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면 음력 8월 15일이다. 한가위다. 휘영청 둥근 보름달과 넉넉한 인심이 떠오르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기다. 중국에서는 이날을 중추절(仲秋節)이라고 부르며 풍성한 한 해 수확을 즐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양력 8월 15일을 오봉(お盛)이라고 부르며 최대의 명절로 친다. 서구의 여러 나라도 가을걷이가 끝난 때쯤 추수감사제를 지낸다.

본 기자쯤 연배라면 추석에 떠오르는 추억 또는 단상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고, 보릿고개를 잊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한 첫 움직임들이 분주하던 때라서 먹을 것이 넉넉지 않던 시절이었다. 불량식품 같던 그런 간식거리를 벗어나 떡이며, 나물이며, 약밥이며, 과자 등에 군침 흘렸다.

무릎이고 팔꿈치고 해져서 바느질 덧댄 옷 대신 깔끔한 새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고무신이나 낡아빠진 운동화는 벗어던지고 새 신을 뛰고 폴짝 뛰어 볼 수 있었다. 어른들 주신 용돈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아이들은 얼른 성묘를 마치고 운동장으로 달려가곤 했다. ‘사또야 불 켜라’는 밤늦게까지 질리지도 않고 해댔다. 하긴 당시엔 아이들 TV프로그램은 거의 없었고, TV 있는 집도 몇 군데 없었다.

불과 몇 십 년 전이지만 요즘에는 아련하게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명절이라고 아이들에게 새 옷, 새 신을 사 준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하긴 품질 좋은 상품들이 주변에 넘쳐나니 특정한 시기에 맞춰서 살 일이 아니지 않은가. 맛난 음식들이 늘렸으니 추석을 손꼽아 기다릴 이유도 없다.

운동장에 아이들의 모습은 사라졌고, 대신 온라인 게임서버 입장으로 갈음한다. 자치기, 돌치기, 진놀이, 뎅까이, 문어대가리처럼 신체끼리 부대끼는 놀이 대신 사이버게임이 대세다. 화장이 일반화되면서 전통유교제례도 사양의 길을 걷고 있다.

생성되고 발전해서 사라지는 것이 문화전통이라지만 마음이 씁쓸한 것은 불경기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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