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희 “콩쿠르 관객 너무 없더라, 학생 동원도 아쉬워”

운영비 150억 넘는 시립교향악단 현실적 불가, TFO가 정답

전문가 토론회 두 번째 논제는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콩쿠르와 관련한 문제였다. 관객부족, 시민동참부재, 시민참여이벤트, 장르확장성, 저작콘텐츠 확장, 페스발오케스트라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통영시립오케스트라를 창설하느냐 등의 문제다.

위영희 이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는 “콩쿠르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관객이 너무 없고, 그나마 학생들을 동원했더라”며 아쉬워했다. 이용민 본부장은 “처음에는 공짜표를 배부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지금 봄철 국제음악제의 유료관객동원은 안정화 단계다. 거의 모두 매진”이라며 다만 “가을 콩쿠르는 여전히 어렵다. 피아노는 좀 낫지만, 첼로는 처연할 만큼 힘들다”고 실토했다.

적은 관객은 클래식 변방성 때문

이해할만한 구석은 있어 보인다. 이본부장은 “열흘 동안 거의 하루 종일 콩쿠르를 하는데, 시간과 관람비용에 음악적 식견까지 갖춰야 한다”며 “음악제는 축제적인 요소가 있어서 가능하지만 콩쿠르는 매니아만 오기 때문에 기대하는 만큼 결과 얻기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관객동원에 대해서도 “학생동원을 한번 해 보니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고, 11월이라 대학을 움직이기도 쉽지 않더라”며 “좋은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용민 본부장은 “홍보가 중요한데, 요즘은 워낙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어서 어려움이 크다”며 “유료회원에게 1만 부 정도 책자 발송하고, 현수막·SNS 홍보를 하지만, 콩쿠르라는 문화콘텐츠를 찾는 수요층이 아직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고백했다.

다른 지역의 콩쿠르는 어떨까? 이본부장은 “서울국제콩쿠르는 관객이 우리보다 적다”며 “장르가 메이저이긴 해도 클래식의 변방성 때문에 관객소통 측면에서는 비주류적이고 마이너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우리는 공공성을 추구해야 한다. 재미있는 잡지는 필요하지만, 좋은 책도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제, 짧은 기간에 대단한 성공

서상록 회장은 통영국제음악제가 단기간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서회장은 “통영은 접근성도 나쁜데다 장르마저 클래식이어서 걱정이 많았다”며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대도시를 들른 뒤 통영을 찾았다”며 “직접 초청할 여건과 역량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명한 단체들이 바로 통영으로 온다며 “인구 13만 명의 소도시에 거칠기 짝이 없는 어업도시인데 깜짝 놀랄 정도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위영희 이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꼭 클래식에 한정해야 하는지 ‘장르의 확장성’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용민 본부장은 음악당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영국제음악제가 각광받고 칭찬받는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램이 좋은 것 외에도 어쿠스틱의 탁월함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애당초 만들 때부터 이것저것 다 있는 뷔페가 아니라 소고기전문식당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내최고 어쿠스틱공연홀의 제약

이본부장은 “우리나라 대부분 공연장은 뷔페같은 곳”이라며 “한국 최남단 도시면서 대도시에 있는 공연장을 운영했다면 아마 관객 대부분이 안 왔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울에서도 하지 않는 공연을 독자적으로 하고, 자연음을 가장 잘 울려줄 수 있는 통영음악당의 장점 덕분에 매니아들이 온다는 것이다.

3년 전에 윤종신씨 재즈공연을 했을 때 “당신들 왜 이런 짓을 하느냐?”며 난리가 났었다고. 열흘 중 주말 이틀 정도만 했는데도 말이다. 이용민 본부장은 “통영국제음악당 공연홀은 음향을 사용하면 안 되는 곳이다. 관객과 아티스트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공연장 다양화 시도는 우리의 숙제

이본부장은 재단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홀이 아닌 대체장소를 찾아내는 것이 숙제”라며 지난 4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자신의 피아니스트 딸과 욕지도에서 했던 강당공연을 예시했다. 그는 “언론에서 취재경쟁을 펼치느라고 난리가 났었다”며 “공연장도 다양화하고, 시민들에게 문턱도 낮추고, 또 통영의 자연을 음악을 통해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동일 원장은 윤이상콩쿠르에 대해 추가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영국 공영방송 BBC라디오가 리즈콩쿠르를 2차 예선부터 생중계 하더라”며 “통영도 라디오 중계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콩쿠르가 발전하면 연주알선업, 중계방송, 광고수익 등 문화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용민 본부장은 “작년 콩쿠르때는 실시간스트리밍만 하고 저장은 안했는데, 올해부터는 윤이상, 통영국제음악제, 콩쿠르 카테고리를 각각 따로 만들어서 전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하고, 모두 아카이브 받아 저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이상콩쿠르가 월드클래스라는 점도 강조했다. 첼리스트 정명화 선생은 “윤이상콩쿠르 첼로부문은 전 세계 탑5 수준”으로 평했다고 한다. 여기에 콩쿠르 참가자들이 원하는 것은 우승상금보다는 연주기회를 갖는 것이어서 “음악당이 있고, 음악제를 하는 통영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어쿠스틱 녹음의 명소를 향해

이용민 본부장은 대관료 수익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대관료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유도 공연홀의 우수함과 더불어 통영국제음악제의 저명성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도이치그라모폰 녹음작업과 백건우 선생의 작업도 모두 통영에서 했다고 말했다. 서동일 원장은 음악당의 음향이 국내 최상급이라는 부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제시하며, 갑갑한 좌석배치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영국제음악제를 통영현대음악제로 바꿔서 ‘아시아의 다름슈타트’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음악축제로의 완전한 전환은 유럽본토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용민 본부장은 “2003년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주빈 메타의 통영 공연이 전환점이 됐다”며 “그 이후 음악제의 개막공연 경우는 무슨 공연을 제공해도 티켓오픈 순간 무조건 매진”이라고 말했다.

15만원이면 멸치 몇 박스? 전설적

이본부장은 당시 서울 공연 관람권이 최저 25만원이었는데, 통영시가 낮추는 바람에 15만원으로 책정됐다며 “15만원이면 멸치가 몇 박스인지 아느냐?”는 전설적인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공연을 보러온 이수성 전총리가 앉을 자리가 없어서 진의장 시장이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용민 본부장은 “아무리 양보해도 공연홀은 국내 탑3에 든다”며 “불편한 객석문제는 인정”했다. 다만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오페라 3시간 공연 내내 좁은 좌석에 불편한 자세로 있는데 거의 고문수준”이라는 해외사례를 들었다. 그는 공연홀 무대 합창석을 높낮이 가변형으로 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시민공감대 형성에서 멀어진 이유를 구도심지가 아닌 현재의 음악당에서 하는 것에서 찾았다. 이용민 본부장은 “시민문화회관에서 할 땐 공연 후 연주자들이 중앙시장을 찾으니 ‘음악제를 하는구나’ 실감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수상교통 활성화 방안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 음악제 기간 이외 연중공연을 단위별로 묶어 소규모 음악축제를 할 것도 고려중이다. 가령 합창축제나 재즈축제를. 다만 한국합창연합회 같은 단체와의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다. 그래서 통영의 문화도시 선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서상록 회장은 “예술분야는 자율성을 해체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재단에 통영시청 공무원 파견은 필요없다”고 지적했다.

ACS는 독일이 베푼 은혜 갚는 일

이에 대해 이본부장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그는 “처음 재단이 만들어지고 출범할 때 김동진 시장에게 공무원을 파견해 달라고 자신이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독일문화원과 함께 아시아 작곡가들을 후원하는 아시아컴포저쇼케이스(ACS)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는 윤이상 선생이 베를린에 갔을 때 많은 독일인들로부터 도움 받은 덕분에 정착을 할 수 있었고, 세계적인 작곡가가 될 수 있었던 은혜를 갚아나가는 차원에서 한다. 아시아작곡가를 통영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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