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00년 전 만해도 천동설이 인류의 사상을 지배했다. 달도 떠오르고 해도 떠오르는 것이지 결코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이야 인류가 달에도 유인우주선을 보냈고, 화성에도 탐사선을 보내며, 지상에서 수십억 광년 먼 우주공간을 사진으로 촬영할 수 있으니까 옛 선조들의 천문지식을 깔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숱한 과학 장비들을 총동원해 얻는 천체의 지식과 비교해 보더라도 고대 인류가 오랜 경험과 관찬을 통해서만 알아낸 그것은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합당하다.

 

 

동양의 고대인류가 획득한 지식에 기반한 태음력·24절기·윤월·윤년 등은 서양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합리적이었지만 아쉽게도 근세 이후 세계사의 지배자가 서양이다보니 그들의 지식이 모든 분야의 규범이 됐으니 지금 그 부분은 넘어가자.

글을 쓰는 지금이 12월 31일이고 내일 신년이 시작된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서양의 달(月)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다. 우리는 1월부터 12월까지 순서대로 명명했지만, 서양은 다르다. 영어로 표기하면 January, February, March로 나간다. 근데 원래 서양문명의 근원이 로마다 보니 월 이름도 로마에서 유래했는데, 로마왕정과 BC45년까지 공화정 시절에는 1년을 10개월로 구분했다. 그 첫 달이 전쟁의 신 Mars에서 따온 Martia 지금의 March다. 즉 지금의 3월이 당시엔 1월이었던 셈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천문학이 발전했던 이집트를 정복한 뒤 그쪽 태양력에서 착안해 만든 것이 율리우스력(歷)인데 이때 비로소 1년을 12개월로 구분하게 된다. 그러면서 맨 앞에 넣은 월(月)이 로마의 신(神) 야누스에서 따온 January였고, 두 번째 넣은 것이 깨끗함을 뜻하는 Ferbus에서 따온 February다. 그리스여신 마이아에서 차용한 것이 May(5월)이고, 로마의 신 유노에서 따온 것이 June(6월)이다. 예전에 사용하던 달력보다 훨씬 정밀해진 것을 감사하게 여긴 사람들이 초대 황제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태어난 달을 그에게 바치며 이름붙인 것이 July(7월)이고, 카이사르의 양자이자 로마제국을 탄탄한 기반위에 올린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기리며 명명한 것이 August(8월)이다.

이 율리우스력은 이후 1600년이 넘도록 유럽에서 사용됐다. 이쯤 되면 8월 뜻하는 octo가 붙은 October가 왜 10월이 됐는지, 10을 뜻하는 dece가 붙은 December가 12월이 됐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사다난했던 1년을 돌아보는 마당에 가벼운 것을 떠올리며 끄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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