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에 오르고 속담 속에 살아있는 민중의 생선, 무전동 세무서 골목

명태의 간에서 짜낸 기름으로 등불을 밝혔고, 명태간을 먹은 농부는 눈이 밝아졌다고 한다. 명태는 전통제례 상에 오르는 소수의 선택받은 생선이라는 고귀한 신분이면서, 찬 겨울바람에 말려진 뒤에는 황태 또는 북어라는 별칭으로 술안주와 해장국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민중의 친구기도 하다.

명태의 7대 효능, 완전식품에 근접
그 효능은 또 어떤가. 명태는 지방·콜레스테롤이 거의 없고 단백질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다른 생선보다 단백질이 두 배 이상 풍부해 체력보충에 효과가 좋으며, 살이 잘 찌는 체질 여성에게 최고의 다이어트식단이다. 세포를 발육시키는데 필요한 필수아미노산 리신과 뇌에 좋다는 트립토판과 세트로닌이 풍부해 아이들의 두뇌발달과 청소년들의 학습능률 향상, 노인들의 치매예방에도 좋다.

명태는 찬 바다가 주서식지이면서도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손발 또는 아랫배가 찬 사람에게 회복효능이 있고, 소화기가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또 비타민 A·B·C·E가 풍부해 피부미용과 주름개선에도 좋고, 항산화 효능도 있어 각종 염증 회복과 피부알레르기 완화에도 좋다. 뭐니 해도 명태는 숙취해소의 아이콘이다. 콩나물과 황태국은 천연 숙취 해소제라고 불릴 정도다.

개업 5개월, 마성의 맛에 고객 홀딱
모범생같은 인상의 황금명태본가 권순오 대표(35)와 실권자 부인 안순정씨가 황금명태본가를 무전동에 개업한 지 5개월이 막 지났다. 불경기다 뭐다 하지만 이곳 황금명태본가는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마성의 맛을 지닌 매콤명태조림 덕분에 단골을 제법 확보했다. 그날 장만한 식재료는 전부 소비할 정도여서 때론 손님들에게 미안하다고.

창원 출신으로 도산면에 정착한 지 벌써 6년이 넘은 권순오 대표가 지금의 손맛과 음식점 경영의 지혜를 얻는 데는 쓰디쓴 실패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사실 2년 전만해도 현재의 장소는 ‘회뜰날’이라는 권대표가 경영하던 횟집이 있던 곳, 경험도 부족했고, 시기도 좋지 않았다. 더 큰 부담이 되기 전에 과감하게 폐업과 종목전환을 결정했고, 이는 잘 한 결정이었다.

매콤함에 반하고, 고소함에 신난다
최고인기메뉴이자 추천메뉴는 매콤명태조림이다. 매운 정도에 따라 순한 맛·보통 맛·매운 맛 3가지로 나뉘는데, 반찬으로 제공되는 콩나물·돌김·미역국과 조합해 9가지의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본 기자의 입맛이 기준은 아니지만 보통 맛을 시식했음에도 매운 맛이라고 느꼈는데, 돌김에 콩나물을 쌈 싸서 먹은 뒤 미역국을 먹거나 생선구이를 먹으며 달랠 수 있었다. 매콤명태조림은 큰 뼈는 미리 발라져서 나오는데, 부드러운 잔뼈를 골라내는 수고는 오히려 재미난 놀이처럼 느껴질 만큼 매콤함에 빠진다.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를 거치는 모듬생선구이는 그 고소함에 반한다. 매콤명태조림과 모듬생선구이를 동시에 먹는다면 매콤함을 고소함으로 달래고, 고소함에 매콤함의 액센트를 입힐 수 있다. 매콤명태조림과 모듬생선구이는 오후 3시까지로 제한된 점심특선으로 더욱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갖은 야채가 듬뿍 들어간 명태탕은 쫄깃하고도 부드러운 명태 특유의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시원한 국물이 속을 푸근하게 만든다.

소수정예라 할 만큼 이 개성파 3가지 메뉴 모두 제 역할을 다하는 황금명태본가는 ‘팀워크 넘버원’이다. 매콤한 소스에 밥을 비벼 먹어도 되고, 삶아 내오는 라면과 우동에 비벼 먹어도 별미다. 부족함과는 거리가 멀 만큼 푸짐한 음식을 남겼다고 아쉬워 할 것 없다. 남은 음식은 포장할 수 있으니까. 매운 것은 못 먹는다고 두려워 할 것도 없다. 역사에 남아있고, 전통과 함께 해 온 우리의 생선인 만큼 우리의 입맛이 언제나 반겨주니까. 무전동 황금명태본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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