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물건은 세월이 지나면 낡고 부식된다.
그러나 옻칠은 천년, 2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썩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다.
청동기시대의 유물 중에는 칼은 부식됐는데 옻칠을 한 칼집만 그대로인 유물이 제법 있다.
2011년 공주 공산성 저수지에서 발견된 백제 의자왕 시대의 갑옷도 1400년 동안 물속에 있었는데도 썩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옻칠 속 가죽은 썩어 사라졌는데, 10회 이상의 단단한 옻칠이 된 표면은 번쩍이는 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고구려 고분이나 낙랑, 백제 고분, 경주의 천마총 등에서 출토된 옻칠 제품을 통해서도, 옻칠이 수천 년을 견디고도 그 빛이 변함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그뿐인가. 고려시대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팔만대장경 경판도 옻칠 덕에 썩지 않고 보존되고 있다.
산벚나무, 돌배나무 등 10여 종의 나무로 만들어진 8만 1258장의 경판이 70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 단 한 장의 부식도 없이 보존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는 옻나무 수액에서 나오는 ‘우루시올’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우루시올은 한번 굳으면 견고한 막을 형성하면서 방충, 방수, 방부 등 다양한 효과를 낸다.
고강도, 고내열성, 절연성은 물론 산이나 알칼리에도 안전하다.
최근에는 옻칠이 전자파 흡수에 탁월해 전자파를 30~70%까지 차단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옻칠 휴대폰 케이스가 상품화되기도 하였으며, 국내 자동차 업체와의 협업으로 옻칠을 한 자동차 내장재를 연구하기도 했다. 항공기나 선박 등에도 옻칠이 사용된다.
전후 일본은 옻칠 식기를 상용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위생수준을 끌어올렸다.
옻칠의 항균, 방부 작용 때문에 옻칠그릇에 담아둔 밥은 쉬 쉬지 않는다.
더구나 이 신비한 도료는 다른 도료처럼 공해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 각광받고 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