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당선인(좌)과 부인 최영화 여사

지난 3일 개표, “2달 만에 당선” 정점식, 7% 갑툭튀 주민 과반지지 얻다

보수바람은 미풍이 아니었다. 거세게 휘몰아친 캐터고리 4등급 허리케인이었다.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되며, 이군현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생긴 권력의 공백을 다시금 자유한국당이 되찾았다.

선거기간 막판에 생긴 돈봉투 사건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역민 대다수는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를 선택했다.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는 지난 3일 오후 8시 보궐선거 투표가 마감된 뒤 자정까지 이어진 개표 결과 4만 7082표를 얻어, 2만 8490표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2만표에 가까운 1만 8592표 차이로 압도하며 금뱃지를 차지했다. 대한애국당 박청정 후보는 3588표를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鄭당선인, 막판악재 이겨내고 당선의 영광

집계에 따르면 통영시 선거구에서는 정점식 후보가 3만 711표, 양문석 후보가 2만 1169표를 획득했고, 고성군 선거구에서는 정점식 후보가 1만 6371표, 양문석 후보가 7321표를 얻었다. 정점식 당선인의 고향인 고성에서만 9000표가 넘게 벌어지며 개표초반 승부를 갈랐다. 박청정 후보는 통영 2745표, 고성 843표를 받았다.

이번 보선 결과 지역 유권자의 다수는 지역경기를 되살릴 적임자로 정부·여당보다는, 지역에 기반을 둔 보수 야당을 선택했다. 한때 통영·고성 유권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김경수 경남도지사, 강석주 통영시장, 백두현 고성군수 등과 박자를 맞출 파트너로 여당 양문석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결과는 지역보수정당의 압도적 승리였다. 지역 유권자들이 조선업 붕괴로 인한 경기불황의 탓을 현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심판론 지역민들 공감한 듯

정점식 당선인과 자유한국당은 이로써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야당으로써는 문재인 정부와 김경수 도지사의 경남도, 강석주 통영시장과 백두현 고성군수에게 지역경기 회생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의 책임까지 떠넘길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한산대첩교 건설가능성도 열어놨고, KTX건설도 제시했고, 안정공단 회생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보였는데, 야당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풀어주자니 마음이 편치 않고, 걸어 잠그자니 욕먹을 일이 걱정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직계인 정점식 의원으로서는 신화를 넘어 레전드급이 되는 모양새다. 정점식 의원이 예비후보로 출발했던 것이 지난 2월초다. 당시 본지가 정점식 의원을 지칭해 ‘갑툭튀’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지역민들에게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는 2월 중순에 실시한 예상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서필언-김동진-양문석에 이어 4위에 그쳤었다. 정점식 의원의 당시 지지율은 7.6%로 서필언 예비후보의 19.0%에는 2/5 수준이었고, 3위인 양문석 후보의 8.9%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불과 20여 일 뒤인 3월 10일 자유한국당 후보 당내경선 여론조사에서 정점식 의원이 42.22%로 1위를 차지하며 공천을 받았다. 서필언 예비후보가 35.03%, 김동진 예비후보는 29.80%였다. 정점식 의원의 경우 정치신인으로 20%의 가산점을 받았다고는 하나, 가산점 없이도 서필언 예비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이군현 의원 넘어 신화 창조

이번 보선에 당선되며 정점식 의원은 통영 국회의원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7% 남짓 지지를 받던 갑툭튀 후보가 불과 2달 만에 국회의원에 당선했기 때문이다. 이군현 의원도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전략공천으로 출마해 2개월 정도에 당선된 적이 있지만, 당시 이군현 의원은 17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정점식 의원은 현역의원도 아니면서 출마해 2개월 만에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정점식 의원은 선거기간 동안 TV토론회에서 지역에 대해 이해부족을 여러모로 드러냈다. 이제는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을 발로 뛰고 직접 눈으로 보고 들어야 한다.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으니만큼 지역민들이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기간이 얼마나 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년 4월이면 총선이다. 그때는 유권자들은 더 냉엄해 질지 모른다.

여의도의 정쟁은 점입가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영·고성은 하나의 조그만 지역구에 불과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지형 상 그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보선 결과는 정부와 여당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유권자들 벌써 2020년 총선 주시

이번 보선에서 지역민들이 전당대회를 거치며 극우의 색채까지 가미한 자유한국당의 경제파탄·좌파독재 심판 등 주장에 힘을 실어 주면서, 문재인 정부는 대북문제, 한반도 문제, 대미·대중·대일외교관계에서 공수처·정치개혁입법·검경수사권 조정까지 거의 모든 국정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권자들은 2020년 총선이라는 기막힌 와일드카드를 쥐고 있다. 정점식 의원은 1년 만에 중간평가가 아니라 아예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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