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기가 최악의 상태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선업 불황에서 시작된 이 불경기는 이제 와서 돌아보면 우리 지역에만 국한해서 발생하지도 않았고, 우리 지역에만 국한해서 여파를 미치는 것도 아니다.

조선업 불황은 중국의 조선업과 긴밀하게 얽혀있고, 전 세계적인 해운업 불황과 국제유가 하락과도 연계돼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해양플랜트 선박에 대한 수요를 줄어들게 만들었고, 해운업 불황은 선주사로 하여금 중국의 저가 조선소를 찾도록 만들었다. 이는 결국 한국의 조선소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발 미세먼지에서 시작된 건강에 대한 우려는 국민들의 외출심리를 꺾었고, 이는 국내 관광업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국내 관광지는 관광객이 없어 허덕이는 반면 해외여행은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는 뉴스가 이를 반증한다. 특히 통영은 조선업과 관광업의 비중이 높았기에, 그 불황의 상처는 더욱 깊다.

대형아쿠아리움 건립, 동물보호단체 비판대상, 세계적 중단 추세
에너지개발공사, 실현되기 바라지만 순서 바뀌어, 온배수 배출 우려도
서민경제 지원·사회적 약자 배려 의지 엿보여, 임기 내 달성 기대감

시민원탁토론회, 市공무원도 참석

민선 7기 강석주 시장은 이런 경제적 여건에서 출범했다. 전임 시장들이 조선업 활황의 꽃향기를 맡고, 관광업 호황의 꿀물을 맛보았던 것에 비해 강석주 시장은 마치 쓰디쓴 약을 눈앞에 둔 중병환자의 신세다. 그렇다고 투덜거리는 것이 시정 총책임자의 책무는 아니다. 전임들의 화려한 만찬의 뒷설거지를 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번영의 미래는 그 성패(成敗)의 공과가 모두 강석주호(號)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본지는 강석주 시장의 경제공약을 대상으로 시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30일 오후 본지 회의실에서 열린 원탁토론회에는 4명의 평범한 시민이 참석했다. 본지가 야심차게 준비한 원탁토론회였지만, 참석인원이 많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어려운 경기에 평일 낮에 열리는 토론회다 보니 참여하기가 힘들었으리라 판단된다.

브레인스토밍은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그 결과물의 품질이 높아지는 법이다. 그래서 집단지성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강석주 시장의 경제관련 공약 전부를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잘잘못을 지적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나름 평범한 시민들의 뜻이 전달되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이날 원탁토론회에는 고영호 통영시청 기획예산담당관, 박이근 지역경제과 주무계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다수가 참석해 토론회 중간 중간 질문을 받으며 답변을 해서 토론참여 시민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날 토론회 주요내용을 거의 가감 없이 지면에 실었다.

대형아쿠아리움, 비판 도마에

원탁토론 대상은 강석주 시장이 세부실행계획을 확정한 62개 공약 중 다시 뛰는 통영 분야 12개 공약 전부와 새길 여는 통영 분야 중 6개 공약 등 모두 18개 공약이었다.(4면 기사 ‘강석주 시장, 경제관련 공약 절반 이상 임기 내 완료’ 참고) 원탁토론에 참여한 시민들은 찾고 싶은 통영 분야의 대형아쿠아리움 건립이 경제와 밀접하다며 즉석에서 토론대상에 올렸다.

홍영두씨는 “토론공약으로 선정은 되지 않았지만 대형아쿠아리움은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주목적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고, 경제활성화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을 꺼냈다. 홍영두씨는 대형 아쿠아리움 건립공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쿠아리움이란 것이 어류, 돌고래 등을 잡아가둬서 구경시켜주는 시설로써, 동물보호론자들로부터 동물학대로 비판받는 시설”이라며 “지금은 돌고래도 풀어주는 것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제주도에서도 돌고래를 방류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홍영두씨는 균열사고 위험성도 경고했다. 그는 “제2롯데월드 수족관의 경우 균열이 발생했다고 하는 뉴스를 들었고, 중국에서는 실제로 아쿠아리움 균열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났다고 들었다”며 “굳이 아쿠아리움을 건립하려면 부산의 영상아트 아쿠아리움처럼 하길 바란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4차원 영상을 통해 수중생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며 “영상아쿠아리움으로 변경했으면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인 부분도 지적했다. 홍영두씨는 “대규모로 투자하는데 비해 이익을 내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통영을 찾아오는 관광객들 입장에서 동물보호론자들의 시위까지 겹쳐지면 통영을 찾는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고양이섬 공약이 있었는데, 특정섬의 기존 생태계를 위협하고 교란하는 아이디어여서 결국 철회했는데 현명한 결정이었다”며 “(아쿠아리움 건립 공약은)내용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이미 아쿠아리움 업체와 밀약이라도 한 것 아니냐”며 섣부르지만 업체선정 과정까지 의문을 품었다. 공민재씨도 “영상아쿠아리움이라는 아이디어는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라며 “여러 가지 위험성이 확 줄어들 것 같다”고 공감했다. 그는 “다만 투자대비수익을 면밀히 검토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영상아쿠아리움이라면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영상파일을 보여주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운용·관리 인력만 있으면 될 것으로 보여, 고용파급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실제 아쿠아리움이 건립되면 생물관리인력, 어병대처인력, 사료관리인력, 총무인력 등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업무의 특성상 통영에 거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아쿠아리움만이 가지는 볼거리의 스케일과 경제파급효과가 영상아쿠아리움이 가지는 균열위험성, 동물보호단체의 반대위험을 압도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홍영두씨는 단지 “글쎄,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만 밝혔다.

에너지개발공사 설립, 순서 바꼈다

강홍규씨는 강석주 시장의 수소에너지메카 추진 공약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통영에서 태어났지만 오랫동안 객지에서 학교와 직장을 다니다가 귀향했는데 정말 특히 통영의 자연이 너무 좋다. 문화예술, 역사, 이순신 장군 등 전통문화예술 분야는 일일이 말할 수가 없을 정도”라며 “관광으로 유명한 경주에 가보면 뭔가 인위적인 모습이 보이지만, 통영은 전혀 그렇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애향심부터 내비쳤다.

강홍규씨는 “에너지모범도시를 기치로 수소에너지산업메카를 추진한다고 공약했는데,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임기 지나면 그냥 잊히고 말아버릴 공약을 한 것인지 의문”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 공약이)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순서가 틀렸다. 에너지공사를 설립하겠다고 하는데,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공사설립”이라며 이후에는 “대학연구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소에너지를 사용해도 환경문제는 생길 수밖에 없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수소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가장 경제성이 낮은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이 있고, 천연가스를 개질(改質)해서 얻는 방법, 석유화학단지 등 산업체에서 나오는 석유혼합물에서 추출하는 방법, 태양광을 수소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며 “개질이란 리포밍(reforming)으로 열이나 촉매의 작용에 의해 탄화수소의 구조를 변화시켜, 옥탄값이 낮은 가솔린의 내폭성(耐爆性)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고 부연했다.

강홍규씨는 “개질하는 과정에서 130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는데, 결국 온배수를 배출하고, 공해문제도 발생한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LNG발전소와 똑같은 문제가 생긴다”며 “온배수로 환경훼손이 되기 때문에 LNG발전소를 반대한다고 공약했지만, 정작 수소에너지메카공약도 똑같은 결과를 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LNG에서 수소를 분리해 내는 것은 대규모 플랜트가 필요함에도 이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경주 벤치마킹, 젊은 기업도시로

강홍규씨는 “태양광발전시설도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만들면 태양판넬을 설치해야 하는데, 태풍이 불면 환경을 훼손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태양광 판넬이 오래되면 발암물질이 되는 미세먼지로 변하는 사태도 예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강석주 시장의 공약집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공약대로 실현될 것인지, 수소에너지메카로 만들겠다는 것과 공사를 설립하는 것이 무슨 상관인지 지켜보기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홍규씨는 “경주가 관광도시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실상은 산업도시다. 2011년 기준으로 경주의 GRDP중 42%를 제조업이 차지한다”며 “경주는 동해바다를 접하고 있고, 인근에 울산과 포항같은 대규모 공업도시들이 있다. 통영과는 여건이 다르지만 경주를 벤치마킹해 젊은 세대들이 유출되지 않는 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원탁토론 참여시민들은 고영호 실장과 박이근 계장을 통해 공약의 의문점에 대해 즉문즉답을 하기도 했다. 통영에너지개발공사 공약과 관련해 책정된 내년 예산 5000만 원이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고영호 실장은 “수소에너지는 효율성 높은 무공해 에너지로 화석연료 부산물을 개질하는 방법과 물(H2O)에서 수소(H)를 분리하는 방법이 있는데, 연구개발과 인프라 확충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며 발전하느냐가 관건이다.

생산시설, 저장시설, 공급관로도 필요한데, 현재는 수요와 인프라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현상을 진단하며 “내년 예산 5000만 원은 타당성 용역비로, 일단 물적 기반을 쌓은 다음에 공사를 설립할 예정인데 2020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저렴한 전기를 빠르게 공급하는 방안을 연구노력하기 위한 것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장단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체적인 틀에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협조모드, 물 때 맞춰 해야

또 고영호 실장은 “마을어장 6차 산업화 지원 및 육성공약은 유통단계를 줄이고, 생산·가공·유통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시설을 건립하는 것으로, 내년 3월에 공모에 참여해 12월에 확정되면 이듬해에 사업이 추진된다”며 “국비가 들어가는 토대를 만들어 놓으면 이후까지 시업추진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박이근 계장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경기회복을 지원하려고 하기 때문에 통영시도 이에 발맞춰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확보한 예산이 모두 330억 원으로, 중앙시장 주차장 건립 19억 원, 희망근로사업 12억 여 원, 청년센터 운영 26억 원, 청년내일희망일자리사업 5억여 원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민재씨가 문화예술기업 육성·지원 공약에 대해 질문하자 고영호 실장은 “통영의 장인들은 수준 높은 기술은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생활은 궁핍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동충 같은 곳의 빈집을 활용하거나 아니면 협의취득을 한 다음 문화예술 분야 창업지원과 연계해 입주시키는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공민재씨는 “공예가들에게는 경제적인 마인드가 좀 부족한 면이 있다. 정말 전통공예도시, 관광도시가 되려면 통영시 역시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통영은 이런 부가가치가 엄청난 자산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동조선해양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공약에 반영이 안 된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홍영두씨는 “통영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 가장 급선무다. 성동조선해양은 2년 동안 무급휴직으로 정리되고 있지 않은가. 제대로 해결 안 되면 지역경제에 큰일”이라며 “(통영시가)이런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을 공약에서 찾아볼 수 없다. 노동친화도시 조성이라는 명제로 생활임금조례 제정, 장애인의무고용제 확대, 청년고용할당제, 여성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강화 등의 공약이 있는데 진보적인 공약들이긴 해도 다소 애매모호하다. 적극적인 의지를 읽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성동조선해약 회생 기대 부정적

홍영두씨는 통영의 명성에 비해 수산관련 인프라가 너무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그는 “통영은 수산업 도시라서 적조에 민감하다. 적조뿐 아니라 다른 수산질병에 대해서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데 적조라든지, 물렁증, 노로바이러스 등을 검사받으려면 전부다 부산으로 가야한다고 들었다”며 “노로바이러스가 왔을 때도 즉시즉시 처리하지 못했는데, 이런 것이 왜 수산도시 통영에서 할 수 없는 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본지가 취재한 바로는 통영에도 국립남동해수산연구소와 경남수산기술사업소가 검사업무를 하고 있다. 다만 지난봄 패류독소가 발생했을 때에는 정부인증 장비로 검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국립수산과학원 부산 본원에서 검사받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공약 세부실천계획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강홍규씨는 “임기 내에 완수하겠다고 약속한 공약들은 아마 실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최근 브라질마을 조성사업이 중단됐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이를 보면 장기공약은 완수될 것을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평했다.

홍영두씨는 “서민경제를 지원하겠다는 의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제적 배려는 엿보인다”면서 “통영의 고용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강력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전 시장들 때부터 누적된 지방정부의 나태함, 방만함으로 인해 즉각적인 위기탈출은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며 “기존 보수정당 소속의 전임 시장들과 다른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민재씨는 “밤잠 안자며 고민할 것으로 믿는다”며 “한려투데이 같은 지역 언론이 공약들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되짚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언론의 역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토론참석 시민들은 성동조선해양의 미래를 어둡게 내다봤다. 강홍규씨는 “회생됐으면 좋겠는데 그렇게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인력(노동력)을 감축해야 하는데 노조가 희생을 감내할까”라고 의문을 나타내며 “경쟁력 없으면 퇴출하는 것이 자본주의에서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설비도 훌륭하고 기술력도 충분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어쩔 수 없이 사라져야 할 운명”이라고 내다봤다.

홍영두씨 역시 “부채정리 노력도 하고 조선업을 지속하려는 의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대체산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