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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소상인이 봉이냐? 주류도매가, 거제보다 '박스당' 5000원이나 비싸다
김숙중 기자 | 승인 2019.06.07 11:02

거제, 거가대교 개통 후 부산업체와 가격인하 출혈경쟁 후 현재까지 유지
‘무풍지대’ 통영, 10년 가까이 소상공인·서민들 유리지갑만 털린 셈
죽림지역 중심으로 상인들 단결, 도매업체간 가격경쟁 돌입될 지 관심
법원은 폭 넓게 ‘담합’ 인정 판결, 매출액 10% 과징금에 손해배상까지

소주와 맥주는 스트레스 많은 세상, 불황으로 시름 앓는 서민들에게 한 잔 술로 위안을 주는 밤의 친구들이다. 기쁜 일이 생기면 기뻐서, 슬픈 일이 생기면 슬퍼서 술 한 잔을 기울인다. 그래도 어느 누구든 즐거운 일보다는 울적한 일 때문에 더 소주와 맥주를 찾으리라.

그런데 최종 소비자인 서민들은 모르겠지만 통영의 소비자들은 인근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비싸게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있음이 분명하다. 소비자 가격이야 똑 같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서비스의 품질이 나쁠 수밖에 없는 환경인 점 역시 깨닫지 못하고 있다. 바로 통영의 주류도매가격이 인근 지자체보다 박스당 4~5000원 정도씩 더 비싸기 때문이다.


통영, 거제보다 박스당 4~5000원씩 비싸

통영에는 20병 들이 맥주 한 박스에 3만4000원이고, 30병 들이 소주 한 박스에 4만3000원이지만, 거제시의 경우 각각 3만원, 3만8000원이다. 맥주는 1박스에 4000원, 소주는 한 박스에 5000원 비싼 셈이다. 최근 한 국산 맥주 도매가격이 박스에 1500원 인상되기까지 했다. 음식점이나 주점, 다찌집 같은 통영의 소매업주들은 거제 업주들보다 비싸게 주류를 매입하면서도 거제와 같은 가격에 판매를 하니 수익이 크게 줄 수밖에 없다.

통영외식업지부에 따르면 회원업체가 2200여개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는 카페, 다찌집, 음식점, 주점 등이 모두 포함됐으며, 이외에 주류 판매를 하는 곳은 가요주점, 유흥주점 정도로 많이 잡아 300곳이라고 한다면 전체 2500군데 쯤이라고 보면 무방하다. 손님의 많고 적음과 업소의 위치, 주종목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최근의 불경기를 감안해서 한 업소에서 매일 1박스씩, 한 달에 30박스를 소비한다면 통영의 주류도매업자들은 3억~3억7500만원의 추가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 된다.

업체 한 곳당 7500만~9400만 원꼴이다. 통영의 주류도매업체들이 거제업체보다 더 가져가는 추정수익만 이 정도라는 것이다. 통영의 최종 소비자들은 이 금액만큼 더 나은 서비스 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꼴이나 마찬가지다. 불황에 허덕이는 일반음식점 업주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한 달 30박스해서 월12만~15만 원만큼 거제보다 더 주류대금에 지출한 것으로, 그만큼 전기요금 또는 월세부담을 줄일 기회까지 뺏긴 셈이다.


거가대교 개통 뒤 부산과 가격경쟁
문제는 이런 주류도매가 격차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고 있는 바람에 “가격담합이 있는 것 아닐까?”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주류도매업은 주세법 시행령에 따라 주류 판매업 면허를 소지한 종합주류도매업자, 슈퍼·연쇄점 본부, 농협중앙회 등 주류 중개업자만이 영업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취급 주류는 가정용과 유흥음식점용으로 나뉘는데, 유흥음식점용 주류는 종합주류도매업자만이 공급할 수 있다.

음식점이나 다찌집 소주와 맥주는 이들 종합주류도매업자들이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 통영에는 모두 4개의 업체가 있으며, 거제에는 최근 면허가 취소된 업체를 제외하고 6개 업체가 있다고 한다. 거제의 경우 애초에는 3~4개 정도 있었지만, 조선업이 번성하며 근로자들이 유입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7개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인구가 많고 시장규모가 큰 거제의 주류도매가격이 통영보다 싸 진 데는 이유가 있다. 10여 년 전만해도 통영과 거제의 주류 도매가격은 비슷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2010년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부산의 주류도매업체들이 거제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이를 막고자 거제의 주류도매업체들이 가격인하 경쟁을 펼친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 거제지역 주류도매업체들이 가격전쟁에서 부산업체들에게 승리했는데, 이후에도 당시 인하한 도매가격을 현재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4대업체, 수시로 모임 가진다 소문
반면 통영업체들은 거제와 부산의 전쟁 때도 피해를 입지 않았고, 세금이나 출고가 인상 때 외에는 도매가격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소매업체들의 안일한 인식과 단결력 부족, 인근 도시의 거래가격에 대한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소매업체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계속해 왔다. 손님이 북적일 때 한 달에 10만 원 남짓한 돈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데다가, 일반적으로 주류카드를 통해서 대금결제가 이뤄진다. 주류를 배달하고 나서 개수와 결제금액을 통보하면 소매업주는 카드계좌로 입금하는 비대면 결제이기 때문이다.

주류도매업계를 잘 알고 있는 소식통에 따르면 통영의 4대 주류도매업자들은 수시로 모임을 가진다고 한다. 최근 인근 지역 도매업자가 통영시장을 두드린다는 소문을 듣고, 4대 업체 업주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담합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는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합의하는 것’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가격결정행위’도 완전한 가격일치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으며, ‘합의’ 역시 ‘명시적인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 내지는 암묵의 요해에 그치는 경우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합의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이를 어기면 ‘부당이득’이 아니라 ‘관련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이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민사배상책임까지 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죽림지역 상인들을 중심으로 주류도매가 인하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장기간 지속되는 불황의 여파다. 첩보에 따르면 인근 거제뿐 아니라 진주지역 주류도매업체들도 죽림지역을 통영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 한다. 일부 상인들은 “지금까지 통영업체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분을 참지 못한다”면서 주변 상인들까지 적극적으로 동참을 설득한다고 한다.

불황의 끝에서 상생의 길 찾아야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통영의 주류도매업체들은 10년 가까이 무풍지대에서 상대방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이 폭리를 취한 셈이 된다. 그만큼 서민들의 유리주머니도 털린 격이다. 이 불황의 끝이 어딘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분명한 것은 거래 상대방을 절벽으로 내몰기보다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공멸을 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통해 하루하루를 빠듯하게 살아가며 한 잔 술에 회포를 푸는 서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바란다.

(※본 기사에 대한 주류도매업체의 해명, 주장 또는 입장표명을 기다립니다.)

김숙중 기자  64440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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