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도 않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대형조선소를 거제에 뺏기고 후회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조선불황으로 거제시가 어려워져서 고소하다 생각하면 그 소갈머리에 할 말 없지만 말이다.

물밀 듯 찾아오는 관광객 소중한 줄 모르더니 뚝 끊기니 이제야 후회막급하고 있다. 그동안 바가지 씌웠다느니, 불친절했다느니 하며 말이다. 새삼 알량한 근시안을 들추는 이유가 있다.

통영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창단 8년 만에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그동안 전국체전에서 종합우승도 하고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까지 획득하는 등 지속적으로 상위권 성적을 냈으니, 창단 후 성적이 나쁜 것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전임시장 흔적지우기의 일환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만 확인할 길이 없으니 일단 넘어가자.

듣자하니 선수단에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는 명분인 모양이다. 선수단 인건비가 지나치게 많고, 훈련비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으로 모골이 송연하고, 비겁해 보이는 주장이다.
시청팀이 창단한 지 8년째다. 매년 예산을 편성하고, 감사를 받았을 것이다. 통영시가 편성했고, 시의회가 두루 살폈을 것이다. 예산으로 시비 걸자면 시청이나 시의회에 먼저 걸어야 옳지 않은가. 몸값 높다고 지적된 선수는 중학교 시절부터 우리나라 이 종목을 이끌 인재로 유명했고, 경남협회장이던 김동진 시장이 꼭 데려오고자 해서 4년의 기다림 끝에 겨우 입단시켰다. 올해는 불운을 겪었지만 여전히 올림픽 메달권에 가장 근접한 유망주다.

해양관광도시를 모토로 삼고 있는 통영이 내년이면 트라이애슬론대회를 개최한 지 20년째고, 월드컵을 유치한 지 15년째다. 따져보면 이미 변변한 팀도 없이 13년째, 8년째 대회를 치렀다. 창단 7년 만에 우리나라 아니 아시아 최상위 클래스 진입했더니, 지역선수라고는 없다고 비판하는 뻔뻔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서울로 간 김규리와 AG 은메달 박예진은 충렬여고 출신이고, 차세대유망주 1명은 내년 충렬여고 3학년이 된다. 태어나고, 자라고, 졸업하고 성인이 돼야만 한단 말인가?

김민재는 통영이 고향일 뿐 타지에서 학교를 나왔고, 경남이 아닌 전북에서 프로선수로 활약 중이다. 그래도 독자들은 그가 자랑스럽지 않은가? 고향을 떠나 원주에 터를 잡았던 박경리 선생과 김봉룡 선생도 여전히 자랑스럽지 않은가 말이다.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판명 난 알량한 국수주의는 참으로 유감스럽다.

경주시는 내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고성군은 당항포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통영시가 경기력을 중요시하지 않고, 선수단을 축소하고, 대회유치를 포기하고, 결국 팀을 해체하면 좋아라 할 곳은 수두룩하다. 때늦은 후회 하지 말자.

시대에 뒤떨어진 국수주의 때문에. 통영시청팀은 우리나라 최상위급 선수들로 구성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권을 목표로, 동계훈련에 매진하고 내년 초부터 뉴질랜드와 중국대회에 출전하며 올림픽포인트 쌓기에 열중할 시기다. 운동선수들이 힘든 훈련과정을 견디기 위해서는 강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선수단에 힘을 실어주면 안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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