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등록은 유기견 문제해결, 관련정책 마련에 필수

반려자란 배우자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 생애를 함께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런 반려라는 단어를 반려견, 반려묘 등 동물에게 붙이는 시대다. 하긴 반려자에 ‘즐기거나 지녀서 마치 자신의 벗이 된 듯한 사물’을 이르기도 한다니 전혀 틀린 표현은 아닐 성 싶다.

이전에는 개, 고양이하고 부르던 것을 애완견, 애완고양이 부르더니 어느새 반려견, 반려묘가 됐다. 개와 고양이의 명칭만 격상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주인을 이르는 명칭도 마찬가지다. 개주인으로 부르던 것이 ‘축주’가 되더니, 금새 ‘보호자’라고 변했고 지금은 ‘어머니, 아버지’로 부른다니 생애를 함께 한다는 반려의 뜻에도 부합한다고나 할까.

 

개, 인간역사와 함께 한 친구

인류문명 발전의 역사와 함께 한 개를 요즘 젊은이들은 댕댕이라고 부른다. 보통은 멍멍이라고 불렀는데 ‘멍멍이’와 ‘댕댕이’의 글자 모양이 비슷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에 비해 고양이를 이르는 냥냥이는 댕댕이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말로 ‘야옹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쯤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500만을 넘어섰다고 하고, 반려동물 숫자도 1000만 마리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도 마찬가지여서 올해 등록한 반려견만 1400여 마리나 되고, 지금까지 등록된 전체 숫자는 5000마리를 넘는다.

우리도 모르는 새 반려동물문화가 적어도 숫자면에서는 압도적으로 발전한 만큼 정책적인 대응이 없을 수 없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반려동물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올해초 조직개편을 통해 통영농업기술센터 내에 신설된 반려동물복지팀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반려동물공원 조성사업이 한창 진행하고 있다.

반면에 반려동물에 대한 오해, 편견, 질시 등 우리 공동체는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은 견주들을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매도하고, 견주들은 다른 사람들을 ‘인간의 친구인 개에 대한 편견만 가득하다’고 오해한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견주들이 법규정에 충실히 따라서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견주들은 비록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다른 견주들이 충분히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행동을 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문제는 누구 한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 공동체가 피부로 느끼는 모든 문제는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물론 올바른 방향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집단지성은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는 경향이 크다. 아집을 고수하면 갈등만 있을 뿐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지만, 이해의 폭을 넓히면 전진의 폭도 커진다.

이렇게 공동체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마련한 것이 지난 8월 30일 본지 회의실에서 열린 ‘반려동물 1000만 시대, 문제와 해법을 찾는다’ 토론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통영시의회 김혜경 의원, 통영농업기술센터 성재운 반려동물복지팀장, 한국애견협회 통영시지회 박창용 지회장, 반려동물활동가 이화연씨 등 4명이 참가했다. 통영동물병원장협회는 사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숫자에 못미치는 애완문화

김혜경 의원은 “통영은 반려동물복지팀을 신설할 정도로 다른 지자체보다 선제적”이라며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직영관리하게 되면 상당 문제점들이 해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혜경 의원은 “반려동물공원이 생기면 등록을 한 반려견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견주들과 일반 시민들이 주기적 교육과 행사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재운 반려동물복지팀장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166마리가 등록됐는데, 7~8월 두 달 동안 자진신고 기간에만 1252마리나 등록했다”며 “반려동물등록을 해야 통계에 잡혀서 정책개발과 예산편성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성재운 팀장은 “현재 민간위탁 운영 중인 유기동물보호센터는 내년 15억 원을 투입해 신축해서 통영시가 직영 할 계획”이라며 “강석주 시장의 공약사업인 반려동물공원은 내년에 한 군데 조성하고 시장 임기 내에 나머지 한 군데도 완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창용 통영애견지회장은 “우리나라는 애견키우기, 반려견 입양은 급속도로 발전한 데 비해 견주들이 의무는 충분히 못하는 실정”이라며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 안 짖는다며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합리화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市, 반려문화 발전 기대

반려동물활동가이자 반려견 두 마리 견주인 이화연씨 역시 “누구나 아무 곳에서 인형처럼 구입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처음엔 예쁘다고 샀다가 나중에는 짖거나, 이빨 가는 시기에는 깨물게 되는데 장판이나 벽지를 찢으면 그냥 버린다”고 한탄했다. 이화연씨는 “동물보호센터가 보호는 하지 못하고, 곧장 죽는 곳”이라며 “일부 견주들은 ‘그냥 거리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낫다’는 소리까지 한다”고 말했다.

통영농업기술센터 반려동물복지팀의 유기동물관리내역을 보면 ‘보호받지 못하고 곧장 죽는다’는 표현은 지나친 것 같다. 안락사에 이르기까지 법정기한은 15일이지만, 안락사 처리된 강아지와 고양이의 상당수는 2개월에서 4개월까지 보호처리 된 것으로 돼 있다.

반려동물문화가 우리 공동체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해지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반려동물등록제의 완전한 정착이다. 통영시도, 통영애견협회도 “등록된 반려견은 실제의 30%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반려견의 전체 숫자를 알아야 적절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고, 예산을 가늠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등록하게 되면 주인도 좀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고, 따라서 유기할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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