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용굼벵이가 현대인에 선물하는 건강한 삶
그 미래는 창대하리라 “월1톤 생산이 목표

좁쌀만한 알에서 깨어나 볼품없는 애벌레를 거치고 고치로 몸을 감쌌다가 화려한 성체로 변태하는 곤충의 일생은 알면 알수록 감탄을 금치 못한다. 곤충이 다양한 방면에서 인간에 유익함을 안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미래의 농업이라고 기대를 모으는 분야인데, 도산면 도덕산 자락에 자리 잡은 식·약용 곤충농원 “꽃무지(대표 김성봉)”도 그런 곳 중 하나다.

 

6개월의 일생, 꽃무지의 헌신

짧고도 예쁜 업체명 ‘꽃무지’는 딱정벌레의 하나인 흰점박이꽃무지에서 따왔다. 곤충의 유익함이 최근에 알려졌다고 했는데, 우리 선조들은 이 흰점박이꽃무지의 효능을 일찌감치 알아차렸다. 동의보감에는 이 딱정벌레가 간장의 기능을 되살리고, 종기와 구내염에 효과가 있으며, 혈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돕고, 산후 여성조리에도 탁월하다고 돼있다. 예쁜 이름의 딱정벌레 성체를 볶아서 먹는 것은 물론 아니다.

김성봉 대표(49)는 “열흘 정도 지나면 알에서 굼벵이가 부화를 하는데, 부화하고 첫 탈피하는 열흘정도까지를 1령, 다시 탈피하는 20일 정도까지 2령, 마지막으로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 굼벵이로 쏙쑥 크는 3~40일 정도까지 3령”이라며 “3령이 되고 20일 정도 경과한 굼벵이를 주로 상품화한다”고 말했다. 굼벵이를 보면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굼벵이는 단백질·탄수화물·비타민 등 영양공급원이다. 김성봉 대표는 “여기에 당귀, 생강, 대추 등 약재를 함께 넣어 중탕을 만든다”며 “환도 있고, 분말도 있는데, 가장 효능이 좋은 것은 역시 액체파우치로 먹는 것”이라고 한다. 액체파우치는 60봉지가 들어있는 1개월분이 기본이다. 금액은 25만원.

 

지금은 20Kg/월, 목표는 1000Kg

현재 월20Kg정도 생산하는 김성봉 대표의 목표는 월1톤 생산이다. 굼벵이 한 마리의 무게라고 해야 고작 2.5g정도니까 400마리는 돼야 1Kg이고 보면, 1톤이면 40만 마리는 돼야 한다. 곤충사업이 미래의 농업이다 보니 정부도 2016년말 이 딱정벌레 굼벵이를 식품원료로 인정했고, 지방정부로부터 사업비도 일부 보조를 받는다. 여기에 대출까지 얻어서 마련한 꽃무지농원은 김성봉 대표와 부인 황명숙 공동대표(49)의 꿈이자 미래가 됐다.

500평의 부지에 조성한 120평의 농장시설 실내는 꽃무지가 서식하기 좋도록 초여름의 기온이 유지된다. 참나무톱밥에 습기를 유지해 최적의 서식장소를 만들어 주고, 먹이도 바나나, 사과에 젤리까지 영양만점으로 제공하는 이곳은 흰점박이꽃무지 전용 힐튼호텔이다. 호텔방은 얼마든지 있으니 객실을 채울 손님들만 있으면 되는데, 머잖아 객실이 곧 찰 것이라고 한다.

김성봉 대표는 “지금은 나랑 집사람, 아주머니까지 3명만 일하는데, 내년 3월~4월까지는 내근직 1명, 영업직 2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꽃무지들이 지금도 계속 알을 낳고 있으니, 인원만 넉넉하면 빈방 채우는 것은 별문제라고.

 

지금은 지인영업, 제약회사 납품이 목표

김성봉 대표는 원래 수산업에 종사했다. 수정란을 배양장에 공급하는 제법 돈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외상이 차기 시작하더니,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어미고기를 모두 잃어버리는 재난까지 겹쳤다. 그때 발생한 손해가 무려 5억 원을 넘었다. 형편없는 가격에 보상받아봤자 손해액에는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결국 이리저리 쓰디쓴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아이들은 커갔다. 첫째와 둘째 아들은 이미 대학생이고 막내딸은 내년 대학에 진학하는데, 어려운 시기에 굴하지 않고 성장해 준 아이들이 고마울 뿐이다.

김성봉 대표와 황명숙 대표는 뭔가 새로운 사업의 필요성을 느꼈고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진주농업기술원 곤충대학에서 ‘사랑스런’ 꽃무지 굼벵이를 만났다. 그는 “매주 목요일마다 하루 종일 7개월간 함께 강의를 들었다”며 “같이 배운 사람들 중 어떤 이는 귀뚜라미에 관심을 가졌고, 어떤 이는 밀웜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지금도 가끔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중요한 파트너들이기도 하다.

김성봉 대표는 “예전에는 수산업이었고, 지금은 곤충인 것이 나는 생물 키우는 일이 천성인 것 같다”며 “수산업·관광과 달리 농업의 불모지인 통영에 농업이 중심이 되도록 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느리다고 굼벵이를 비웃지 마라. 그보다 도움이 된 적이 있는가? 굼벵이의 6개월 일생을 비웃지 말라. 그보다 가치있게 살아 본 적이 있는가? 꽃무지의 앞길이 꽃길이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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