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중국 허베이(河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사태가 해를 넘겨 지구적 문제로 비화한 지 3개월이 돼 간다. 코로나공포가 사람들의 모임을 중단시키고, 스포츠리그를 멈추고, 심지어 올림픽 개최마저 취소 또는 연기가 논란거리로 부상한다.

온 지구인을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 중국 혐오가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의 비밀 생물학무기가 실수로 유출됐다거나, 미국이 중국혐오를 조장하기 위해 퍼뜨렸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이 발원지 우한을 봉쇄한 덕분에 대규모 위기를 피할 수 있었으니, 세계가 중국에 빚을 졌다”고 밝힌 가운데, ‘사스퇴치의 영웅’으로 불린 중국 공정원 증난산 원사가 “코로나의 발원지가 중국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혐오와 반혐오가 뒤섞인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무엇이라 부르느냐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를 보여주는 척도가 된 듯했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정파는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증’이라 부르고,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정파는 ‘우한폐렴’이라고 부른다. WHO공식명칭은 ‘코로나19(코비드19)’인데, 지역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명칭을 붙일 수 없기 때문이란다. 과연 그럴까?

홍콩독감은 어떤가? 60년대 후반 홍콩에서 출현해 세계적으로 80만 명이나 죽음에 이르게 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인데 우리는 아직도 그 명칭을 사용한다. 스페인독감은 또 어떤가? 1차 대전이 종전된 해부터 이듬해까지 지구촌을 덮쳐 5000만 명 이상 사망시킨 것으로 추정되는데, 심지어 스페인은 바이러스의 출현지도 아니었다.

메르스(MERS)는 최근에 출현했지만, 그 명칭에 발원지 중동(Middle East)이 들어가 있다. 우리말로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이다. 버젓이 지역혐오를 조장하는 바이러스명칭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굳이 이번만큼은 ‘우한폐렴’이라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기자 생각에 ‘우한폐렴’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것은 중국 눈치보기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바로 인접한데다 역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국의 난감한 처지를 보살펴 줄만도 한데 굳이 ‘우한폐렴’ 사용을 고집하는 것 역시 이해불가한 반지성적인 태도다. 사실 이는 ‘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사생결단식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정치인들이여, 언제 철들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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