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지는 해방구였다. 음악적 열정의 분출구였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처음 국내에 소개하며 전국에 프린지 열풍을 몰고 왔다. 축제 기간 동안 진정 뜨거운 음악도시가 됐다. 위영희 이사가 “안 하는 것인가, 축소된 것인가?” 물을 정도였다. 그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차별성을 가지는 말 그대로 거리공연, 끼를 발산하는 장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용민 본부장은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열정을 높이 사는 것이지, 돈으로 주고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성공했다”며 “몇 시간 차 타고 통영 와서 두 세곡 부르고 가는 팀도 있었고, 어느 장애인합주단은 1년 연습해서 3분 공연하고 간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참가자들을 보고 감격해 자기 돈으로 충무김밥 50인분을 사 드린 경우도 많았다”며 “월급 받는 직원이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프린지가 ‘열정페이의 공간’이라는 시각이 크다. 일종의 착취라는 것이다. 트렌드도 갑자기 변해서 최근에는 대부분이 통기타 버스킹이라고 한다. 또 예전의 순수함은 없고 전부 기획사를 끼고 있어서, 공연개런티를 요청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불과 15년 만에 환경이 변한 것이다.

이용민 본부장은 “지금은 거리의 악사 프로그램에 자발적인 공연까지 있어서 당시같은 희소성이 없어졌다”며 “통영이 프린지를 처음 시작했으니 우리가 책임감을 가지고 ‘이건 프린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통영음악협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음악협회에서 프린지 관련 세미나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음악제 시작부터 프린지는 음악협회가 주관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용민 본부장은 “처음 시작할 때 벤치마킹을 많이 했는데 축제가 망하는 가장 대표적인 패턴이 공무원과 전문가 집단의 갈등이었다”며 “서로 자신의 성과로 만들려고 하니까 3~5년차에는 결국 망하더라”고 말했다. 그 다음 패턴이 전문가 조직과 음악협회 같은 지역전문가들과의 갈등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축제가 망하지 않으려면 음악협회 같은 곳에서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결론내고 프린지를 음악협회에 맡긴 것이다. 하지만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할 일도 많은데 프린지에 매달리니까 답답한 심정이라며, 3월이 오는 것이 두렵다는 분들도 많다”며 “조정이 필요한 시가”라고 말했다. 세미나를 열고자 하는 이유다.

그러자 위영희 이사는 “버스킹처럼 젊은이들의 문화만 되면 외면 받을 수 있다”며 “참가팀들의 품격을 높이면 시민들이 더 호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상록 회장은 “참가팀을 과감하게 절반으로 축소하는 대신 선별할 때 통영의 색깔을 낼 수 있는 공연을 유도하고 인센티브를 많이 주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고, 서동일 원장도 “공연자 중 한 명이라도 픽업을 해 블랙박스 공연기회도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용민 본부장은 “인력이 많이 들겠지만, 좋은 생각이다. 프린지에 어울리는 팀을 선별해 섬 지역 포함해 통영 곳곳을 다니면서 공연하면 50팀 정도라도 상당히 많은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고, “메이트리라고 통영프린지에 왔다가 이듬해 파격적으로 개런티 500만 원을 지급하며 음악제 공식무대에 세워준 팀이 있었는데, 이후 그 팀이 전국 브런치 공연장을 휩쓸고 다녔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용민 본부장은 “적극 반영하겠다”고 대답하며 “버스킹이라도 명색이 클래식음악제니까 피아노, 첼로 등 이런 것으로 버스킹하면 훨씬 더 임팩트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프린지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UNESCO 음악창의도시로 회원 가입한 것은 2015년이었다. 4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무엇을 했고,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을 해야 할까? 서상록 회장, 서동일 원장은 한 목소리로 경제적·사회적 성과와 구체적인 향후 계획·로드맵에 대한 대답을 요구했다.

박행오 통영시 문화산업팀장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는 도시교류가 중요하기 때문에 통영시 차원에서 주관하는 것이 맞지만, 전문적인 영역이다 보니 재단에서 맡아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용민 본부장은 “창의도시는 음악뿐 아니라 다른 7개 분야가 있는데, 특별한 의무사항은 없다”며 “같은 음악이라도 어떤 곳은 재즈로 되고, 통영은 윤이상이라는 인물과 현대음악으로 지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창의도시 간 교류가 중요하다”며 “통영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음악창의도시인 일본 하마마츠합창제에 초청받기도 하고, 공예창의도시인 가나자와하고 상호교류도 한다”고 말했다. 같은 음악창의도시 하노버의 소년합창단이 오는 10월 통영에서 공연하고 홈스테이도 할 예정이다.

의무사항이 없다고는 하지만 음악재단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윤이상기념관 베를린하우스에 ‘윤이상음악도서관’을 세우고 예산 1200만원을 지원받아 음악서적을 구입해 비치했다. 물론 고가의 전문서적이다 보니 몇 권 안된다고. 재단은 윤이상 관련서적 중 어린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디지털 작업해 오디오북을 만들 예정이다. 또 윤이상 선생의 작품 악보 100여개를 역시 디지털 작업을 통해 음악을 들으며 악보가 넘어가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

독일문화원과 함께 아시아 작곡가들을 후원하는 아시아컴포저쇼케이스(ACS)도 넓게 보면 창의음악도시다운 발상인데, 윤이상 선생이 베를린에 갔을 때 많은 독일인들로부터 도움 받은 덕분에 세계적인 작곡가가 된 것을 갚아나가는 차원에서 아시아작곡가의 인지도를 통영을 통해 높이자는 취지다.

그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소외청소년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저소득 계층 아동들을 위해서’라며 오히려 상처를 주지는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청소년오케스트라, 성인오케스트라, 합창단에 크고 작은 음악동아리들이 자생하면 지원방안을 찾는 것이 창의도시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꿈의 오케스트라 연습장소가 음악당이라 이리저리 부딪히는 일들이 많다고 한다. 조만간 신아sb 건물에 공간이 확보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용민 본부장은 “우리는 윤이상 선생에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빚을 지고 있다. 현재까지 성공은 선생의 국제적인 명성 덕분”이라며 “윤이상 선생 정신의 구현을 매우 세련되게 해 내고 싶다”고 말했다.

TFO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를 일컫는다. 상설 시립악단이 아니라 프로젝트 악단인 셈이다. 통영국제음악제가 벌써 성년을 앞두고 있고, 창의음악도시에도 선정됐으니, 우리도 어엿한 시립악단을 가질 만 하다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돈이다. 창원시립교향악단은 연간 100억 정도 사용하고, 서울시립은 230억 정도라고 한다. 연간 2~30억 정도 들이는 진주시립도 있지만 아무도 시립으로 인정하지 않고, 초청도 받지 못한다고.

그럼 통영은 어떨까? 통영과 윤이상 선생의 명성을 감안하면 150억 정도 돼야지 않을까? 그것도 매년. 엄청난 비용이다. TFO는 비용이 얼마나 소요될까? 연주자들의 출신지가 각각이라 출발지도 세계 각지다. 윤이상콩쿠르에는 10명~15명 정도로 오고, 음악제에는 좀 더 많이 온다. 콩쿠르 때는 3번 공연에 1억 5000 정도 들어가는데, 최대한 2억을 넘지 않도록 한다. 음악제때 5~6회 공연 포함해서 연간 5억 원 이상 들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하지만 프로젝트오케스트라 역시 수월하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우선 오케스트라에는 철저한 위계질서가 있어서, 앉는 자리도 아무렇게 정하지 않는다고. 따라서 좌석이 먼저 수용돼야 섭외가 된다. 홍콩 들른 다음 일본 가나자와로 투어 간다면 일본 출신 연주자 20명, 홍콩필에서 20명, TIMF앙상블에서 20명 정도해서 60명으로 구성한 다음 나머지를 서양연주자로 채운다.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다.

악기도 예사 일이 아니다. 악기회사는 연주자와 대여악기 모두 등급을 매겨 놓았다. 한 번 공연하면 악기대여에만 4~5000만 원 들어간다. 콩쿠르 때 첼로 심사위원들이 모두 자기 악기를 가져온다고 해서, 대여악기가 있으니 그냥 오시라고 했다. 이런 악기는 모두 비즈니스석이다. 다행이 악기대여회사 대표와의 인연 덕분에 후원을 받고는 있다. 이뿐 아니다. 악기 하나에 20억 하는 고가품도 있고, 수리기술자도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음악당 레스토랑은 행정사무감사 때 마다 ‘예산낭비’라며 지적받는 곳이다. 토론회 참석자들도 이 부분을 집중 성토했다. 서상록 회장은 “통영시가 왜 고집하나? 민간에 위탁 운영해야 서비스도 좋아진다”고 지적했고, 서동일 원장은 “입장을 거절당하고 연주자보다 못한 사람취급에 모멸감을 느꼈다”는 경험담을 말했다. 음악재단은 민간위탁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선뜻 넘기지 못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용민 본부장은 “레스토랑은 단순히 식당이 아니라 연주자와 관람객의 편의공간이자, 제3의 공연장”이라며 “수익만 놓고 볼 수만은 없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전기·수도요금만 안내도 이익이라는 점, 산하기관이라 직원조차 정규직을 채용하고, 정년을 지켜야 하는 점, 재단본연의 업무가 아닌 점은 있지만, 섣불리 민간에 위탁했다가 사업자가 야반도주라도 하는 날이면 법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수년 동안 레스토랑이 방치되며 흉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이용민 본부장은 “올해가 마지노선”이라며 “민간위탁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연하게도 입찰에 의한 민간위탁절차를 거치고 음악재단이 공연장으로 이용하는 것과 상충되지 않는 세부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서동일 원장은 “재단 연구시설과 도서관이 부족한데 식당을 도서관과 커피숍을 겸하게 조성하고, 음식은 케이터링 시스템을 통해서 공연 전후 2~3시간씩 야외에서 식사하도록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이용민 본부장은 “TFO인원이 거의 200명인데 적절한 식당이 없다”며 동의를 표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