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올해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그것도 그저 그런 분야가 아니라 노른자위 같은 부문만 석권했다. 국제장편영화상(International Feature Film)은 지난해까지 외국어영화상(Foreign Language Film)이던 것을 개칭한 이후 첫 수상작품이었고, 아시아영화로는 첫 수상의 영예기도 하다. 그나마 국제장편영화상은 수상이 가장 유력하던 부문이자 당연하게 여겨지던 옵션이었으니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반면 각본상(Original Screenplay)은 그야말로 시나리오를 잘 쓴 사람에게 주는 상인데, 그 시나리오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감독상(Director)은 또 어떤가? 봉준호 감독 스스로 말했듯이 자신의 우상이던 세계적 거장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작품상(Best Picture)은 그야말로 알짜배기 중의 알짜배기, 핵심중의 핵심, 오스카 중의 오스카다. 이것은 마치 무명으로 시즌을 시작한 타자가 시즌이 끝났을 때 타격왕, 홈런왕, 한국시리즈 우승에 MVP까지 차지한 격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사설에서 “봉준호 감독은 물론 송강호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며 “블랙리스트가 계속됐더라면 ‘기생충’은 오늘날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당시 정부 내부 문건을 보면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경찰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영화로, ‘괴물’은 반미주의 영화, ‘설국열차’는 시장경제를 부인하고 사회적 저항을 부추기는 영화로 평가”됐다며 “자본주의의 모순을 그린 영화 ‘기생충’은 자유로운 사회가 예술에 얼마나 중요한지 교훈을 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사설에 큰 공감을 가진다. 보수는 태생적으로 권위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전통을 지키고 형식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형식주의에 빠지면 구태의연해지기 쉽고, 꼰대식이 되면서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 반면 진보는 태생적으로 탈권위적이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서 결국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한 것처럼 자유로움과 창의적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본 기자도 이를 간파하지 않았던가? 497호 기자수첩에서 “보수가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고,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만 하면, 도전을 싫어하게 되어서 고리타분한 수구(守舊)가 된다”고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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