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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그리고 여전히 뜨거운 우리 지역 님비
편집부 기자 | 승인 2019.11.27 11:32
광역소각장이 건설될 명정동 소각장의 모습

어떤 사물이나 사상, 사회적 현상이나 행동을 정의(定義)하고 분류(分類)하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중요할뿐더러 일반 시민들이 사물을 사용하거나, 사상을 탐독하거나, 현상과 행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님비도 마찬가지다.

본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다양한 주장들이 제시됐는데, 경제성 여부에 따른 님비의 분류는 우리에게 큰 것을 시사한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 즉, 지역에 돈벌이를 가져올 만한 사업은 님비가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하더라도 그에 못잖게 찬성여론도 상당해진다. 유치여부로 지역주민들의 여론이 갈라진 안정LNG발전소가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경제성의 판단이라는 것이 굉장히 자의적일지도 모르고, 혐오시설이라는 쓰레기소각장, 하수처리장 등이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 역시 과소평가일수도 있다. LNG발전소는 자동화된 플랜트라서 전문가 수 십 명 정도만 필요할 뿐 고용파급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찬성파 주민들도 알고 있지만, 워낙 현재의 경제여건이 어렵다보니 다만 건설하는 몇 년 동안 건설노동자들이 지역에 뿌리는 돈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분류와 정의에 이어서 대체성(代替性)도 님비현상을 진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즉 여기가 아니라면 대체할 만한 장소가 있는 것인지, 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인지의 판단이다. LNG발전소의 예를 들자면 광도면 안정이 아니면 대체할만한 장소가 없는지, LNG발전소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라는 문제다.

일단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대부분 전력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보내진다고 하니, 경제적인 이익을 차치하고서, 통영에 굳이 논란의 발전소를 들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 결사반대하는 어민들의 말처럼 잔잔한 물결에 천혜의 산란장을 가진 황금어장이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개인사업체에 불과했지만 엄연히 우리 지역에서 매일매일 발생하고 있는 유기성폐기물(수산폐기물, 농축산분뇨) 처리공장을 반대하는 것은 한편으로 이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 어디로 가라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일단 우리 마을에서 쫓아내고 나면 혐오시설 사업자가 다른 마을 주민들과 무슨 난리를 치던지 무관심해지는 현상을 보면 주민들의 순수한 애향심에 고개 숙여지기는커녕 철저한 이기주의를 비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사업자와 행정기관이 면피를 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이른바 혐오시설이나 소음이나 분진, 악취 등 환경피해 유발시설이 들어설 경우 진심어린 태도로 주민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사업자를 찾아보기 어렵고, 주민들의 입장에서 사업자의 횡포를 막아주는 공무원과 시장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주민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선출한 시장이 사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화가 치밀 것이다.

누가 봐도 혐오시설이라면 사업자와 행정기관은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일을 제일 먼저 해야 한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혐오시설로 인해 주민들이 입을 피해를 없애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행정기관도 사업자가 아니라 주민의 입장을 대변해애 한다. 님비 30년, 갈등의 세월 속에서 이 정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절망적일지도 모른다. 아니길 바라면서 우리 지역의 대표적 님비사례를 훑어보자.

1. 25년 논란 삼화토취장, 님비인가? 적폐인가?

용남면 삼화리 토취장

삼화토취장 논란은 님비에 관한 논란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청산돼야 할 대표적인 행정적폐 사례라고 해야 할까?

애당초 삼화토취장은 24년 전인 1995년 통영시가 (주)한진종합건설에 북신만공유수면 매립하는데 사용할 토석채취 허가를 내주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6월부터 토석을 채취하다가 지질조사를 하다가 거대한 암반이 돌출되면서 토취장 용도가 폐기됐고, 통영시는 (주)한진과 ‘적지복구’를 약정했다. 적지복구란 것이 ‘불규칙한 노출암반을 일정 절취 계획선까지 부지 정리’하는 것이었지만, 주민들의 발파동의서를 얻는데 통영시가 협조하는 것은 조건으로 사실상 ‘채석사업’에 동의한 것이다.

주민들과 업체·통영시의 갈등은 2001년 초원건설이 (주)한진을 승계하면서 발생했다. 이해 3월 통영시가 초원건설이 삼화리 토취장에서 대규모 채석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발행위변경허가를 한다. 이를 알게 된 삼화리 주민들은 통영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2심·대법원까지 모두 승소한다.

대법원은 “통영시장이 한 처분은 실질적으로 법상 규제대상인 채석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통영시장은 법 규정의 요건과 절차를 잠탈 한 채 적지복구의 명목 하에 편법을 써서 채석허가의 실질을 가진 개발행위변경 허가처분을 한 것”이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산림법에 따라 채석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자 엉뚱한 법조항을 내세워 채석사업을 하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통영시는 주민들 편이 아니었다. 2009년 토취장 부지를 매입한 지주들이 통영시에 원상복구공사를 위한 대집행비용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 하자, 통영시는 냉큼 초원건설에게 적지복구 이행을 통고했다. 이듬해 사업자는 위법으로 판명된 종전 처분에 따른 공사와 동일한 내용의 공사설계도서와 시공계획서를 통영시에 제출하고, 착공신고를 했다. 나중에 이를 안 삼화리 주민들이 다시 통영시와 초원건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1심 승소, 2심 패소했지만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 시점에 다시 꼼수가 나왔다. 2018년 4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대법원 승소판결이 나기 전) 당시 김동진 시장이 공유임야 처분을 제한하는 규정이 삭제된 ‘통영시 공유재산 관리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올렸고, 시의회는 화답하듯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 조례개정안은 사업자에게 채석이 불가능한 삼화토취장 대신 석산개발이 가능한 다른 토지를 교환해 주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결국 통과하고 말았다.

‘조례는 개정하지만 석산교환은 없을 것’이라던 장담이 무색하게 김동진 시장은 며칠 뒤 공유재산변경계획안이 시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에 부담을 느낀 당시 유정철 시의장이 철회를 요청하고, 통영시가 철회하며 마무리됐다. 같은 해 지방선거와 함께 출범한 8대 시의회는 7월 첫 임시회에서 통영시 공유재산 관리조례를 원상 복구했다.

2. 여전히 뜨거운 감자, 부활한 LNG발전소 사업

LNG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어민들

통영LNG발전소 건설사업은 2013년 2월 정부의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뒤, 현대산업개발이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5월 통영에코파워 SPC를 설립하면서 추진됐다. 현대산업개발은 2016년 말 환경부와 통영시의 입장을 반영해 최종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건설 부지를 마련하는데 애를 먹었다.

처음에 안정일반산단을 부지로 제시했다가 여의치 않자 덕포일반산단으로 변경했고, 또다시 안정국가산단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 내 안정국가산단 부지 8만3000평을 약1000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완료했는데, 현재 잔금지급이 완료됐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LNG발전소 건설을 환영하는 주민들

그 와중에 사업이 표류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7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통영LNG발전소 사업자인 ㈜통영에코파워의 사업권을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7월 현대산업개바과 통영에코파워는 위법한 사업권 취소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해 2019년 4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현대산업개발과 통영에코파워의 발전소 건설에 법적인 걸림돌이 완전히 제거된 셈이다.

이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주민들간에도 대립이 한창 격화됐을 때 “다른 동네 사람들은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는 고함까지 오갔었다. 하지만 정말 이 문제가 마을주민들만의 문제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사업자의 태도도 변해야 한다. ‘행정기관은 내 편’이라는 마음가짐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태도를 종종 읽곤 한다. 사업자가 주민들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꼬투리가 된다. 결국 사업을 시행하더라도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3. 광역소각장 건설, 주민협의·지역협치 성과

명정동에 건설되는 광역소각장은 비록 반대여론도 있었고, 논란도 많았지만 주민과 대화를 통해 이끌어 낸 통영과 고성의 지역 협치의 성과물이다.

2003년에 준공해 하루 5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현재 소각시설의 내구연한(15년)이 머지않았던 2013년 대체시설 조성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됐다. 물론 2014년부터 운영 중인 소각장까지 포함하면 하루 89톤의 소각용량을 갖추고는 있지만, 증가일로의 쓰레기 배출량에 현재 매립된 쓰레기의 완전한 소각, 광역화할 경우 대규모 국비지원 등의 이유로 인근 고성군과의 광역소각장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인근 소포마을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다. 2003년 명정동 소각장 건설 당시 주민들과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광역소각장 추가건설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주민들은 주민을 위한 추가적인 편의제공을 요구하거나, 다른 곳으로의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다른 곳’은 과연 있을까? 어떤 시민은 “통영과 고성 중간에 설치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는데, 도산면 주민들이 가만히 듣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싫은 걸 남들은 좋을까?

국비 192억에 통영시가 172억 고성군이 29억을 투자해 총 393억으로 광역소각장을 공동운영하면 하루 130톤 이상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 이 경우 통영시는 단독으로 소각장을 설치할 때보다 75억을 절감하고, 연간 15억의 운영비도 아낄 수 있게 된다.

현재 광역소각장은 실시설계를 완료한 상태로, 인·허가 절차만 끝나면 내년 3월 쯤 공사에 들어가서, 오는 2022년 3월에는 완공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소각로 내부는 1000℃이상 올라가는데, 쓰레기를 모두 태우고 남은 폐열을 활용한 어린이수영장, 찜질방형 숙박시설도 같이 건설된다. 이 찜질방형 숙박시설 운영권은 인근 주민들에게 맡길 계획이다.

4. 욕지 아닌 통영해상풍력단지 조성사업 논란

욕지도 해상에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반대하는 어민들의 시청앞 집회

풍력발전단지조성사업은 원래 이명박 대통령 때 시작됐다. 하지만 풍력발전은 심각한 환경파괴와 소음발생 뿐 아니라 부지확보에도 실패하며 충분한 발전효율성을 얻지 못했고,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해상풍력이다.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은 “서남해안에 100MW 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부응해 2014년 당시 여당후보로 출마한 김동진 전 시장이 공약으로 욕지도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약속했고, 이후 경남도가 후보지를 물색한 결과 거제 장승포 해상과 통영 욕지도 해상 두 군데가 유력한 곳으로 선정됐다. 이후 수년간 이 사업은 정체됐다.

그러다가 2017년 정부가 해상풍력발전단지 공모를 하자, 통영시가 참여의사를 전달했고 2018년 5월 마침내 선정됐다. 이어 6월에 경남테크노파크, 경남발전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이 민간업체 등과 협약을 체결하고 통영시비 2.5억을 포함 31억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민들 특히 욕지 황금어장을 주무대로 어업을 하는 어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4월 욕지해상풍력발전사업을 위한 용역비 2.5억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통영어촌계장협의회, 통영시수산업경영인연합회, 통영시자율어업연합회 등이 포함된 통영어업피해대책위원회는 시청사를 찾아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점보제트여객기보다 2배나 큰 해상풍력발전기를 욕지 앞바다에 무려 64기나 설치하겠다고?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용역을 주관하는 경남테크노파크는 “해상풍력 후보지에 대한 기초조사를 통한 기본설계 및 경제성 분석과 지역상생발전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으로,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은 아니다”고 밝히지만 어민들은 신뢰하지 않고 있다.

본지도 지난 5월 시청 담당자, 시·도의원, 어민대표, 환경단체 대표, 경남테크노파크 담당자, 수협 관계자 등을 초청해 열띤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후 이 이슈는 수면에 가라앉은 듯했으나, 폭풍 전의 고요함일 뿐이었다. 지난 10월말쯤 통영시가 수협강당에서 ‘통영해상풍력단지 개발에 따른 시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욕지해상풍력’이 아니라 ‘통영해상풍력’이라고 표현하고, 각 수협 조합장과 사업자, 용역기관 관계자 등 전부 초청해 열띤 토론과 여론수렴을 기대했지만 본격 토론이 시작될 찰나 어민들이 집단적으로 퇴장하며 결국 파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어민들이 가장 분노한 지점은 이 말에서 엿볼 수 있다. “그동안 수차례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음에도 사업을 추진하는 시청 관계자와 사업자는 우리와 한 마디 상의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시민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무조건 추진하겠다는 것이냐. 장난하자는 것이냐?”

 

편집부 기자  64440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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