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으로 시작해 ‘통제사’와 ‘통제영’으로 끝나는 통영은 그야말로 이순신의 메카다. 아니 메카여야 한다. 비록 이순신이 태어난 곳은 서울 마른내이고, 자란 곳은 외가 아산이지만 가장 위태로운 국난의 순간 가장 빛나는 영웅별로 떠올랐고, 반만년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가장 높이 자리매김하게 된 곳이 바로 우리 고장이므로 메카여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통영시는 1994년 통영군과 충무시가 통합되며 탄생했다. 원래 통영이라는 지명은 통제영(統制營)에서 빌려와 축약해서 붙인 명칭이고, 충무라는 지명은 이순신 장군의 시호 충무공(忠武公)에서 가져온 것이다. 임진년 왜적과의 7년 전쟁이 발발한 이듬해부터 4년 동안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을 만큼 남해의 군사 요충지였던 이곳은 대일전쟁 승리 후인 1604년 통제사의 군사주둔지로 탄생한 우리 역사에 보기 드문 계획도시다.

통제영 주둔 군사계획도시로 출발
충무(忠武)는 조선 시대에 충장(忠壯)과 더불어 임금이 무관에게 내리는 최고의 시호다. 문관에게는 충문(忠文) 또는 문충(文忠)을 내렸다. 지금이야 충무공하면 당연히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지만, 조선 초 남이 장군의 시호도 충무공이다. 그밖에 여말선초의 조영무, 구인후, 정충신, 이준, 김시민, 이수일, 김응하도 모두 충무공 시호를 받았다. 이순신 막하에 있던 정운 장군, 의병장 김덕령, 권율 장군 등은 충장공 시호를 받았다.

조선 500년 동안 단 9명의 충무공밖에 없으므로 그 만으로도 대단한 명예인데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충무공하면 떠올리는 사람이 거의 누구에게나 이순신 장군인 점이고 보면 통영은 그 만큼 책임의식도 가져야 할지 모른다. 지위를 누리는 만큼 책무도 따르는 법이다. 실상은 어떤가? 우리는 너무나 피상적으로만 이순신을 거명하고, 충무공을 부르짖는 것은 아닐까?

충무공 시호 고유명사화 시킨 영웅
봄과 가을, 탄신일과 기신일 또 축제 고유제 등 매년 5번 충무공 제례를 모시지만 해오던 일을 본능적으로 하는 것 같고, 복원된 통제영지는 껍데기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계 전사에 빛나는 한산대첩과 충무공은 무슨 체육행사나 대회의 명칭으로만 붙여질 뿐이고, 가끔은 식당 또는 지역 특산물 상품명으로 사용될 뿐이다.

그의 이름을 딴 광장은 있으나 찾는 이는 드물고, 그의 기록은 꼭꼭 숨겨져 마치 관심 받지 못하는 보물지도 꼴이다. 이순신의 메카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고, 그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지만 우리 고장의 큰길에서도, 구석구석 골목에서도 계승하거나, 발전시키거나 심지어는 돈벌이에조차 이용하려는 의지를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

통영을 정말 메카다운 이순신의 메카로 만드는 일은 상품성과 마케팅 어느 한 분야라도 예외 없이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 이순신기념관은 시내 중심부나 핵심 관광지역에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곳에 이르는 교통편은 부족하지 않게 제공돼야 할 것이다.

충무공의 모든 것 갖춘 메카 돼야
기념관의 전시물들은 가장 관람하기 편리하고 풍성해야 하며, 한국어·영어·한자어 등 다양한 언어로도 설명해 국제화 준비도 해야 할 것이다. 기념관은 젊은이들조차 관심을 가질 정도의 편의시설을 갖춰야 하고, 구입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매력적인 상품들을 제공해야 한다. 이순신에 대한 학술적인 성과 역시 전국에서 가장 수준 높아야 할 것이며, 이는 통영 민·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아래 성취돼야 할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군사적 성취는 그의 막하 모든 부하장수들이 맡은 바 역할을 창의적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요즘말로 하자면 이순신 장군은 ‘맏형 리더십’을 발휘했다. 기라성같은 막료들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일이 결코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깎아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스토리텔링, 품격 높은 관광상품화
어영담, 정운, 이억기, 이운용 뿐 아니라 수많은 충무공 사람들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는 통영과 이순신에 대한 화제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것이 틀림없다. 충무공을 역사책에 적힌 그대로만 이해하는 것은 그를 좁은 세계에 가두는 일이 될 것이다. 이순신의 메카답게 이순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무한대로 늘려야 한다.

이순신의 모든 것을 연구하고, 이순신의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이순신의 모든 것을 품격있게 보여주면서도 계승발전 시키는 것이 통영을 존재하도록 해 준 이순신에 대한 우리 후손들의 보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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