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단국대학교 피아노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서미로 군의 음악회 리뷰입니다.
서미로 군은 단국대학교 장학생으로 입학한 재원으로 동원고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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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괴롭히던 기나긴 폭염의 끝이 보이는 날씨였다. 게다가 통영국제음악당 뒤로 펼처진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연주회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두른 날 맞이해 줌과 동시에 음악을 듣기 전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게 편안히 진정시켜 주었다.

8월 18일 국제음악당에서는 저명한 아티스트들이 모여 그들의 연주를 하나하나 들려주는 마라톤 콘서트가 열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지용/김재원, 클라리니스트 김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첼리스트 문태국, 소프라노 황수미, 테너 박지민, 카운터테너 엔서니 로스 코스탄초로 총 10명이 각자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름 있는 아티스트들과 좋은 프로그램의 시너지 효과여서 그런지 몰라도 객석의 대부분이 매진되었고 3층 일부만이 비어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가진 공연이었다.

프로그램의 스케일 역시 대단히 컸는데, 무려 24개의 곡들로 구성되었다.

피아니스트 지용은 슈만-리스트: 헌정, 베토벤 소나타 23번 제 3악장, 슈베르트의 즉흥곡 제 4번, 부조니의 작품을, 그리고 클라리니스트 김환과 함께 바씨의 리골레토 환상곡을 연주했다. 임동혁은 쇼팽의 소나타 2번을, 테너 박지민은 피아니스트 김재원이 함께 연주하는 그리그의 ‘난 너를 사랑해’, 토스티의 ‘작은 입술’, 이원주의 ‘연’ 김주원의 ‘마중’을 불렀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유진 이자이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발라드’를 연주했고 첼리스트 문태국은 바흐의 첼로 무반주 조곡 제 1번을, 임동혁은 김봄소리와 함께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1번 제 1악장을 같이 연주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재원이 반주하고 소프라노 황수미가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中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비제의 카르멘 中 ‘이제는 두렵지 않아’, 푸치니 ‘라 보엠’ 中 ‘내 이름은 미미’ 와 ‘투란도트’ 中 ‘왕자님 들어보세요’를 부르며 공연을 마쳤다.

이 콘서트를 비유하자면, 수십개의 색깔들이 펼쳐진 아주 넓은 도화지를 본 기분이었다.
보통의 콘서트는 하나의 큰 주제를 정해놓고 그 주제에 맞게 레퍼토리가 구성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마라톤 콘서트를 봤을 때 10명의 연주자들이 각기 다른 개성을 두루두루 뽐냄은 물론, 레퍼토리에 있는 작곡가와 곡 들 역시 비슷한 것 없이 모두 다른 느낌 다른 의미를 가졌다. 그나마 조금 비슷할지라도 연주자의 느낌이 비슷하다면 작품들이, 작품의 느낌이 비슷하다면 연주자의 느낌이 비슷하여 결코 중복되는 것 없는 결코 흔치 않은 콘서트 레퍼토리리 였다.
이런 류의 콘서트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 구성에 있어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생소함을 다르게 말할 수 있다면 신선함이 되는 법인데 나에게 이 마라톤 콘서트는 굉장한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조금 주관적일 수 있지만, 오늘 들었던 연주들 중 최고의 연주를 뽑으라 한다면 나는 임동혁의 쇼팽 소나타 제 2번 연주를 꼽고싶다. 그는 2007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 참가했을 때 이 곡을 연주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임동혁은 2005년에 이미 쇼팽 콩쿠르에서 임동민과 함께 입상하며 인정받았다.
그리고 이 후 2년이 지난 뒤 한 단계 성장한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연주하며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쇼팽의 소나타들은 쇼팽이 가진 모든 것들을 보여주기에 가장 좋은 작품인 동시에, 임동혁이 가진 모든 것들을 보여주는 것 역시 제일 좋은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성장 할 것 없는 연주라 생각됐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의 연주는 하나의 편견이었다는 듯 11년이 지난 오늘, 다시 한번 공연장에 있던 관중들을 매료시킴과 동시에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더 할 나위 없이 완벽한 테크닉, 그렇게 어려운 패시지들을 소화하면서도 어느 소리하나 모나지않는 그의 음색, 너무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절제미는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그의 파워는 이 곡을 연주하는 사람의 성별은 ‘남자’ 라는 것을 굳이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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