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vs 한국당, 통영시 vs 고성군, 기득권 vs 혁신파, 유권자 표심에 달려

통영·고성 4·3 보궐선거만큼 현재의 대한민국 정치지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선거도 없는 것 같다. 보수가 우세한 듯해도 아래에서부터는 진보에 대한 갈증이 움트고, 노장세대와 청년세대의 정치적 괴리는 넓어지고 있으며, 현실혐오에 따른 정치적 무관심은 깊어져 가고만 있다.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이번 보궐선거는 피아가 불분명해 보인다. 같은 편으로 보이지만 아닐 수도 있고, 다른 편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아닐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 대한애국당 박청정 후보, 세 명이 출마했다. 흔히 말하는 3자 구도지만, 엄밀히 말하면 2강 1약이 정확하다. 오랫동안 PK, TK에서 맥을 못 췄지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후보가 2강이고, 박청정 후보가 1약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형성될 것으로 상상할 수 있는 전선(戰線)은 민주당對한국당 구도다. 이 경우라면 그동안은 지역에서 전투다운 전투가 되지도 않았다. 항상 민주당의 KO패였다. 오죽하면 지난 2016년 총선에서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겠는가?

격세지감이라고 할까? 올해 보선에는 후보를 냈다. 예비후보는 무려 5명이나 됐다. 그래도 여전히 양자대결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런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잃을 게 없는 선거라고 볼 수 있고, 한국당으로서는 패하면 나락이라고 볼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상상할 수 있는 통영시對고성군 전선은 특히 이번 보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소문과 현상에 기인한다. 고성 태생의 정점식 후보가 공천을 받으면서 나타난 일인데, “고성군민들은 이심전심으로 고성 출신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그동안 통영·고성 지역구 국회의원은 통영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고성출신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문에 불과해도 이는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일부 고성군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기도 한다. 反고성 정서를 이용하려는 공작일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기득권對혁신파라고 이름 붙였지만, 실상 누가 기득권인지 누가 혁신파인지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당내경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간에는 反양문석의 흐름이 있었고, 양문석 후보를 제외한 4명 후보들간 단일화 논의도 오갔다. 양문석 후보로 결정된 뒤에도 결선투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예비후보 중 한 명은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당내경선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있었던 것을 목격한 바 있다. 이른바 反정점식 기류다. 오랫동안 바닥을 다져온 서필언 전차관이나, 10년이나 시장으로 재직한 김동진 전시장이나 ‘깁툭튀’ 후보가 여론조사 1위의 ‘백조’가 되는 모습을 믿기 힘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서필언·김동진 두 후보는 함께 이의제기를 했고, 김동진 후보는 탈당까지 했다. 물론 서필언 전 차관은 지난 21일 출정식에 모습을 나타내고 황교안 대표, 정점식 후보와 함께 단상에 올라 갈등을 해소했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경남도당 현장선거대책회의에 앞서 서필언 전 차관을 황교안 대표 특보로 임명까지 하며 껴안았다. 

더불어민주당이던, 자유한국당이던 이들이 합종연횡으로 자리 잡을 포지션이 기득권이 될지, 아니면 혁신파가 될지는 알 수는 없다. 누군가 기득권이라 지적해도 자신들은 혁신파라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로 인해 표심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는 더더욱 가늠할 수 없다.

역사 기록자로서의 언론사는 이 같은 다양한 현상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결과를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면, 특히 국회의원이라면 한 가지 밝은 색으로만 생각되는 이 빛이 보궐선거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여 주는 다양한 스펙트럼에 분명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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