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에 걸친 마라톤 회의, 마침내 종지부...
끈질긴 소통으로 행정 변화, 피항기능 확보, 데크는 2면만...

통영 강구안 친수사업이 경남도기술자문위원회의 안을 100% 수용하는 것으로 막바지 타결을 보았다. 9차에 걸친 길고긴 조율 끝에 민관협치의 결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결과만으로 볼 때, 경남도와 실무협의회 양쪽 모두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한 발씩 양보함으로써, 소통으로 행정의 변화를 이루어냈다는 데 큰 의의를 둘 수 있겠다.

새로 임명된 경상남도 해양수산국 강덕출 국장.

그러나 9차까지 오게 된 과정은 더디고 답답했다. 경남도는 ‘꿈쩍도 않는 바위’ 같았고, 강구안 실무협의회는 도돌이표처럼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며 의견을 관철시켜야 했다. 이미 공사 계획이 완성되고 시공사 선정까지 된 상태에서 수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장사무실이 차려지고 난 뒤에야 강구안에서 어선을 내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사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경남도는 “빨리 사업이 시행되도록” 최초 사업안을 계속 밀어붙였다. 이는 그동안 강구안 실무협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편의상 경남도의 안을 A, 강구안실무협의 안을 C라고 표기해 보면, 그간의 회의가 얼마나 절벽 같았는지를 알 수 있다.

A의 핵심은 강구안에 어선 출입을 막고, 강구안 4면에 산책데크를 깔아 그림 같은 항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때 데크 설치를 위해 500개의 파일이 바다에 박히게 된다.

통영시 실무협의회의 C안은 강구안이 천혜의 피항이므로 어선을 위한 접안시설과 물량장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과, 파일을 최소화하여 1면에만 데크를 설치하고 지상부분을 중점으로 친수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두 의견의 중간 의견인 B안은 7차 회의에 이르러서야 경남도 기술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것으로, 최소한의 피항을 하게 하고 2면에 데크를 깔도록 돼 있다. 

강구안 2면에 데크를 설치하는 경남도 기술자문위원회의 안으로 극적 타결을 보았다.

당초 경남도는 처음 제시한  A안을 통영시가 거부하자, 그와 거의 유사한 A'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강구안 실무협의회는 A' 안이 A안보다 더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며 거부했고 3~5차 회의에 걸쳐 C안을 도출해 냈다.

그러나 경남도는 어민들을 모아 A' 안을 설명하며 토목공사를 강행하려 했고 지난 5월 2일 7차회의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절충안인 B안을 내놓았다. 강구안 실무협은 이 안을 수정해 받기로 합의했다.

경남도가 제시한 A안(위)과 실무협이 제시한 C안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지난 8차회의였다. 절충안인 B안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경남도는 A안이나 A'안이 아니면 사업포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압력을 넣었다. 결국 경남도는 1~8차에 이르는 회의 동안 단 한번, 조율의 의지를 보였을 뿐 이마저도 금세 철회해 버리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강구안 실무협은 사라진 B안으로 타결할 것을 요구했고, 마지막 9차회의에서 극적 타결을 보았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딴지를 걸기 때문에 사업이 제자리걸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동안의 내용을 살펴본다면 경남도가 바위처럼 꿈쩍도 않았기 때문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실무협의회 내에서조차 “이제 좀 그만하라.”고 몰아붙이며 마치 일부 실무협의회 위원들이 “무조건 반대”를 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사전공문을 통해 의견 개진을 위해 참석하겠다고 밝힌 ‘한산대첩제전위원회’도 방청 중에 시민단체 대표를 향해 날선 야유를 보냈다. 기나긴 회의 동안 경남도가 단 한 번 움직였던 것을 생각하면 시민단체와 어업인들은 억울한 입장이다.

과정이야 어찌 됐건, 중요한 건 어선이 들어올 수 없었던 당초 계획을 수정하여, “강구안이 피항의 기능을 유지하게 됐다.”는 점이다. 여전히 강관파일 설치로 환경오염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는 경남도와 통영시가 정기적인 준설 작업을 통해 바다청소를 하기로 했으니 그에 기대를 걸어본다.

시민의 힘으로 바꾼 강구안 친수시설, 무엇이 달라지나?

경남도와 해양수산부가 시민 합의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2017년 11월 6일 이후, 강구안실무협의회가 구성되고 최종합의를 볼 때까지 298일이 걸렸다. 

당초 1만888m²나 되었던 바다 잠식 면적은 3천549m²로 줄었다. 또한 데크와 어선 사이에 1m 높이의 콘크리트 블록이 설치돼 데크 설치 후에도 선박의 접안이 가능해졌다. 

아쉬운 것은 늘 시간에 쫓겨 교량문제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것인데, 일단은 최초 설계보다 형하고를 3m 올려 태풍시에 피항할 수는 있게 됐다. 강구안에 정박하는 어선 중 가장 선고가 높은 근해통발어선의 선고가 9.5m이므로, 형하고 13m는 만조시에도 어선이 드나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영시 해양관광과 담당자는 "다목적녹지마당 쪽의 데크가 4m로 결정된 만큼, 나무 언덕과 꽃계단을 만들기로 한 녹지마당의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녹지마당이 오히려 시야를 가로막는다는 우려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현재 화장실은 나폴리모텔 맞은편 쪽으로 확장 이전된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경남도 기술자문위원회의 안을 도출해 냈다는 점이 큰 성과다. 이번 강구안실무협의회의 성과는 통영시의 민관협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한산대첩제전위원회에서 방청을 했다.
일부 방청객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며 애꿎은 시민단체를 야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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