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대목을 앞둔 지난달 21일 오후 통영시청 강당에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새 강당에 마련된 좌석을 가득 채웠다. 조선업의 몰락과 수산업·관광업의 부진 등 최악의 불황 속에서 그나마 통영시민들이 희망을 가지는 신아sb조선소 부지 도심재생 사업 국제공모 당선작에 대한 시민설명회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이날 설명회에 대해 어떤 시민들은 기대감 못지않게 의심의 눈초리도 가지고 있다. 가령 ‘왜 하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설명회를 하는 것인가?’에서부터, ‘국제공모를 했다면 이미 선정된 것인데, 시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을 설명회가 무슨 의미인가?’까지의 의문들 말이다. 시청관계자가 설명회가 일회성이 아닐 것이며, 향후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사업안을 다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어느 정도는 의심을 거두기는 했다.

사실 통영시민들은 신아sb도심재생사업을 비롯한 도심재생사업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다는 점, 현실적으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만큼의 불황에 허덕인다는 점 때문에 ‘걱정은 되지만 지금 보다는 낫겠지’하는 심정으로 추진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 기왕이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통영시민 누구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본 기자 역시 사업의 성공을 원할 뿐이다.

다만 이날 시민설명회에서 있었던, 시민을 배려하지 않은 몇 가지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시민설명회라면 시민이 우선이어야 한다. 의전절차는 최소화했어야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통영시장, 통영시의회 의장, LH공사 사장 등 이날 축사와 기념사만 4번이나 했다. 그건 그런대로 넘어간다고 치자. 이제 본격 시민설명회가 시작하려는 듯 하는 순간 기념사진 촬영순서가 이어졌다. 순간 관람석에서 웅성거렸다. 기껏 기다렸더니 기념사진? 이젠 또 뭐가 남았는데? 하는 의미처럼 들렸다.

본격 시민의견 청취순서가 됐는데, 그 첫 번째 순서를 통영시의회 모 의원이 차지했다. 뭐 그렇다 치자. 그러면 시민들이 그 시의원이 주장하는 내용을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었냐하면 그게 아니었다. 오디오시스템 탓도 있겠지만, 거의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지적하는 내용이 간략했냐면 그것 역시 아니었다. A4용지에 몇 장이나 준비해 온 듯 했다. 법령과 법률조항을 나열하기도 했는데 듣다 못한 어느 시민이 “우리의 발언시간을 그렇게 많이 뺏어도 되는 것이냐?”고 항의하기까지 이르렀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시의원 역시 시민이니까. 아니, 더 그래야만 한다. 시민의 대표들이니까. 시민의 작은 목소리를 취합해 시정에 반영 시행되거나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공식적인 권한을 시민들로부터 부여받은 대표자들이기 때문이다. 단, 무대는 시청강당이 아니라 시의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 회의실이어야 했다.

이날은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었다. 이들은 평소에는 생업에 쫓기기 일쑤고, 또 갑남을녀에 불과(?)해서 자신의 주장이 내용이 훌륭하더라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소시민들이다. 이런 설명회 자리가 아니면 의견을 제시하고, 주목받을 기회조차 없는 분들이다. 하지만 시의원이라면 이미 훌륭한 무대가 마련돼 있고, 어떤 발언이라도 무겁게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시민에 대한 배려가 없는 시민설명회였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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