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일은 우리나라에 국립공원 제도가 공식적으로 도입된 날이었다.

무려 52년전인 1967년 3월3일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은 세계 최고의 부유국인 미국이 창시한 국립공원 제도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도입과정에서 특별한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제3공화국 시절인 1964년 한국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월남전에 전투병을 파병하면서 양국간 혈맹관계가 구축됐다. 당시 28개 참전국중 미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한국만이 전투병을 파견하였는데 수도사단, 청룡, 맹호, 번개, 백마부대 등이 그들이다. 미군의 신 무기와 장기개발차관을 받게 된 한국정부는 군사분야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분야로까지 미국과의 관계를 넓혀갔다. 당시 미국 존슨 정부는 인종차별금지, 흑인투표권 보장, 가난과의 전쟁, 도시 재정비, 질병과 문맹 퇴치, 의료보험, 국립공원 환경개선 등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 만들기를 정책 비전으로 추진중이었는데, 한국도 이를 새마을운동, 농촌 근대화(잘살아보세 운동), 문맹과 가난퇴치, 치산녹화, 자연보호운동 등의 변형된 모습으로 순차적으로 들여온다.

특히 1966년 후반 미국정부가 국립공원 전문가단을 한국에 파견하고 때마침 존슨 대통령까지 내한하면서 양국의 우호관계는 최고조에 달했고, 국내적으로도 국립공원 제도 도입에 관한 여론이 형성되면서 1967년 3월 공원법을 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6.25 전쟁이후 보릿고개와 찢어지는 가난속에서도 오로지 조국 근대화와 가족을 위하여 이국만리 베트남에서 공산주의자들과 맞서 싸운 참전용사의 수는 연 평균 5만명씩 십여년간 무려 60여만명에 달했다. 월남전 파병의 결과로 초래된 일이었으니 어찌보면 국립공원 제도는 이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서 태동했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국민이 국립공원을 지키고 가꾼 사례가 어찌 이것만이 있겠는가? 2007년 12월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유류피해사고 때는 전국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23만명이라는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름제거에 손을 걷어 부쳤고, 마침내 그들의 땀과 노력은 죽어가는 해양생태계를 다시 살려냈다. 또한 서울 북한산에서는 2015년부터 시니어들로 구성된 국립공원 시민보호단원들이 매주 자원봉사를 해 오고 있는데, 어느 팀은 200회 이상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국립공원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도 가꾸고 건강과 보람도 찾는 자기행복 활동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국민들의 희생과 헌신, 열정속에서 국립공원이 생겨나고 성장하고 있으니, 어찌 국립공원이 국민들의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매년 4천3백여만명이 휴양과 치유, 봉사와 자아실현을 위해 국립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비록 국립공원에 투자되는 비용은 정부예산의 0.008%에 불과하지만 매년 정부가 실시하는 국민체감도 조사결과, 국립공원관리 서비스는 다른 공공서비스 보다도 10%이상이나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는 가성비 높은 대한민국 대표 공공서비스다.

이제 국립공원은 국민의 삶이자 그들이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역사가 되었다. 그러므로 정부가 현 시대 국민들의 행복을 배가하고, 후손들이 누려야 할 미래행복까지 지키기 위해서 매년 3월 3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한다면 이는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국립공원의 날을 지정하는 것은 곧 국립공원이 국민의 것임을 선언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념일 지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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