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량동은 낙후된 도시빈민가 중 하나다. 주택은 노후되었고, 주민은 고령화됐다. 전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수용하던 병막은 좁은 골목길을 가운데 두고 노후된 가옥이 빼곡한 채 남아 있으며, 그 위로 기피시설 중 하나인 화장장이 있다.
너무 일찍 사람들로 북적였던 탓일까? 동호항 내려가는 길에 즐비하던 선술집과 뱃사람들을 재우던 여관들은 통영이 관광도시로 거듭나는 동안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쇠락했다.
통영에서 가장 먼저 지어져,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입주했다는 삼익아파트는 이제 재건축을 해야 할 만큼 노후된 아파트가 되었다. 일찍이 매립돼 통영에서 보기 드문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섰던 동호항 매립지의 아파트들도 모두 노후 아파트가 되었다.
정량동 주택의 83.5%가 20년 이상 지난 노후주택이다. 이런 정량동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올해 ‘바다를 품은 언덕마루 멘데마을’이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면서 143억원의 국비를 받게 된 것이다. 주거복지와 관광자원,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한 이 사업에서 시민 모두가 누리게 될 혜택은 청마산책로다.
청마 유치환은 동피랑 인근에 살았던 정운 이영도 시조시인에게 5천여 통의 연서를 보냈다. 멘데사업지구내에 청마 생가까지 이어지는 길에 ‘청마·정운 서신의 길’을 조성, 시비와 연서를 모티브로 한 청마산책로를 만들고 이순신공원 산책로와 연결한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열악한 철공단지를 거치지 않고 이순신공원까지 산책로로 갈 수 있다.
그 외에 주민들을 위한 주거공간과 협동조합, 작은 도서관 등이 계획에 들어 있다.                                                                                           김선정 기자
 

키워드

#N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