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는 취재윤리가 있고, 취재에는 금도가 있다. 보통은 평범한 시민인 취재원에 비해 기자가 우월한 존재가 아닌 것은 물론이거니와 상대방의 사적인 부분까지 파고들면 안 되는 것이며, 상대방의 정당한 취재거절을 무시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똑같은 이치로 취재원 역시 취재기자를 비인격적으로 대해서는 안 되며, 정당한 취재를 거부할 무한권능까지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긴 요즘이야 기자가 기레기 취급 받는 시대니까 어쩌면 우리나라 저널리스트들이 자초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22일 본 기자에게 가한 어느 취재원의 폭언과 모욕은 도를 넘은 것이었다. 이날 본 기자는 방만한 경영으로 재정위기에 빠지는 바람에 매출이 급감했으며, 직원들의 급여마저 몇 달 치가 밀린 상태인데다가, 지난 3월 법원에 회생 신청했던 것이 8월 19일 폐지 결정되는 바람에 파산의 가능성이 커진 죽림의 J병원을 취재차 방문했었다.

현재 이 병원은 다양한 전문의를 초빙할 계획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러 가지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통영시민들이 그 병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품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회생폐지 결정 이후의 계획을 알고 싶어 취재에 나섰다.

처음엔 순조로웠다. 이 병원의 행정원장이 비교적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민감한 부분에서는 말을 아끼기도 했다. 자세히 알고 싶은 내막도 있었지만 더 이상 답변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경우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 이 정도는 자연스런 모습이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가서 사단이 났다. 행정원장이 신문기사가 언제쯤 실리느냐고 묻길래 보통은 대답을 해주지 않지만 언제쯤 발행될 것이라고 대답을 했는데 이를 9월초로 연기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본 기자는 “그 의사는 알겠고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더니, 답변이 맘에 들지 않았던 듯 갑자기 직원에게 “문을 잠그라”고 지시하는 것이었다. 본 기자가 나가지 못하도록 감금을 명령한 것이다.

이 직원은 한 술 더 떠서 “인터넷 검색하니 녹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던데 지금 하고 있는 것 아니냐. 핸드폰 보여 달라”고 따져 묻는 것이었다. 행정원장 역시 소리를 지르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당시 본 기자는 녹취를 하지는 않았지만 “만일 하고 있다면 어쩔 거냐?”고 되물으면서 “나를 협박하는데 지금이야말로 녹음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행정원장은 “신문사 내부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답변에 화가 난 듯 지속적으로 ‘9월초 신문게재’ 답변을 본 기자에게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는 취재원이 당연히 가지는 권한을 넘어선 행태다. 시민의 알권리와 병원 및 직원들의 이익 사이의 합당한 지점을 신문사 내부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결정할 것임을 본 기자가 지속적으로 알렸음에도 병원 측은 편집권 침해, 감금지시, 폭언과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

본 기자도 결국 기레기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병원 측의 행태는 금도를 넘어도 훨씬 넘었다. 그 덕분(?)에 ‘법원회생은 거절됐지만 J병원이 경영위기·재정위기를 이겨내고 종국에는 정상화를 이룰 것’이라고 믿고 싶은 본 기자의 마음에 의심의 씨앗만 뿌렸다. 더불어 본 기자에게 가한 폭력적인 행태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병원 측에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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