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범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를 멸하고 춘추오패의 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보좌한 명신이다. 월나라를 장악한 뒤 구천은 일등공신인 범려와 문종을 각각 상장군과 승상으로 임명했다. 이에 범려는 구천에 대해 고난을 함께할 수는 있지만 영화를 함께 누릴 수는 없는 인물이라 판단, 월나라를 떠나 제나라에 은거했다.

범려는 문종을 염려해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고,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蜚鳥盡, 良弓藏, 狡兔死, 走狗烹)”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피신토록 했다. 문종은 월나라를 떠나기를 주저하다가 구천에게 반역의 의심을 받은 끝에 자결하고 말았다. <사기(史記>의〈월왕구천세가>에 나오는 대목으로 ‘토사구팽’의 유래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한신은 일등공신으로 초왕에 봉해졌으나 옛 친구 종리매를 체포하라는 유방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에 유방은 한신을 제거키 위해 제후들을 진나라에 모이게 했고, 이 사실은 안 부하들은 종리매의 목을 베어가면 황제가 좋아할 것이라고 진언했다. 한신이 종리매에게 이를 전하자, “유방이 초나라를 침범하지 못하는 것은 자네 밑에 내가 있기 때문일세. 자네가 나를 죽여 바친다면 얼마안가 자네도 나 같은 신세가 될 것일세”하면서 자결했다.

한신은 종리매의 목을 유방에게 바쳤으나 한신을 체포해 모반의 진상을 조사한 뒤 혐의가 없자 초왕에서 회음후로 강등했다. 한신은 “사람들의 말이 맞다.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고,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며, 적국이 타파되면 모신도 망한다. 천하가 평정되고 나니 나도 마땅히 ‘팽’ 당하는구나”라며 유방을 원망했다는 고사가 <사기(史記)>의 <회음후열전>에 전한다.

토사구팽은 토끼 사냥이 끝난 뒤 사냥개를 삶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필요할 때는 쓰다가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빗대어 이르는 고사성어 이다.
 
통영시의 ‘친환경 녹색도시’ 구호에 부합되게 지난 2006년 뛰어들어 9년 동안 현장을 뛰며 열정을 바친 푸른통영21 윤미숙 사무국장이 지난해 말 2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그는 동피랑벽화마을을 통영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전국에 알리는데 일등공신이었고, 연대도 에코일랜드(2007년~2011년)와 2013년에 시작, 현재 진행 중인 서피랑 박경리마을, 강구안 푸른골목만들기(2013년~), 욕지도 자부랑개마을 만들기(2013년~) 그리고 앞으로 추진될 에너지자립마을인 원동마을만들기 등 많은 일을 했다. 이외 지속가능발전 교육사업으로 그린스타트 활동과 바다해설사 양성사업인 에코가이드 양성사업, 통영시민자전거대행진 사업 등을 추진해왔다. 그의 공석으로 인해 앞으로 사업에 상당 부분 차질이 예상된다.

통영RCE생태관이 완성되면서 푸른통영21과의 유사한 사업들이 통폐합될 것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푸른통영21의 교육 업무 등이 통영RCE재단에 통합되면서 업무 자체가 상당부분 축소될 전망이고, 업무 효율성을 위해 사무국도 생태관에 입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지난 9년 동안 열심히 일해 온 결과물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활용 가치가 떨어져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인지, ‘토사구팽’의 단어가 떠오르는 건 지나친 억측인가.