다 쿠더라.

마을사람 2 : 명나라도 왜놈도 다 쫏빗한데 우리는 와 평평하이 만들었으꼬.

마을사람 4 : 조상 잘 만나서 그렇지.

마을사람 5 : 조상 덕에 그 자리에서 180도가 가능하다.

마을사람 1 : 좆이 두 개 있는 배 봤나.

마을사람 3 : 좆이 두 개라니 그 기 뭔 소리고.

마을사람 1 : 우리나라 배는 노 좆이 두 개다.

마을사람 6 : 전후좌우.

마을사람 5 : 종횡무진.

마을사람 2 : 앞으로 가나 뒤로 가나 쫏빗하이 나간다.

마을사람 1 : 노 좆 두 개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마을사람 2 : 조상 덕 맞네.

마을사람 4 :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우리 배가 왜놈들 배보다 견고하고 기동력이 우수하다.

마을사람 3 : 거북선 그거 우리나라 배 맞제.

마을사람 6 : 무슨 재주로 당해 내꺼꼬.

마을사람 4 : 가마이 있어봐라. 아까 두 개 중에 한 개는 뭐시라 캣노.

마을사람 5 : 무기.

마을사람 4 : 아 맞다 맞다 배하고 무기 맞다.

마을사람 1 : 두 가지로 하지 말고 세 가지로 하자.

1, 2, 3 : 배, 무기, 이순신.

마을사람 4 : 이순신은 없어도 된다.

마을사람 5 : 이순신 없어도 무기카모 우리 배는 함포사격 아이가.

마을사람 6 : 어데서 수입했는지는 몰라도 조총 그거 사람만 죽이는 인명 살상용이다.

마을사람 2 : 맞다. 배한테 쏴봤자 말짱 헛일이다.

마을사람 4 : 우리 총통은 명중률이 얼매나 좋은지 집중 포격이 가능하다.

마을사람 5 : 조총 그거 사정거리가 요샛말로 200m다.

마을사람 1 : 유효사거리는 50m 밖에 안 된다.

마을사람 6 : 우리나라 총통은 1600m도 날라 간다.

마을사람 3 : 그것만 있나. 긴 거 짧은 거 다하모 가지각색이다.

마을사람 4 : 조상 잘 둔 덕분에 한쪽에 가다 나놓고 뻥뻥 거리모 게임 끝이다. 이순신은 없어도 된 다.

마을사람 2 : 그래도 이순신이 있잉께나 이긴 거 아이가.

마을사람 4 : 자고로 무신은 너무 키우는 게 아이다.

마을사람 1 : 그거는 문신들이 겁쟁이라 그렇지. 우리 장군이 오데 보통 장군이가.

마을사람 3 : 장군을 만드는 장군이 이순신 장군이다.

1, 2, 3 : 배, 무기, 이순신.

마을사람 5 : 일본은 침략국일 뿐이고.

마을사람 6 : 우리가 더 세다.

마을사람 2 : 조선이 강대국이란 말 이가. 말도 아이다.

마을사람 1 : 장군께서는 조선 사람 열에 팔구명은 겁쟁이라 그러셨어.

마을사람 3 : 왜놈들은 열에 팔구명이 칼 잽이다.

마을사람 2 : 그런데도 우리가 이겼어.

마을사람 1 : 장군은 부하 장수들을 깊고 조용한 무인으로 만들었다.

마을사람 4 : 그 뭐. 자신이 죽을 자리를 찾을 줄 아는 지휘관으로 만들었다 쿠는 소리를 뭐 듣기는 들었다.

마을사람 5 : 그들이 우리 겁쟁이들을 용감한 군사로 만들었다꼬 (마을사람 4의 눈치를 보며) 그런 소문은 있더라.

마을사람 6 : 그 덕에 나도 용감하긴 해.

마을사람 3 : (마을사람 4,5,6을 가리키며) 그것 뿌인줄 아나. 이순신 꿈에 이렇게 하면 크게 이기고 저렇게 하면 진다꼬 꿈에서 까지 신인이 나타나 소상히 상세히 다 일러주고 있는데 이순신을 빼모 말이나 되는 소리가.

1, 2, 3 : 배, 무기, 이순신.

4, 5, 6 : (마을사람 4, 양손으로 5와 6을 잡아끌며) 배, 무기.

마을사람 1 : 네 이놈들. 옛날에 옛날도 아이다. 이 동네 사람 박경리 사위되는 사람이 이순신 장군 동상을 엿바까 묵자꼬 연극을 만들었다 쿠더마는 너거는 그 사람 편이가.

마을사람 4 : 그거는 서울에 있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동상 얘기 아이가.

마을사람 5 : 군인이 정치하던 시절에 칼을 옆으로 착 비켜 세우고 있는 폼이.

마을사람 6 : 백성들 너거 까불모 죽는다 카는 듯이 겁을 주고 있는거 것응께 그라는기고.

마을사람 2 : 우리 동네 동상은 안 그렇는데.

마을사람 3 : 그리 무섭거로 안 생깃다.

마을사람 4 : 그거는 그 사람 생각일 뿐이고 우리는 우리다.

마을사람 5 : 사람들 생각이 다 같으모 뭔 재미가 있노.

마을사람 6 : 달라야 재밋지.

마을사람 1 : 맞다. 사람 생각은 다 다리다. 전라 좌수영이 있던 여수 사람 생각 다르고.

마을사람 2 :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이 있었던 남해 사람 생각 다르다.

마을사람 3 : 현충사가 있는 아산 사람들 그 사람들 생각도 다 다리껏 아이가.

마을사람 4 : 이순신이 난중일기 말고도 함경도 일기를 남겼다던데 함경도 사람 생각도 다 다리끼 다.

마을사람 5 : 우리 생각은 변함이 없다.

마을사람 6 : 배하고 무기뿐이다.

4, 5, 6 : 배, 무기.

1, 2, 3 : 배, 무기, 이순신.

4, 5, 6 : 배, 무기.

마을사람 1 : 장군 칼에서 나는 울음소리 들어 봤나.

마을사람 2 : 우리한테는 그 울음소리가 노래로 들린다.

마을사람 3 : 안 죽고 살수 있다는 노래로 들려.

1, 2, 3 : 배, 무기, 이순신.

4, 5, 6 : 배, 무기.

1, 2, 3 : 배, 무기, 이순신.

4, 5, 6 : 배, 무기.

1, 2, 3 : 배, 무기, 이순신.

마을사람 4 : 아이구 이 씨발놈들.

마을사람 5 : 저것들은 쉽게 물러설 것들이 아이다.

마을사람 4 : 좋다. 배, 무기, 이순신의 꿈 이리 정하자.

마을사람 6 : 이순신이 아이고 이순신의 꿈이다이.

마을사람 4 : 조선이 왜적을 무찔렀던 것은 배, 무기, 이순신의 꿈이다.

무대밖에서 : 장군. 적선이 나타났다.

마을사람 1 : 한산대첩 시작이다.

마을사람 4 : 빨리 들어가자.

(막을 알리는 조명 꺼지는 것도 없이 마을사람들 퇴장되고 2막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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