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바다와 섬! 관광도시 통영으로’를 모토로 완성한 통영도시기본계획2030. 하지만 통영에 불필요하거나 중요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정작 중요하거나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극히 적은 지면만이 할애되거나 구체적인 해법제시를 주저하는 것처럼 보인다.

통영도시기본계획 2030은 2014년 6월 처음으로 용역에 착수해, 주민설문조사, 중간보고, 의회 간담회를 거쳐 1년만인 2015년 11월 최종 용역결과물을 만들었다. 2016년 초 최종안에 대해 주민공청회와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친 다음 통영시 부서협의, 통영시의회 의견 청취 및 통영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받은 다음 2017년 8월 17일 모두 553쪽짜리 통영도시기본계획2030을 완료했다.

지찬혁 바다에코 대표는 “싱가폴은 1960년대에 학자 12명을 초청해 인구가 2배로 늘어난다는 40년 뒤의 도시마스터플랜을 만들었고, 이후 매10년 단위의 세부계획을 세운다”며 “인구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구비해야 할 도시 인프라가 들어설 공간마련계획까지 함께 세우고, 더불어 님비현상을 님비현상이 아닌 방식으로 해결하도록 제도화 했다”고 말했다.

물론 유순영 과장의 말처럼 “다양한 성별, 나이, 직업의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도시는 문제도 복잡다양하고 해결도 어렵다”며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곳이 도시인데, 도시계획 질 짰더니 몇 년 뒤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 생기면서 인구가 밀려들어 도시계획을 다시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지금부터 11년 뒤인 2030년을 바라보고 만든 도시기본계획인데 주요내용이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수정해야 할 부분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 외부용역이 반드시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통영도시기본계획2030도 1년여의 외부용역으로 최종안을 만든 다음 주민공청회, 부서협의, 시의회 간담회,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받았는데, 그 도시 안에서 향후 수 십 년을 살아갈 지역주민이 바라는 도시의 미래, 필요한 시설, 공간관리계획이 우선 고려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통영의 지형지세를 분석한 부분을 보면 “비교적 개발이 용이한 표고 100m 이하는 해안을 따라 전체면적의 69.4%를 차지하고, 개발이 비교적 양호한 경사 15% 이하는 63.171㎢로 해안변 및 계곡을 따라 소규모의 띠로 형성되어 있고 전 육지면적의 25.5%를 점유”로만 돼 있어서 가용영역이 넉넉한 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 지역의 특성과 현황을 소개하는 부분인데, 정작 중요한 판단의 기준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은 듯하다. 통영은 가용영역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확보계획은 절대적이다.

도시기본계획을 만들 당시는 우리 지역의 조선업이 하락세에 들어선 때였지만, 인구추이 예측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자연적 인구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고, 택지개발·도시개발사업·산업단지 및 관광지개발 등에 따른 사회적 인구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귀농·귀어·귀촌인구 증가, 외국인 유입인구까지 포함하면 2030년에는 통영인구가 2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올 10월 기준으로 통영시 인구는 작년보다 2200명 감소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감소요인이 증가요인보다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조선업이 활황일 때 폭발적인 인구유입과 경기활황의 달콤함을 기억하고 있고, 또 도시계획이라는 것이 도시의 확장에 대비한 측면이 있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2030년의 20만 명은 터무니없어 보인다.

지금보다 인구가 6만 명이 증가함에도 생활폐기물 총배출량이 줄어들거나 크게 증가하지 않는 점도 모이다. 생활환경지표(표3-2-45)를 보면 2015년 하루 187톤인 생활폐기물이 2020년에 180.8톤, 2025년에는 176.4톤으로 줄어들고, 2030년에도 182톤에 불과하다. 물론 생활폐기물을 줄이는 다양한 정책도 펼치고, 시민의식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도시기본계획이 국가정책에 호응해야만 하는 것인지 묻는다면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통영의 도시기본계획에 저탄소녹색도시 조성이 포함된 것은 뜬금없어 보인다. 수산업의 도시이자 해양의 도시로 ‘바다와 섬’을 모토로 삼은 도시계획이라면 우리 지역의 오래된 문제인 ‘어패류 부산물’로부터 통영의 해양과 육지를 지키는 일을 고려했어야 한다.

‘수산폐기물 발생 지역 중점 관리, 수질 통합관리 지리정보 시스템 구축 및 활용, 수질 보전을 위해 생활하수·분뇨·공장폐수·축산폐수 등을 완전 처리 후 방류’처럼 몇 자 기재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지역특성에 전체의 10%를 할애하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는 몇 줄에 그치고 만 것은 아쉬움을 넘어 부아를 치밀게 한다. 어쩌면 우리의 도시기본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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