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인 1982년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기반으로, 현 남해안별신굿 보유자 정영만의 고증으로 이루어졌다.

국가무형문화재인 남해안별신굿 보존회에서는 오는 10월 26일, 토요일 오전 10부터 오후 10시까지 통영 남해안별신굿 예능전수관(이순신공원 내)에서 ‘오귀새남굿’ 복원공연을 올린다.

‘오귀새남굿’은 망자를 좋은 곳으로 천도하는 목적의 굿이다. 이 날의 복원공연은 37년 전인 1982년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기반으로, 현 남해안별신굿 보유자 정영만의 고증으로 이루어지며 관계 학자 및 일반인들에게 자유롭게 공개 시연된다. 시연은 방안오귀굿, 영둑굿, 고풀이, 용선놀음 등 ‘통영 오귀새남굿’의 전 과장을 10시간 동안 펼쳐보인다.

통영, 거제 등 남해안 지역의 별신굿과 오귀새남굿은 집안 대대로 무업을 하는 세습무들이 담당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도 통영에는 정씨, 박씨, 김씨, 노씨 등 4-5개의 활발한 세습무 집안들이 무업을 하였다. 그러나 198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당시에는 마지막 세습무 4-5명 정도만이 남게 될 정도로 전승 단절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현재 유일한 세습무 집안인 정씨 무계에서 힘겹게 전통 세습무 굿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통영은 조선시대 수군삼도통제영이 있었던 곳이다. 이곳의 취고수청의 악사들은 이 지역에서 활동하던 음악인으로 충원되었는데, 그 음악인은 다름 아닌 이들 세습무 악사였을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런만큼 이 지역의 굿에서는 피리, 젓대(대금), 해금 등의 삼현육각 음악을 사용하는 등 수준 높은 예술성을 자랑한다는 것이 무속학계의 중론이다.

한편 이날의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 단체인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응모한 ‘2019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은 변질, 훼손, 계승단절 위기의 전통예술을 소재로 창작 레퍼토리(콘텐츠) 확대 및 미래가치를 발굴할 연구 · 시연과제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9년 "통영 오귀새남굿" 해설

죽음, 그 앞에는 어떤 이성도 한없이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예정되었던 죽음일지라도 삶의 한 부분을 도려내야 하는 아픔이란 살아있는 사람들에겐 때론 가혹하기도 하다. 더욱이 불현듯 찾아온, 좋지 못한 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은 참기 힘들다. 어찌 살아있는 사람만 감정이 있을까. 죽은 사람 또한 그렇게 죽고 싶지 않았을 것이리라. 그리하여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의 그 중간쯤 어딘가를 헤매는 망자를 그가 있어야 할 곳, 인간적으로는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보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오구굿’(망자천도굿)을 한다.

오구굿의 ‘오구’는 정확한 어원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무속학자 김태곤의 의견인 옥(獄)의 음운변화로 보는 의견이 설득력 있다. 결국 이 굿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망자가 저승 십대왕(시왕)의 지옥들에 빠져 고통당하지 말고, 극락세계 또는 시왕세계를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으니 사람이 있는 곳마다 그 방식은 다르지만 이 ‘오구굿’이 있으며, 지역마다 이를 부르는 명칭들이 다르다. 서울과 황해도에서는 ‘진오귀굿’(그 규모가 큰 경우 ‘새남굿’이라 부른다), 경기남부 세습무들은 ‘새남굿’, 동해안 ‘오구굿’, 전라도 ‘씻김굿’, 제주도 ‘시왕맞이’라 부른다. 이중 ‘새남’이라는 명칭은 서울, 경기 그리고 이곳 남해안에서 사용하는 명칭이다.

망자를 천도하는 오구굿은 나름의 흐름이 있다. 먼저 이 굿을 받아야 할 대상인 <망자 불러오기>(청혼)을 한다. 이제 망자가 참석하면 본격적인 굿이 펼쳐질 텐데, 여러 중요한 신격들에게 오늘의 이 행사들을 알린다. <각신 고하기>(청신) 그리고 이제 이 굿의 가장 핵심이라는 <망자 존재전환>(절연:이승과의 인연을 끊음)을 한다. 이 굿은 대게 자신의 명을 다 살고 돌아가신 이들보다는 안 좋게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 한다. 망자 자신도 명을 다하지 못해 죽음을 당해야 하는 그 억울한 심정, 원과 한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사고로 작고했다면 아주 깨끗한 세계로 관념되는 ‘극락, 시왕’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 따라서 이런 의식을 통해 맺힌 것들을 풀고, 새로 거듭나 좋은 세계로 가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 <망자 존재전환>으로 인하여 전국의 오구굿은 차별화가 일어난다. 서울굿에서는 바리공주 무가를 부르고 직접 그 공주의 복색을 하여 저승의 길을 헤쳐나가는 ‘도령돌기’가 가장 특징적이다. 황해도굿은 망자를 잡아가려는 험상궂은 사자를 어르고 달래는 ‘사자얼름’이 특징이다. 울진, 영덕, 포항의 동해안 오구굿에서는 ‘초망자굿’이라고 해서 망자의 눈물섞인 넋두리를 하며 가족들과 설움 원정을 푸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울산, 부산의 동해안 오구굿에서는 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염불’을 많이 외워주어야 한다고 관념한다. 전라도에서는 씻김이 중요한 제차인데(그래서 씻김굿이라 부른다), 사실 씻김은 이곳 거제, 통영, 심지어 부산까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제 소위 ‘깨끗한 몸, 활달한 몸’이 된 망자의 저승길을 위하여 천도를 해주는 굿거리들이 이어진다. 전국적으로 무명(면) 또는 베를 통해 이승과 저승의 길로 상징하고 그것을 닦아주는 행위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