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해양쓰레기 문제를 취재하며 우리가 속한 집단 집단마다에 만연한 이기주의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 집 마당만 아니면 된다’는 소위 님비현상은 공동체를 병들게 하고, 이해의 골짜기를 더욱 깊게 갈라놓아 전체 공동체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님비현상은 극단적으로는 ‘너희 마당이라면 상관없다’는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

본지가 개최한 원탁토론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멍게피를 비료화하는 처리업체가 이전을 하려는데 법규와 절차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이전대상 지역 어촌계가 극렬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진전이 안 된다고 하소연 했다. 어촌계 주민들 입장에서 ‘오죽하면 그럴까’ 싶으면서도, 대안도 없이 혐오시설이라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각장도 혐오시설, 화장장도 혐오시설, 구치소도 혐오시설 등등 우리의 이기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하긴 대학기숙사를 짓지 말라고 원룸주인들이 집단 항의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긴 하다.

양식어민들이 어업활동하다 생긴 해양쓰레기를 버리라고 만든 곳이 선상 집하장이다. 그런데 통영시가 내년부터는 관리가 안 되는 곳부터 폐쇄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관리라는 게 별게 아니다. 이곳은 해양쓰레기용 집하장이므로 생활쓰레기는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생활쓰레기는 육지로 가져와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해야 하는 것인데, 그냥 집하장에 버리는 것이다. 설마 종량제 봉투 값이 아까워 그럴까 마는, 공동체의 룰은 지켜주는 것이 타인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정기적인 청소 말고도 양식어장 정화사업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장주가 정화사업에 동참하려해도 인근 어장주들의 반대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정화사업을 하면 바닥을 헤집어야 하니까 퇴적쓰레기들이 부유하면서 양식어종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넓지도 않은 수역에서 청소를 피해 어장을 옮긴다는 것이 비용까지 동반한 쉽지 않은 일은 맞지만, 이렇게 하루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의 이기심은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지난 2년 동안 1억 넘는 국비를 불용예산으로 반납했고, 이 때문에 올해는 정화사업을 신청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어장주들의 노림수가 적중했다고 봐야 할까?

경남어류양식협회 관계자는 ‘해양쓰레기 투기의 주범이 어업인이냐?’고 분노해서 되물었다. 그는 어민들이 국가에 기여한 바는 생각지도 않고 그냥 쉽게 어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현실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 말도 맞다. 바다가 쓰레기로 뒤덮이는 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어디 있었단 말인가? 본보기라도 적발된 해양쓰레기 투기범을 일벌백계하거나, ‘많이 배운 높으신 분들’이 진작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을 마련했다면 이 지경은 되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하지만 이제는 누구의 책임을 따지고 자시고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언제나 처럼 모든 당사자에게 조금씩의 책임은 다 있다. 중앙정부는 서구의 예를 들며 지방정부의 행동을 촉구하지만,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동안 중앙집권적 국가를 이어왔다. 더구나 해양쓰레기의 현실은 지방정부가 따로국밥식 처방으로 해결될 수위를 넘어섰다. 해양쓰레기 문제해결에는 관련 당사자 모두가 상호 신뢰하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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