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에 당선된 지 한 달이 지난 정점식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상임위원회에 배정된 것은 통영시로서는 잘 된 일이다, 무엇보다도 황교안 대표의 직계로 당내에서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기뻐할 만하다. 정의원은 당선 보름만인 지난 19일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에 임명됐는데, 초선으로는 파격적이다. 기라성같은 고참 의원들을 제치고 발탁된 것은 황교안 대표가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지난 22일 정점식 의원은 자유한국당 법률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율사 출신 국회의원이 상대적으로 열세이던 자유한국당에 그의 당선이 천군만마가 됐음을 입증하고도 남는 대목이다. 현재 정점식 의원의 당내 위상으로 보건대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의 위상은 지역의 운명과도 직결되는 일이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본 기자에게는 걱정되는 일이 있다. 독자제위께서 아시다시피 지난 보선 때 본지를 대상으로 한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일은 기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사안이었거니와, 당시 정의원의 선거캠프도 ‘우리와 무관한 일’이라고 매듭지었었다. 유권자들 역시 그 사건이 캠프와 무관한 일임을 표심으로 신뢰를 보였고, 본 기자도 당선증을 받은 그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하지만 이후 여러 행사에서 정점식 의원을 만날 때마다 그가 유독 나를 피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라고 생각하지만, 악수를 하러오다가도 본 기자를 보면 방향을 돌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의심 안할 수도 없었다.

안 그래도 본 기자를 만난 지인들마다 “괜찮으냐? 아무 일 없냐?”고 묻고, “항상 조심해서 다니라”고 충고(?)하기 일쑤다. 그럴 때 마다 “아무 일 없으니 걱정마라”고 큰 소리치곤 했다.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은 일개 기자 나부랭이와는 비교대상 조차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통영시민, 고성군민을 대표하는 나라의 일꾼이 그만한 일로 나에게 뒤끝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권력과 언론은 ‘불가근불가원’,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공동체 사회를 위해 최선이라는 것은 언론학 교과서의 기본이다. 너무 가까우면 유착하기 십상이고, 너무 멀면 가치있는 뉴스제공이 어렵다. 그래서 언론과 기자는 뻔히 알고 지내면서도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는 천형(天刑)을 짊어진 족속들이다. 건전한 비판을 통해 공동체의 선(善)을 유지시키는 고난의 길을 걷는 운명을 선택한 자들이다.

기자가 한번 듣기 싫은 기사를 썼다고 권력자가 두 번 다시 안볼 것처럼 하는 것은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키거나, 압박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를 막는데 가장 앞장서야 하는 것이 다수의 시민들이고, 선진국일수록 이런 시민의식이 높다.

정점식 의원에 대한 나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나는 믿을 것이다. 본 기자는 다음에 또 정점식 의원을 만나면 악수를 청할 것이다. 그리고 말 할 것이다. 불가근불가원해지자고. 후대에까지 존경받는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달콤한 독약’과 ‘쓰디쓴 보약’을 잘 판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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