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일 “우리의 정체성, 시의회 결의 또는 주민투표로 결정 희망”

서상록 “조작사건 결론에도 정서적 미해결, 이데올로기 극복 중요

논란이 있는 부분을 그냥 덮어두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우리 세대의 책무를 다하지 않으며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비겁한 일이다.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지난 4일 오후 본지 지면평가위원실에서 열린 이번 통영국제음악제 관련 토론회 첫 주제는 윤이상 선생에 대한 평가, 또 이와 뗄 수 없는 명칭에 대한 논란이었다. 통영국제음악당이냐, 윤이상음악당이냐 하는 부분이다.

먼저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본부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축제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 독일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등 유럽 3대 음악제 모두 도시이름을 사용한다”며 “윤이상음악제는 애초에 거론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퀸엘리자베스국제콩쿠르, 쇼팽콩쿠르 등 세계 3대 콩쿠르처럼 콩쿠르는 음악가나 후원자 이름을 따온다”면서도 “2003년 콩쿠르 시작할 때 선생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말다. 당시 경상남도가 가장 많이 후원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음악당 명칭, 시간 두고 해결해야
2006년에야 비로소 윤이상국제콩쿠르로 변경할 수 있었다. 통영의 경우 2006년 국제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했는데, 국내 관계기관의 동의를 받은 다음 세계연맹 총회의 승인을 얻어야만 비로소 공식적으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이상기념공원과 윤이상기념관과 관련해서 이용민 본부장은 “진의장·김동진 시장 재임 때도 도천테마파크의 이름을 바꾸려고 노력했다”며 “이전 정부시절 국정원에서 반대했기 때문에 못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도천테마파크 역시 2017년에야 윤이상기념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용민 본부장은 “음악당의 경우는 루체른 KKL(루체른컬쳐&콩그레스)이나 베를린필하모니홀처럼 도시이름을 딴 곳도 있고, 카네기홀처럼 사람 이름을 따오는 경우도 있지만, 도시이름을 따르는 경우가 조금 더 많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낸 다음 다만 “일방적으로 (특정명칭을)끄집어내서 갈등을 유발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원래 윤이상 이름이 들어가 있던 것을 되돌리자는 것이 아니다”면서 “당시에도 건립예산 대부분이 기재부에서 나온 것이라, 통영시장이 명칭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정부(문화관광체육부)에서 “통영음악당이라고 하면 전국에서 국비지원 요청을 할까봐 오히려 윤이상으로 명명하자고 한 적이 있다”며 “아무래도 난처했던지 그냥 통영국제음악당으로 하자고 했다”는 비하인드스토리도 소개했다.

 

윤이상 정체성, 우리 시대의 과제
이에 대해 서동일 원장은 “명칭은 정체성의 표현으로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윤이상음악당으로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동일 원장은 “통영국제음악당의 ‘국제’라는 단어가 무슨 의미가 있는 지 궁금하다”며 “가능한 윤이상기념음악당로 할 것을 시의회에서 결의하거나 합의가 안 되면 주민투표를 해서라도 우리 세대에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상록 회장도 “(동백림사건이) 법적으로는 간첩조작사건으로 결론이 났지만 정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해결되지 않았다. 다수의 시민들은 예술가라고 치외법권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통영시민들이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얼마나 극복한 상태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사람이니까, 세계5대 작곡가니까 하면서 (윤이상음악당 개명이라는) 무리수를 던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결정은 주민투표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위영희 이사는 “지금은 윤이상기념관으로 명칭을 되찾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윤이상 이름을 들먹이면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때가 있었다”며 “정권 바뀌었다고 명칭 바꾸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통영시민들의 생각이 음악당 명칭을 바꿀 만큼 시민들의 생각이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명칭을 되찾더라도 사전에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투표 의견에 대해 박행오 팀장은 “통영시민이 얼마나 참여하는가도 중요한데, 케이블카에 대해 주민투표를 했을 때도 참여율이 상당히 저조했다”며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힘든 부분이 많다. 상처만 남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젊은 세대, 동백림사건 뭔지 몰라
이용민 본부장은 “험악한 시절 제가 최전선에 서 있었다. 그런 것 곤란해 할 정도는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음악가로서의 윤이상 선생을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정치적인 부분은 다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동백림사건은 모르지만 ‘통영의 딸 신숙자 사건’에 더 관심 많다”며 “통영의 아들 윤이상이 통영의 딸 신숙자를 팔아먹었다는 프레임이 참 악랄하다”고 지적했다. 이본부장은 “자기신념에 매몰돼서 대결구도로 치닫는데 굳이 찬반이 갈리는 사안을 끄집어내면 어떻게 될까?”라며 “시기가 와야 한다. 아무리 세게 휘둘러도 타이밍이 맞아야 홈런이 나오지 아니면 헛스윙한다”고 비유했다.

이용민 본부장은 “주민투표를 하면 그 과정에서 벌써 주민들은 완전히 갈리고 파토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안정적으로 지내면서 분위기가 성숙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도도히 흐른다. 2~30년을 두고 보는 것이 선생을 지키는 바람직한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음악당 건립, 두 어르신 약속 지켜
서동일 원장은 “(작년) 민주당 시장을 선택한 것은 다수가 윤이상음악당으로 바꾸는 것을 지지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윤이상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름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서상록 회장은 “꼭 해야 한다면 시민투표를 하자는 말이지 지금하자는 것은 아니었다”며 “(이 문제는) 통영시민만의 문제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흐름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민 본부장은 또 다른 비화를 밝혔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초대 이사장이던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이 2003년 태풍 매미 수재의연금을 경남도에 기부하면서 김혁규 도지사에게 “통영시민문화회관이 열악해서 음악홀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이 출발점이 됐다고 한다. 이후 진의장 시장이 고비를 넘겼고, 변양균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들 공로자들의 흔적을 기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