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만으로 독자생존 불가, 영화·드라마 등 문화마케팅 필요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 요괴거리·구라요시 명탐정 코난 유명

英넬슨 제독 트라팔가 승전 지휘함 아직도 포츠머스市 항구에 전시

독립적 분야로써의 관광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시대다. 아무리 관광명소라도 그것만으로는 더 이상 관광객을 유치하기 힘들다. 소셜 미디어 시대가 도래 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다. 무엇인가 남다른 것, 눈에 띄는 것,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과 결합해야 한다. 그것도 입체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특히 문화와 결합한 관광이 대세가 되는 추세다. 인문적인 관심의 증가는 관광지마저 문화와 결합하기를 재촉하고 있고, 관광지의 주민들 역시 그래야만 비교우위가 가능해진다.

BTS(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성공 덕분에 남다른 핫 플레이스가 된 곳이 있다. 이전에는 그냥 평범했던 장소들이었는데 말이다. 서울 논현동 Y식당이 그 중 하나다. 청국장, 부대찌개, 돌솥비빔밥을 팔던 이 평범한 식당은 아미(army)라고 불리는 방탄소년단 팬클럽 회원들의 필수코스다. 국내뿐이냐고? 천만에. 해외 팬들도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심지어 이곳만을 방문하기 위해 오는 관광객도 있다. 식사 후엔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가 필요하다. BTS멤버들의 단골 M커피숍은 압구정동에 있다. 아무 음료나 마시지는 않는다. 멤버들이 마시던 메뉴여야 한다. 이런 식당은 피자집도 있고, 순대가게도 있다.

이런 곳을 서울시가 나서서 홍보해 준다는 사실은 더 놀랍다. 이런 인기 덕분에 멤버들의 고향에 대한 해외 팬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질 정도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BTS가 창출한 경제효과가 기획사 매출을 제외하고도 5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문화의 위력이다.

일본 돗토리현은 동해 연안에 있어 한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이다. 해안모래언덕으로 유명한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사카이미나토시의 요괴거리 때문이다. 일본 요괴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1922~2015)가 어린 시절을 보낸 사카이미나토시에 조성된 거리다. 한때 수산업 중심지였다가 몰락한 인구 3만3000명 정도의 이 도시는 미즈키 시게루 덕분에 연간 관광객이 3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인근 구라요시시는 또다른 만화캐릭터로 인기있는 방문지가 된 곳이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있는 명탐정 코난의 아오야마 고쇼 작가의 출신지가 구라요시이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마을은 ‘명탐정 코난과 만날 수 있는 마을’로 불리며, ‘코난역’으로도 불리는 JR 유라역(由良駅)에는 ‘코난열차’가 운행된다. 구라요시시도 인구는 5만 명이 채 안 된다.

흔히 이순신 장군과 비교되는 영국 호레이쇼 넬슨 제독의 발자취는 수도 런던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한때 영국 조선업의 중심지였고 해군 정박지였던 남부 포츠머스에서 더욱 많이 찾을 수 있다. 구한말 한반도를 손에 넣기 위해 러시아와 일본이 각축을 벌였던 러일전쟁의 강화조약이 맺어졌던 곳으로 우리 귀에 익숙한 도시다. 전승을 기념해 명명한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는 그의 동상이 높은 곳에 세워져 있고, 전리품인 프랑스·스페인 연합함대 무쇠함포를 녹여 만든 거대한 네 마리 사자상이 있다. 하지만 넬슨제독의 지휘함 빅토리호는 포츠머스 항구에 전시돼 있다.

이순신 장군처럼 적함을 물리치는 마지막 전투에서 총탄에 맞아 전사한 넬슨 제독이 영국인들에게 가지는 의미는 실로 남다를 것이다. 이젠 저물어 버린 대제국의 영화를 그릴 뿐인 인구 20만의 포츠머스는 그렇게 통영과도 닮아있다. 넬슨의 함대 27척은 나폴레옹의 연합함대 33척을 기습해 5척을 침몰시키고, 17척을 포획하며 8000명의 적군을 살상했지만, 영국군 전사자도 1600명이 넘었다. 부하의 생명을 지켜주는 측면에서 넬슨 제독도 이순신 장군을 따를 수 없어 보인다.

통영의 문화는 관광자산이다. 통영의 역사적 배경이, 이순신 장군의 유산이 지역문화와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영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순신 장군과 비교되는 영국 넬슨제독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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