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노후 행정선 운항 중 화재, 하마터면 대형 인명사고 날 뻔

통영시 지난 3월 교체계획에 ‘예산효율’ 따지며 비판여론도

 

하임수 통영경찰서장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하임수 서장 뿐 아니라 동승했던 14명도 전부 아찔했을 것이다. 지난 8일 낮 이들을 태우고 매물도 대항에서 비진도로 운행하던 통영시 소속 행정선에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행이 신속한 대처로 초기에 진화했고, 경찰서장과 관계자들 전부가 무사히 복귀했다. 현재 이 26톤짜리 행정선은 해경이 예인해서 사고원인을 정밀 조사 중이라고 한다.

이 행정선은 지난 4월 통영시가 선령 23년의 노후선이라 교체하겠다고 밝혔다가 지역여론의 비판대에 올랐던 선박이다. 선령은 오래됐지만 행정선 중 가장 최신형으로 운항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예산낭비 하느냐는 것이다. 고용위기지역이니만큼 예산이 있다면 시급한 지역경기 회복에 우선 투입하라고도 했다.

만일 여론에 밀려 행정선 교체계획이 취소되고 계속 운항했다가 내년 이맘때쯤 운항 중 사고가 나서 탑승객 20여 명이 사상을 당하기라도 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라도 짐작할 만하다. ‘안전불감증 만연’, ‘명백한 인재’, ‘인명 경시 복지부동’ 등등.

이번 사고는 사람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안전보다 예산 효율성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 보내는 경고처럼 보인다. 통영은 전국에서 섬이 두 번째로 많은 지자체다. 전남 신안군 다음으로 570개나 되며 이중 유인도도 43개나 된다. 행정선을 늘려야 할 이유가 줄일 이유보다 훨씬 많다. 오히려 예산부족으로 더 늘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게 아니라면 공무원은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근무해야 한다는 것인가?

예산의 효율성을 강조하는데 그래도 안전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사람목숨은 사라지면 끝이다. 사람이 우선이지 돈이나 효율성이 우선 아니다.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인간다움의 회복이라고 오히려 언론이 앞장 서야 한다.

정부의 간섭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사회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여전한 상태에서 간섭을 하지 않게 되면 정글의 법칙이 만연한 사회가 될 것이다. 조그만 안전사고라도 생기면 곧장 정부를 비난하기 바쁜데 우리에게 작은 정부는 언감생심이다. 정부가 작기를 바란다면 정부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작아져야 마땅하다.

이번 사고가 아무런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고 행정선은 수리를 마치면 다시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적조시즌이 다가오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예산확보와 선박건조에는 상당한 시간 걸리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마음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통영시는 내년 국비예산이 확보되면 2021년 착공해 2022년까지 현재보다 두 배인 50톤 규모로 건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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