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원래 이기적인 동물이다. 평범한 우리는 멀리 내다보기 보다는 눈앞의 내 처지만 바라보기 십상이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그때 그랬으면 지금은 달라졌을 텐데 하고 말이다.

본 기자 학창시절에는 가끔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을 하곤 했다. “너 이녀석, 왜 공부 안 하노? 조선소 댕길라꼬 그라나?” 교사들도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생각조차 안했겠지만, 듣는 학생들은 웬지 기분나빠졌다. 그 바람에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다면 그건 그대로 다행이다.

20여 년 뒤 통영의 번화가와 상가는 조선소 작업복을 입은 젊은 노동자들로 가득했다. 그들의 건배에 통영은 취했고, 그들의 웃음소리에 활력을 의지했다. 지방세수입이 얼마나 소중한 지, 대규모 고용이 지역경제에 얼마나 파급효과를 주는 지를 깨달았다. 그 근로자들이 과거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는 관심도 없지만, 지역경제를 살리는 주역이 된 것은 분명했다.

케이블카가 처음 운영될 때만 해도 ‘관광통영’은 관공서의 문서로만 존재하는 단어였다. 동피랑은 달동네에 불과했고, 서피랑은 통영사람조차 ‘어디지?’했다. 강구안 문화마당은 용도가 제한적이었으며, 중앙시장은 그저 그런 재래시장이었다. 통영꿀빵은 그 잠재력의 1%조차도 짐작하지 못했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연간 100만 명이 오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통영은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관광도시가 됐다.

그런데 역시 사람이란 이기적이고, 망각한다.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모른 채 과거는 잊고 현실에만 탐욕한다. 어떤 관광객은 불평을 했다. “수도권은 최신 모텔도 5만 원 정돈데, 통영은 오래된 여관이 십 몇 만 원”이라고. 어떤 미식관광객은 또 불평을 했다. “생선 선택권은 손님인 나에게 있는데, 안 산다고 왜 타박을 맞아야 하느냐?”고.

어떤 통영사람도 불평을 했다. “출장길에 선물 삼아 통영꿀빵을 구입하려는데, 어제 만든 제고품을 주더라”고. 그래서 한 마디 안 할 수 없었단다. “관광객들한테도 이렇게 하느냐?”고.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다.

다수는 위대하다지만, 어리석을 때도 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평소부터 운동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아파야만 병원에 가는 부류도 있다. 퇴원하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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