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쓰디쓴 역경의 연속이다. 하지만 역경을 견뎌내면 달콤함이 기다린다. 봉평동 서민식육식당의 음식 맛에 ‘엄지척’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리라. 이영종 사장(61)의 오뚝이 같은 인생경험이 진정한 맛으로 승화하니까.

대구 출신 이영종 사장이 통영 항남동에서 정육식당 ‘옳소’를 처음 시작한 게 2011년이었다. 폭발적인 관광객 방문과 함께 당시는 잘 안 되는 식당을 오히려 찾기 힘든 시절이었다. 고기맛까지 일품이었으니 식당은 문전성시였다. 호사다마랄까, 2015년 가게에 화재가 발생했다. 보관 중이던 육류 1억 8000만 원어치와 2억 원의 시설비까지 4억 가까운 재산이 잿더미가 됐다. 오래 된 조립식 건물이라 전기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될 뿐이었다.

화재·병마 이긴 오뚝이 인생
마침 당일 부재중이어서 목숨을 건진 것만도 다행이었지만, 보험금 5000만 원 받은 것이 남은 전부였다. 역경은 겹치는 법일까?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가게 된 이영종 사장을 기다린 것은 폐동맥이 찢어졌다는 진단결과였다. 중환자실에서 1주일, 일반병실에서 1주일 병원신세를 졌다. 5cm이상 찢어지면 수술이 불가피한데, 이마저 성공을 장담 못한다고. 수술 할 수 없는 상태여서 현상유지하며 관리하는 것뿐이다.

재산은 다 잃고, 목숨을 살리면서 얻은 깨달음은 컸다. 화재 이후 재정비에 나선 이영종 사장은 그간 다진 인맥 통해 1년 정도 동업하며 자본을 확보한 뒤 작년 12월 독립해서 현재 자리에서 황제한우로 개업했다. 지금은 황제에서 격을 낮춰(?) 서민식육식당이다.

가장 비싼 고기가 맛좋은 고기
이사장은 “잘 모르면 비싼 고기를 사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고객들에게 맛없는 고기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한우는 A+, A++만 사용하고, 돼지고기도 품질 좋은 것만 쓴다. 개월 수 작고, 등급 높으며, 마블이 차 있으면서 가격 비싼 것을 확보한다. 여기에 가장 맛이 좋아지도록 20일 정도 냉장 숙성한다.

그 덕분에 올 초까지 불경기가 무색하게 호황이었다. 손님들은 음식맛이 좋다고 칭찬일색이었다. 관광객들도 1만 원짜리 갈비탕에 엄지 척이다. 9000원 짜리 홍두깨살 육회비빔밥도 인기품목이고, 7000원 육개장도 끝내준다. 직원도 12명이나 있었다.

맛뿐만이 아니다. 생삼겹살은 통영 어느 가게보다 저렴하다. 식육식당은 원래 1인 3000원 정도 차림비를 받지만 서민식육식당은 이마저 받지 않는다. 항남동에 비하면 훨씬 적은 월세부담 혜택을 고객에게 돌린 것이다.

고품질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하지만 4월부터 매출이 감소하더니 지금은, 통영의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겨우 숨만 쉬고 있다. 이영종 사장은 62평 면적에 테이블 17개가 가득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글램핑(Glamping)이라고 있다. 감탄할만한 고기 맛을 저렴한 가격에 즐기는 봉평동 서민식육식당이야말로 글램쿡(Glam-cook)이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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