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투표, 안휘준 85표·정석현 48표·최윤기 33표, 초대 민선회장 ‘영예’

사상 첫 민선 통영체육회장에 안휘준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10일 대의원(선거인단) 171명 중 167명이 투표에 참가, 안휘준 후보가 86표, 정석현 후보가 48표, 최윤기 후보가 33표를 얻으며 과반의 지지를 획득했다. 안휘준 후보는 생활체육회와 엘리트체육회가 2016년 통합 한 지 3번째 회장이다. 1대 회장은 김동진 전 통영시장, 2대 회장은 강석주 현 통영시장이었다.

안휘준 체육회장은 연25억 여 원 예산으로 움직이는 통영시체육회의 산하 46개 가맹경기단체, 445개 스포츠클럽, 약2만 명 체육동회인 수장으로서 더구나 첫 민선체육회장으로서 첫 발을 오는 16일 내딛게 된다.

우선 안휘준 체육회장은 선거과정에서의 앙금을 털어내고 상처들을 치유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크건 작건 선거는 인생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자조적인 말이 있듯이, 남이 떨어져야 내가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선거판에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나 역시 상처받을 수 있다.

선거라는 것이 생산적이기 힘들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비 온 뒤에 땅이 더 잘 굳듯 상대를 어떻게 보듬느냐에 따라 ‘아주’ 생산적일 수도 있는 법이다. 안휘준 체육회장 자신이 ‘존경하는 (정석현)선배님, 사랑하는 (최윤기)후배님’이라고 언급했으니 이는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 현안파악, 최우선해야

안휘준 체육회장은 축구협회장, 체육회자문위원, 볼링 및 씨름협회 고문을 역임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고 말하지만, 체육현안에서 오랫동안 비껴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 무엇보다도 체육계의 현안을 파악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나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안휘준 후보는 주로 충무고 씨름부 창단, 우슈 종목 도체선전 등의 사례를 자주 언급했는데, 46개 가맹경기단체가 성취를 원하는 사안은 46개의 배수만큼 일 것이다. 개인경기종목의 사례를 단체경기종목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도 있고, 모든 현안들을 바라는 대로 다 들어줄 수 없는 예산상 제약도 있을 것이다.

스포츠마케팅, 지역경기 기여해야

안휘준 체육회장이 축구협회장을 역임했고, 축구협회는 통영체육회에서 가장 동호인이 많은 가맹단체기 때문에 축구에 편중되지는 않을까 의구심을 가진 경우도 있다. 물론 안휘준 회장이 인터뷰나 공약, 기타 다양한 발언기회에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당선인터뷰에서 “트라이애슬론월드컵이나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은 그대로 지원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언급했던 부분은 지원이 부족했던 다른 소외종목 입장에서는 ‘섭섭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법이다. 예산상 제약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납득할만한’ 지원계획을 만드는데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고, 임기 내에 전부 성취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안휘준 체육회장이 ‘제2의 스포츠파크’를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신뢰할만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체육 인프라를 늘리는데도 힘써야 한다. 이 두 가지는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지역경기 부흥’을 강조한 안휘준 체육회장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역점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휘준 회장이 ‘체육회관을 만들겠다’는 다른 후보의 공약을 예로 들며 “체육회관을 만들 비용으로 차라리 체육인프라를 개선에 더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은 과시적인 성과보다 실질적인 체육발전 지원책으로 판단된다.

도민체전 최하위는 벗어나야

통영시는 지난해 경남도민체전에서 꼴찌(시부8위)로 주저앉았고, 이로 인해 여론의 질타도 받았다. 하지만 시세(市勢)로 보면 인구14만의 통영이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소위 ‘선수 사오기’를 해야 하는데, 대회 1년 여 전부터 우수선수를 우리 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옮겨야 하고, 상당한 금전적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쉬쉬하면서도 특히 시세가 약한 개최도시가 성과를 올리기 위해 해오던 방법인데, 이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선수거래로 오히려 비난을 받거나 나아가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방법으로까지 상위권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인구 10만 명의 밀양시는 뛰어넘고 싶다는 것뿐이다.

통영체육계, 변화 수용 준비는?

안휘준 회장은 지난해 12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도민체전을 고등부와 대학부 선수만 출전시키는 전국체전 예선대회로 축소하고, 생활체육대축전은 오히려 스포츠 축제로 확대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의 도민체전이 가진 모순점과 비효율성을 꿰뚫어 본 것이다.

이제 안휘준 체육회장에게 4년의 임기가 주어졌다. 누군가는 기뻐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실망했을 것이다. 안휘준 회장 당선소식에 본 기자가 처음 느꼈던 것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통영체육계의 변화는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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