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레일 제공>

자유한국당 정점식 의원이 보선에서 당선됨으로써 오는 2022년 착공에 들어가 2028년 개통예정인 남부내륙고속철도의 역사(驛舍)가 통영과 고성 모두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점식 의원이 후보시절 “KTX 통영역은 광도면 바닷가에 건설해 정동진역처럼 명소를 만들고, KTX 고성역은 고성읍과 고성인터체인지(IC) 사이에 건설할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보고서에 이미 통영과 고성을 비롯해 KTX 경부선 김천역에서 남부내륙고속철도 지선이 갈라지고 첫 정착역인 합천역, 종착역인 거제역까지 총 4개의 역사건설이 포함돼 있기는 하다. 국회의원이 이를 공약으로 제시함으로써 그 의미가 더욱 중대해졌다.
 

다양한 효과, 총괄적 설계 필요
 이 문제는 단순히 KTX역사가 건설된다는 의미를 훨씬 뛰어넘어야 한다는 여론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가 건설되면 SOC 토목사업으로 인한 경기상승효과가 있을 것이고, 역세권을 노린 부동산 경기상승 효과도 기대할 것이며, 수도권 관광객의 접근성 개선효과가 탁월할 뿐만 아니라 물류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어렵잖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이런 것들을 뛰어 넘어 통영과 고성지역의 백년대계를 염두에 두고 지혜를 짜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매립지를 활용해 신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애초의 계획 역시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연구되지도 않았지만, 원래 계획과 달리 도로는 부족하고, 주차장도 부족하며, 문화공간도 부족한 반면 상업시설과 주거지는 난립한 무전동과 죽림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고성통영 가능해도 심사숙고해야
우선 역사의 위치를 보자. 정점식 의원은 후보초청 TV토론회에서 “통영역은 광도면 바닷가에 만들어 강릉 정동진역처럼 관광명소가 돼야하고, 고성역은 고성읍과 당항포 사이에 설치해 항공 산업단지와 당항만 해양생태공원 등이 관광과 물류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점식 의원은 “고성역이 같이 만들어지면 지역이 한 걸음 더 발전하는 토대를 만들어 줄 것이고,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KDI용역보고서에도 통영역과 고성역까지 모두 4개의 정차역 건설계획이 준비돼 있다. 보선 맞상대였던 양문석 후보가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이미 용역 결과도 두 곳 모두 역사를 건설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예비타당성조사마저 생략하고 추진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낙후된 다른 지자체가 KTX역사유치에 나설 경우 이를 딱히 거절하기가 난처한 지경이 될지 모른다.

고성에서 통영까지 14.8Km 불과
남부내륙고속철도는 KTX경부선 경북 김천역에서 갈라지게 되는데 이후 경북 성주군, 고령군, 경남 합천군, 의령군, 진주시, 고성군, 통영시, 거제시 등 8개 지자체를 거친다. 진주역은 기존 역사를 이용하고, 합천·고성·통영에 역사를 신축할 예정인데, 성주군과 고령군이 경북에는 역사를 하나도 유치하지 못했다며 ‘하나를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럴 경우 고성역과 통영역을 모두 만들게 되는 우리 지역은 변명할 방안이 없어 보인다. 김천에서 성주, 고령을 지나서 합천까지는 65Km정도인데, 고성에서 통영까지는 14.8Km, 통영에서 거제까지는 12.8K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KTX가 시속 300Km를 낼 수 있는 역간 최소거리는 57.1Km라는 것이 철도업계의 통설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현재 KTX는 대구, 포항, 울산을 거치는 경부선(京釜線), 서울에서 출발해 창원·마산을 거쳐 진주에 종착하는 경전선(慶全線), 전주·남원·순천을 거쳐 여수엑스포가 종창역인 전라선(全羅線), 익산·정읍·나주를 거쳐 목포에 도달하는 호남선(湖南線), 횡성·평창을 지나 강릉에 종착하는 강릉선(江陵線) 등 다섯 개 노선이 있다. 각 노선마다 정차역이 15~20군데 정도로 총 70여개쯤 된다.



통영역 광도면, 고성역 고성읍~고성IC사이, 저속철 논란 “징검다리 운행하면 된다”

탄력운행으로 저속철 걱정 끝
하지만 전체노선에서 역과 역 사이의 거리가 고성에서 통영만큼(14.8Km)이 채 안 되는 곳은 몇 군데 없다. 서울역~용산역~영등포역~광명역 등 수도권을 제외하면 더 적어진다. 경부선·호남선에는 아예 없고 전라선에도 여천~여수엑스포(9.5Km)밖에 없으며, 강릉선에도 평창~진부(13.3Km)구간이 유일하다.

경전선에는 진영~창원중앙(14.1Km), 창원중앙~창원(10.3Km), 창원~마산(13.9Km) 등 세 곳이 있는데, 여기는 지난 보선 방송토론회에서도 사례로 제시됐던 곳들이다. 저속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점식 의원은 “창원중앙역에는 모든 열차가 정차하지만, 창원역은 하루 46회, 마산역은 하루 26회만 정차한다. 통영역과 고성역도 운행횟수를 조정함으로써 저속철이 될 여지를 없앨 수 있다”고 답변했었다.

두 군데 역사건설비용 천문학적
또 다른 문제는 두 군데 모두 역사를 건설할 경우 소요될 엄청난 규모의 비용이다. 수도권과 지방이 토지가격이 큰 차이가 나는 점을 전제하더라도 호남KTX 익산역의 경우 10년 전 임에도 2300억 원 이상이 들었다. 지난해 익산역 인근에 전북혁신역을 유치하기 위해 어림잡아 산출한 건설예산이 800억 원 정도였다고 한다.

역사를 신설할 경우 전액을 아니어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통영과 고성에 모두 역사를 신축할 경우 1500억~2500억 정도는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고성역과 통영역을 모두 만들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엄청난 규모의 건설비용을 감수할 만 해야 할 것인데, 이는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

광도면 역사 적합지 아닐 수도
또 말로는 쉽게 통영역사, 고성역사 하지만 역사의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승하차장, 대기실, 승차권 판매시설, 사무공간, 휴게공간 외에도 대규모 주차장, 환승장, 역앞 광장에 안전운행을 고려한 고속철로까지 감안하면 통영에서는 이를 감당할 만한 면적을 가진 후보지가 많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정점식 의원은 강원도 정동진역처럼 광도면 바닷가에 통영역이 들어서기를 바랄 테지만 현실과 다른 이상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광도면 바닷가에 통영역을 건설한다면 거제방면 노선은 상당한 부분이 해상구간이 될 수밖에 없는데, 해상구간 공사가 비용과 난이도면에서 혀를 내두르게 하기 때문이다. 남부내륙고속철도 조기착공을 주장하며 경남도민들이 일심동체로 나섰던 4년 여 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의 벽을 넘기 위해 내부적으로는 쉬쉬하면서도 해상구간이 포함된 거제구간을 배제하고 통영을 종착역으로 해서 제안하자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시된 적이 있었을 정도다.

도산면 옮기면 고성역도 옮겨야

광도면에 통영역이 들어서는 것은 거제방면으로의 노선결정 옵션을 몇 개 극소수로 제한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결국 도산면 일대가 최선의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통영역이 광도면이 아니라 도산면에 건설된다면 고성역은 정점식 의원의 공약과 달리 고성읍과 고성IC 사이가 아니라 대가면 일대로 물러서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통영역과 고성역을 선정하는 과정이 현재의 시군 단위 결정단계에서 결론을 내기보다는 통영과 고성 전체를 생활 및 주거영역으로 간주하고 머잖아 행정통합을 이룰 것이라는 대전제하에 또 행정통합을 추진해 나가는 것과 동시에 전체를 아우르는 생활권역의 백년대계 도시계획을 재정립해야 하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통합이 전제된다면 하나의 KTX역을 건설하고 잔여 건설비용을 통영고성 통합신도시 개발비용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이른바 ‘정부와 빅딜’도 생각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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